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순찰대에 잡혀도 아이들은 추방 않는다더라… 미, 중남미 청소년 밀입국에 ‘골치’

정유진 기자

목숨 건 ‘도박’… 전년의 2배일부선 “난민으로 봐야” 주장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소도시 무리에타 주민들은 지난 1일 중남미 국가에서 온 밀입국 청소년 140여명을 태운 연방 국경순찰대 버스를 온 몸으로 가로막았다. 연방 국경순찰대가 텍사스주에서 붙잡은 밀입국 청소년들을 무리에타에 있는 수용소로 이송하려던 참이었다. 텍사스 수용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불법 밀입국자에게 우리 세금을 쓸 수 없다”고 소리쳤다. 결국 버스는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밀려오는 밀입국 청소년들 때문에 미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9개월 동안 미국으로 ‘나홀로’ 밀입국을 시도한 17세 이하의 중남미 청소년들의 숫자는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5만2000여명에 달한다. 연말까지 최소 9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밀입국하다 적발되더라도 보호자가 없는 어린이는 미국 정부가 추방하지 않고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더라”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밀입국한 아이들은 붙잡히면 보호소로 넘겨지거나 미국에 거주하는 친척에게 인계된다. 길게는 2년 이상 걸리는 추방 재판 기간 동안 학교에 다닐 수도 있다. 돈을 받고 밀입국을 알선해 주는 브로커 조직은 이 같은 사실을 부풀려 지원자를 모집한다.

국경순찰대에 잡혀도 아이들은 추방 않는다더라… 미, 중남미 청소년 밀입국에 ‘골치’

주로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에서 오는 밀입국 청소년들은 목숨을 걸고 홀로 수천㎞를 여행한다. 이 과정에서 지쳐 숨지거나 살해당하는 비극적인 사연들이 넘쳐난다. 지난달 15일에는 과테말라에서 온 15살 소년 힐베르토 라모스가 미 텍사스주 국경 부근의 사막지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국경 검문소를 불과 1.6㎞ 앞두고 열사병으로 쓰러진 것이다. 라모스의 아버지는 “가족들이 말렸지만 간질을 앓고 있는 어머니의 치료비를 보태겠다며 떠났다”고 말했다.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 국경을 넘으려는 이유는 라모스처럼 가족의 생계를 도우려는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중남미 국가들의 불안한 치안 때문이다. 중남미 국가의 갱 집단은 사회 전체를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두라스의 살인 사건 피해자는 인구 10만명당 90명으로 세계 1위이다.

디지털 미디어 ‘복스’는 “중남미의 갱 집단은 아동을 직접적인 타깃으로 삼아 조직으로 끌어 들인다”면서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아동들은 단순히 경제적 불법 이민자가 아니라 분쟁을 피해 도망쳐온 난민의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달 중남미 청소년의 밀입국 실태에 대해 “급박한 인도주의적 상황”이라며 이들을 위한 수용 시설과 의료 서비스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밀입국을 막기 위해 100만달러(약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중미 지역에서 “미국은 불법 입국자의 체류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알리는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오바마 정부의 느슨한 이민 정책이 이 같은 사태를 만들었다고 비난하며 더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어 중남미 밀입국 청소년 문제는 뜨거운 정치적 쟁점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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