(31) 윤하나 이화여대 목동병원 교수읽음

박효순 기자

‘금녀의 벽’ 깬 여성 비뇨기과 전문의·교수 1호

‘여성 비뇨기과 전문의 1호, 의대 여성 비뇨기과 교수 1호.’ 이화여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윤하나 교수(43)에게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윤 교수는 1994년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한 뒤 모교 병원에서 인턴과 비뇨기과 레지던트(전공의) 과정을 거쳐 1999년 비뇨기과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국내 최초의 비뇨기과 여의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여성이 비뇨기과 전문의가 된 사실 자체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한국 의료사에 ‘비뇨기과 여의사’ ‘여성 비뇨기과 전문의’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만들어졌다.

신기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전문의를 취득한 뒤 1999년부터 3년간 이화여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전임의(펠로) 및 임상강사의 힘든 과정을 거쳤고, 마침내 2002년 이화여대 의대 교수요원으로 임용됐다. 비뇨기과 분야에서 한국 첫 ‘여성 교수’가 배출된 것이다.

국내 최초의 여성 비뇨기과 전문의 및 비뇨기과 교수인 윤하나 교수가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진료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환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국내 최초의 여성 비뇨기과 전문의 및 비뇨기과 교수인 윤하나 교수가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진료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환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 여성·남성 떠나 환자 치료 비뇨기과 인식 개선 앞장
배뇨장애·요실금 전문가
성기능 장애 터놓고 대화… 여의사가 되레 장점 많아

지금은 전국에 비뇨기과 여의사가 30여명 있으며 대학 교수도 윤 교수를 포함해 모두 6명이다. 개원을 한 비뇨기과 여의사도 2명이다. 나머지 20여명은 전임의나 봉직의로 근무하는 등 비뇨기과 여의사의 저변이 많이 넓어졌다. 하지만 윤 교수가 비뇨기과를 지원한 1995년 이전엔 여의사 중 그 누구도 비뇨기과의 문을 통과한 적이 없고, 그가 전공의 과정을 마치기까지 4년 동안 홍일점 전공의였을 정도로 비뇨기과는 ‘금녀의 영역’에 속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의 어깨가 빛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 8월까지 미국 UC샌디에이고 대학에서 1년간 배뇨장애와 여성 성의학 연수를 하고 최근 진료 일선에 복귀한 윤 교수를 지난 25일 만났다.

그는 밝은 표정과 담담한 어조로 “여성 1호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그 때문에 모든 일에 더욱 최선을 다하게 된다”면서 “여성과 남성을 떠나 환자들이 제때 진료받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비뇨기과 인식 개선에 노력해 후배들에게 좋은 역할 모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윤하나 교수가 요실금 환자에 대한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제공

윤하나 교수가 요실금 환자에 대한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제공

배뇨장애, 요실금, 여성 성의학 분야에서 중견으로 떠오른 윤 교수는 여성 배뇨장애 및 요실금, 성기능 장애에 대한 60여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회지에 발표했다. 배뇨장애와 요실금에 관한 의학 전문서적뿐 아니라 성인과 청소년에게 올바른 성 지식을 전달하는 책도 여러 권 펴냈다. 병원 진료와 상담 외에 TV와 라디오 프로그램, 신문 지면을 통해 올바른 의학지식과 성지식을 알리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수련기간 5년 동안 비뇨기과에 여의사는 저 혼자였어요. 인턴 때 비뇨기과를 돌게 됐는데, 요도가 파열된 30대 남자 환자가 ‘여의사 주치의’를 거부한 적이 있어요. 결국 수락했지만 여의사가 비뇨기과에 돌아다니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비뇨기과를 지원해 레지던트 1년차 때 일간지 사회면에 기사가 나오면서 ‘1호’ 유명세를 탔고, 환자와 소통하기가 훨씬 수월해졌어요. 지금은 환자들의 20~30%가 남성인데 뇌경색, 뇌출혈, 교통사고나 추락 등 각종 사고, 척추골절, 골반 골절에서 비롯된 중증 배뇨장애나 성기능 장애 환자가 적지 않습니다. 성병이나 발기부전으로 고민하는 남성 환자들은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합니다. 여자 환자들도 남들에게 얘기하기를 꺼리는 문제 등 깊숙한 속내를 털어놓지요. 비뇨기과 여의사의 장점이 많다는 얘깁니다.”

