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극우파 커진 입김, 관대한 난민 정책 흔드나

구정은 기자

의석 2배 증가… 제3당으로

중도좌파 사민당도 우경화

개방적 이민정책 변화 예상

“스웨덴의 톨레랑스(관용)가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4일 치러진 스웨덴 총선에서 “이민자 수의 90%를 줄이자”고 주장해온 극우파 스웨덴민주당이 예상을 뛰어넘는 승리를 거두자, AFP통신은 15일 이렇게 지적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스웨덴이 이민자에게 차가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총선에서 ‘지나치게 관대한 이민정책’을 바꾸자며 극우파에 표를 던진 사람은 13%에 이르렀고, 스웨덴민주당은 의회 진출 4년 만에 의석을 20석에서 47석으로 늘리며 제3당으로 부상했다.

스웨덴 극우파 커진 입김, 관대한 난민 정책 흔드나

스웨덴의 이주·망명 정책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관대했다. 정부 산하 이주위원회는 웹사이트에 “스웨덴은 국제사회의 난민 보호 책임을 나눠가져야 하며, 다른 곳에서 피난처를 구하지 못한 이들이 스웨덴에 정착할 수 있게 보호처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주위원회는 이주자·난민들의 거주 신청과 시민권 신청을 심사하는데, 여기서 거부당하면 이민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다. 이민법원에서 거부당해도 이민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 보호도 엄격하다. 2008년 12월 시행된 이주노동자 고용규정은 기업주들이 유럽 밖에서 노동력을 충원할 수 있도록 하되, 스웨덴의 모든 노동자들과 동등한 대우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이런 개방적인 정책의 결과 이주자가 현재 스웨덴 인구의 20%를 차지한다. 지난해 9월 스웨덴은 망명을 원하는 시리아 난민들에게 영구 거주 지위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올들어서만 시리아 등에서 8만명이 들어와, 1990년대 유고연방 붕괴 이래 최대 규모의 난민행렬이 이어졌다. 난민을 받아들이는 데 사회적 합의가 형성돼 있었고, 핍박받는 이들에게 가장 너그러운 나라라는 자부심도 컸다. 하지만 이번 총선 결과는 이런 합의가 깨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싱크탱크 아레나의 하칸 벵손 소장은 AFP에 “이주민 인구 비중이 커진 만큼 더욱 다문화적이고 관용적인 사회가 됐어야 하는데, 이번 선거 결과는 그 반대였다”며 “스웨덴은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총선 결과가 발표되자 15일 스톡홀름 중심가에는 6000여명이 모여 “인종주의 반대”를 외치며 극우파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고 더로칼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그러나 반이민 정서가 표로 드러난 이상, 이민정책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민정책을 언급하는 사람은 극우파뿐이었으나 실업률이 8%를 웃돌자 ‘난민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논리가 빠르게 퍼졌다. 심지어 이민·난민 정책의 틀을 만들었던 사민당조차 우경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도좌파 이미지를 부각시켜온 스테판 뢰펜 사민당 대표는 공산주의 정당인 좌파당을 연정 파트너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뢰펜이 좌파당 대신 중도우파 정당들과 손잡을 경우, 난민을 향해 열려 있던 문은 빠르게 닫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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