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일가, 비상장 계열사 통해 거액 배당금… 상장사 이어 ‘배당 잔치’

임지선 기자

부영그룹, 광영토건 순이익의 13배인 100억 받아

420곳 감사보고서 제출 안해 실제 배당액 더 많아

‘기업 가치 하락’ 손해는 상장사 주주에게 돌아가

재벌 총수 일가들이 지난해에도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거액의 배당금을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적자인 상태에서도 배당을 실시했고, 재벌과 친·인척 관계 계열사도 거액의 배당 잔치를 벌였다.

14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 등을 보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비상장사인 현대유엔아이로부터 지난해 12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현 회장의 장녀 정지이 전무도 2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9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도 적립금을 끌어와 총수 일가에게 거액의 배당금을 준 것이다.

지난해 순이익이 7억7000만원에 그쳤던 부영그룹 비상장사인 광영토건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장남 이성훈 전무에게 총 100억원을 배당했다. 이 회장 부자는 회사 1년 순이익의 13배를 배당금으로 챙긴 셈이다.

이 회장은 또 다른 비상장 계열사인 대화도시가스(104억원), 동광주택산업(84억원), 부영대부파이낸스(5억원)에서도 배당금을 받았다. 조현준 효성 사장은 효성투자개발로부터 44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순이익이 104억원이었다. 순이익의 42%를 배당에 쓴 것이다.

재벌 총수 일가, 비상장 계열사 통해 거액 배당금… 상장사 이어 ‘배당 잔치’

총수 일가는 상장 계열사에서도 두둑한 배당금을 챙겼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SDS로부터 22억원, 삼성자산운용으로부터 14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삼성SDS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에게도 각각 7억5000만원씩 배당금을 줬다. 삼성SDS는 삼성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의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씨에게 29억원을 배당했다. 현대커머셜은 정 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과 차녀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에게 57억원을 배당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LG그룹에 의존하는 범한판토스는 대주주인 조원희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6촌 동생인 구본호씨에게 97억원을 배당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5촌인 허서홍씨 등 GS그룹 4세들과 친·인척이 삼양인터내셔날 등 비상장사 4곳에서 배당받은 금액은 104억원으로 전년(58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에게 101억원, 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에게 53억원을 각각 배당했다. 이 부회장은 대림I&S에서도 82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 정도의 배당금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수가 있는 33개 기업집단 소속 비상장사 1098개 가운데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이 420곳(38.3%)이나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배당액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총수 일가가 비상장사를 통해 배당금을 챙겨가면 손해는 상장사 주주에게 돌아간다. 일감 몰아주기나 내부거래를 통해 상장사에서 발생한 이익이 비상장사로 옮겨가고, 이를 배당 형식으로 총수 일가가 취하면 결국 상장사 기업 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기업정책실장은 “적자기업이나 부실기업이 총수 일가에 배당을 많이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특히 기업집단 내에서 일감 몰아주기 혜택을 받는 기업은 내부거래 비중이 높고 비우량 기업인데 고액 배당이 이뤄졌다면 결국 계열 상장사 주주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회사가 부실 상태인데 고배당 성향을 보였다면 이 회사의 채권자 이익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Today`s HOT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