윤하나 교수가 경향신문 ‘여의열전’ 인터뷰에서 ‘홍일점 비뇨기과 전공의’ 시절의 에피소드를 얘기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윤하나 교수가 경향신문 ‘여의열전’ 인터뷰에서 ‘홍일점 비뇨기과 전공의’ 시절의 에피소드를 얘기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윤 교수는 현재 이대목동병원에서 ‘방광 및 골반재활 클리닉’(방광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홍재엽 교수가 국내 최초로 세운 특수클리닉이다. 전문간호사가 있으며 복압성 요실금, 만성방광염, 과민성 방광을 비롯한 남녀의 각종 배뇨장애나 요실금, 과민성 방광의 치료 및 재활 훈련을 전문적으로 한다.

또 ‘여성 성기능 장애 클리닉’을 설립해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일찍이 ‘성인지 의학’의 개념을 도입, 남녀의 성별에 맞는 특성별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내과·정신과·신경과·비뇨기과가 협진을 한다.

“교사였던 어머니께서 늘 강조하신 ‘무엇을 하든 항상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을 늘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꿈꾸는 것을 하라’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는 말들 속에 저의 인생관과 생활철학, 좌우명이 녹아 있다고 할까요. 앞으로 배뇨장애와 여성 성기능 장애를 연구하는 전문연구센터를 만들어 외국 의사들이 배우러 올 정도의 명실상부한 기관으로 육성하고 싶습니다.”

복부초음파를 통해 신장질환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윤하나 교수. 이대목동병원 제공

복부초음파를 통해 신장질환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윤하나 교수. 이대목동병원 제공

윤 교수 부친은 산부인과 개업의인 윤승태 박사다. 집과 병원이 붙어 있어서 성장기에 환자들을 많이 보며 컸다. 밤에 집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면 영락없는 응급 분만환자였다. 이런 성장배경이 의대 공부와 전공의 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요인이 됐다. 부모는 성형외과나 여의사가 수월한 다른 과를 원했지만 내과와 외과의 미묘한 조합인 비뇨기과에 흥미가 있어 지원하게 됐다고 한다. 당시 여성 비뇨기과 의사가 없었던 것도 더 도전하고 싶은 의욕을 일으켰다.

이순남 이화여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혈액종양내과)은 “윤하나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비뇨기과 여의사라는 유명세가 말해주듯이 새로운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열정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분야 간 벽을 허물어 여러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융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 의료원장은 “윤 교수가 연구와 진료, 저술과 언론 활동 등 많은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이루고 있으며, 여성이 지닌 잠재력과 다양성, 섬세한 감성과 배려로 환자의 아픔에 귀기울일 줄 아는 따뜻한 의사”라고 평가했다.

■ 윤하나 교수가 말하는 요실금 진단과 치료

요실금이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소변을 지리는 것을 말한다. 가장 흔한 것은 웃음, 기침, 재채기, 운동, 줄넘기 등 배의 압력이 올라갈 때 소변이 찔끔 새는 복압성 요실금이다. 또 하나 흔한 것으로 소변이 마려울 때 참기 어렵고, 화장실에 가려고 하면 급해서 먼저 새버리는 절박성 요실금이 있다. 이 두 가지가 섞여 있으면 혼합성 요실금이라고 한다.

복압성 요실금은 출산이나 노화, 폐경 후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감소로 인해 골반근육이 약해지고 요도괄약근의 조임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긴다. 절박성 요실금은 과민성 방광의 한 증상이기도 하다. 방광이 너무 예민해서 적은 소변 양에도 급하게 오줌이 마렵고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 것이다. 소변을 하루 8회 이상 자주 보는 빈뇨, 소변을 잘 참지 못하는 요절박이 주된 증상이다.

이화여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윤하나 교수는 “복압성 요실금은 방광과 요도 구조물의 손상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므로 수술로 교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절박성 요실금은 방광의 센서와 작동 장치의 조화가 고장난 기능적 문제이므로 우선 약물치료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혼합성 요실금은 둘 중 어떤 부분이 더 증상을 심하게 만드는지를 따져서 우선 선택해야 할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

복압성 요실금은 출산 경험이 있는 중년 이후 여성에게 많다. 절박성 요실금은 나이가 많을수록 더 늘어나며, 노인의 경우 요실금이 심하면 과민성 방광에 의한 절박성 요실금일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요실금은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성생활에도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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