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케냐 할례 철폐운동 위코스키 “피해 여성 지원, 생명·존엄성 되찾는 일”

박은하 기자

아프리카의 빈국 소말리아는 아직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할례(종교적 이유 등으로 성기의 일부를 잘라내는 의식)’가 만연해 있어 국제사회에서 여성 인권침해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이곳에서 여성할례 철폐운동을 하는 캐서리나 위코스키(30·사진)는 “할례 피해여성을 지원하는 일은 여성의 생명과 존엄성을 되찾아주는 일”이라고 밝혔다.

소말리아·케냐 할례 철폐운동 위코스키 “피해 여성 지원, 생명·존엄성 되찾는 일”

위코스키는 2012년부터 소말리아와 케냐를 오가며 할례 때문에 산과 질환에 시달리는 여성들에 대한 의료지원과 교육운동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유엔이 정한 ‘여성 세계할례 철폐의 날’을 하루 앞둔 6일 위코스키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독일인인 위코스키는 2년 전 소말리아 국제난민캠프에서 일하던 시절 할례로 고통받는 현지인 동료의 고백을 듣고 충격을 받아 여성할례 철폐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말리아에서 할례를 경험한 여성의 비율은 98%에 이른다. 위코스키는 “소말리아에서 할례를 하지 않은 여성은 불결한 존재이자 사회악으로 간주되며, 할례를 한 여성은 후유증으로 평생 고통받고 기본적 경제생활조차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가 토그히어 지역에서 만난 호단(17)은 14세 첫 출산 과정에서 할례 수술을 받은 부위가 찢어져 이후 몸에서 소변이 새는 증상(방광질누공)에 시달렸다. 몸에서 항상 악취가 났고 통증도 멈추지 않았다. 호단의 남편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떠났다. 호단은 충격과 수치심으로 우울증을 앓았다.

위코스키는 한국월드비전의 지원으로 호단을 비롯, 총 41명의 소말리아 여성에게 무료 방광질누공 수술을 주선했다. 수술비용은 한국 돈으로 1인당 20만~30만원가량이 들었다. 또 할례 피해여성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자존감을 회복하는 자리를 갖도록 했다. 위코스키는 “수술을 받은 여성들로부터 다시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됐고, 아이들에게 엄마 노릇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위코스키는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여성할례는 수백년간 지속된 전통이라 남성중심적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쉽게 근절되지 않는다”면서 “학교 건설, 식량 지원 등 눈에 보이는 분야에만 선진국의 구호지원이 몰리는 것도 이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소말리아 북부에서는 할례의 심각성이 공유되기 시작했고, 케냐에서는 할례를 대신한 대안성년식을 모색하는 등 희망은 있다”며 “선진국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후원해준다면 문제 해결은 더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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