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먼 간편결제 대책… 금융당국, 얼렁뚱땅 설명에 내부서도 “핵심서 벗어나”

홍재원 기자

금융위원회가 ‘천송이 대책’으로 불리는 간편결제 육성안을 추진하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설명을 내놓아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위는 정부 규제 완화가 시장 개방 및 이에 따른 국내 업계 위기로 연결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규제 완화와 무관하게 해외 업체도 예전부터 영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현실과 먼 간편결제 대책… 금융당국, 얼렁뚱땅 설명에 내부서도 “핵심서 벗어나”

■ 페이팔도 영업할 수 있었다(?)

금융위는 급작스러운 결제시장 개방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비판(경향신문 10월6일자 25면·10월7일자 19면 보도)에 해명자료를 내고 “카드정보 저장 여부와 관계없이 페이팔, 알리페이 등도 언제든지 법적 요건만 갖추면 국내에서 영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결제대행업체(PG사)인 페이팔과 알리페이는 카드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의 간편결제 기술을 사용한다. 당초 국내에서는 카드사 외에는 카드번호나 유효기간 등을 저장할 수 없었다.

이 규제는 페이팔로선 일종의 진입 장벽이었다. 그런데 지난 8월 금융위가 규제를 풀어 PG사도 카드정보를 저장할 수 있도록 해 페이팔 등이 자사의 노하우를 국내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금융위 관계자는 7일 “페이팔이 자사의 방식이 아닌 ‘국내형 기술’을 사용하면 8월 이전 국내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국 내부에서도 “핵심에서 벗어난 얘기인 것 같다. 그런 논리는 ‘예전부터 BMW도 요건만 갖추면 국내 PG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는 식의 무의미한 얘기”라는 반응이 나왔다.

■ 시장 개입 아닌 경쟁 유도(?)

금융위는 또 “카드정보 저장 허용은 시장 개입이 아니라 규제를 폐지해 시장 자율 및 경쟁을 유도하려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카드정보 저장 방식을 쓰는 해외 거대 PG사들과, 보안시스템도 구축되지 않은 국내 업계의 대결로 체급이 다른 헤비급과 라이트급이 맞붙는 격이어서 일방적인 게임이 우려된다. 일부 PG사들이 이 같은 우려를 금융당국에 전달했지만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정부의 급작스러운 개방은 곧 시장 개입 효과로 연결된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PG사에 카드정보 저장을 허용한 것은 정부가 관련법상 인허가 형식을 고쳐 시장을 의도적으로 바꾼 것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 카카오 등은 정부 성과(?)

금융위는 다양한 간편결제 시스템 육성을 정책 목표로 내세운다. 대표적인 사례로 카카오를 꼽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이 회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카카오페이 등은 금융위가 밀어붙이고 있는 카드정보 저장 기술을 쓰지 않는다. 카드정보 일부만 저장하는 ‘토종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오히려 금융위의 시장 개방으로 이 같은 토종 기술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카카오 외에 가상계좌(가상의 카드번호)를 저장하는 기술을 도입한 LG유플러스(PG)도 휘청거리고 있다. PG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도 금융위 방식(페이팔 기술)을 추가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오히려 국내의 혁신적 기술을 죽이고 외국 좋은 일만 해준 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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