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배급 맡은 헬렌 리 킴 “한국 영화인, 특유의 개성 살려 할리우드 두드려라”

박은경 기자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시각효과를 잘 사용한 수작이죠. 사실 협소한 기차 안에서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물 공급 칸, 식물 칸 등 계속 다른 공간으로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었어요.”

<설국열차>의 해외 배급을 담당한 굿유니버스 인터내셔널의 헬렌 리 킴 대표(43·사진)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평가했다. 킴 대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2013 국제콘텐츠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서울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민간 그는 ‘서밋’ ‘라이온스게이트’ 등 미국 유명 영화제작사에서 해외마케팅을 맡아온 프로듀서다. <설국열차>와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의 해외 배급을 담당했고,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미국판 리메이크를 총괄했다.

‘설국열차’ 배급 맡은 헬렌 리 킴 “한국 영화인, 특유의 개성 살려 할리우드 두드려라”

킴 대표는 <설국열차>의 북미 흥행 전망에 대해 “하류층과 상류층의 구분이 되는 열차와 이를 극복하려는 하류층의 반란이 전 세계 관객들을 매료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커티스(크리스 에반스)가 슈퍼 히어로는 아니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닫고 조직을 이끌고 리더로 거듭나는 부분도 국경을 넘어 흥미로울 것”이라고 했다. 개봉 전 세계 160여개국에 판매된 <설국열차>는 지난달 프랑스에서 개봉했다. 5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취화선>을 누르고 프랑스 개봉 한국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다. 북미 개봉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27일 미국에서 개봉하는 스파이크 리 감독 연출의 <올드보이>에 대해서는 “반전은 원작 영화와 같지만 반전까지 이르는 과정은 완전히 다르다”며 “리메이크보다는 재해석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할리우드 배우와 감독들이 <올드보이>를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로 꼽는 이유에 대해 “주인공이 20년간 갇혀 있으면서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했나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특유의 서스펜스가 돋보인다”며 “다른 작품에서는 보지 못한 이런 서스펜스는 관객들이 퍼즐을 맞추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고 평가했다. 봉준호·김지운·박찬욱 감독이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추격자> <신세계> 등 한국 영화의 리메이크가 이어지는 데 대해서는 새로움을 이유로 꼽았다.

“한국 감독들은 다른 관점에서 풀어내는 역량이 있습니다. 촬영 기법에서도 ‘이렇게 풀어낼 줄 몰랐다’는 새로움을 주기도 하죠. 예를 들면 김지운 감독이 <라스트 스탠드>에서 보여준 옥수수밭 차량 추격신은 현지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는 할리우드에 진출하려는 한국 영화인들에게 특유의 개성을 살리라고 조언했다. “할리우드에서 일하려면 현지 업무 방식에 맞춰야 하죠. 그러나 특유의 개성이나 아이디어는 최대한 살려야 합니다. 한국의 개성과 아이디어를 할리우드 방식에 따라 풀어내면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Today`s HOT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황폐해진 칸 유니스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