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와 역사

재규어의 ‘레이싱 본능’ F타입

안광호 기자

영국산 재규어(Jaguar)는 전 세계 모터스포츠 역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브랜드다.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유려한 외관과 폭발적인 성능은 자동차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XK시리즈로 시작된 재규어의 ‘레이싱 DNA’는 C•D타입을 거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이자 1960년대 ‘영국의 아이콘’이 된 E타입으로까지 이어졌다.

한동안 잠잠했던 모터스포츠에 대한 재규어의 열정은 E타입 탄생 이후 40여년 만에 F타입으로 바통을 이으며 과거의 명성을 좇고 있다.

XK120-C로 명명된 C타입. 말콤 세이어(Malcolm Sayer)가 디자인했으며 1951년부터 1953년까지 총 52대가 제작됐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XK120-C로 명명된 C타입. 말콤 세이어(Malcolm Sayer)가 디자인했으며 1951년부터 1953년까지 총 52대가 제작됐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재규어의 레이싱, XK120에서 F타입까지

재규어의 모터스포츠 역사는 ‘XK120’에서 비롯됐다. 자동차 판매원 출신의 영국인 월리엄 라이온즈(William Lyons)는 2차 대전 후인 1945년 회사 이름을 재규어(Jaguar Car Ltd)로 바꿨다. 그리고 가벼운 알루미늄 차체와 파격적인 디자인을 입힌 차의 제작에 몰두했다.

그 결과물이 재규어의 상징이 된 ‘XK’ 엔진(제작자는 라이온즈의 동업자이자 수석엔지니어인 윌리엄 헤인즈)을 얹은 XK120이었다. 1948년 출시된 이 스포츠카는 첨단 오버헤드 캠샤프트가 적용된 직렬 6기통의 엔진을 달고, 기품있고 우아한 곡선의 자태를 뽐내며 시속 193㎞의 최고속도를 찍었다. 빼어난 성능과 디자인을 높게 평가받아 그해 런던 모터쇼 최고의 히트작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듬해 5월 월리엄 라이온즈는 기자단을 벨기에로 불러 성능 테스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자베케(Jabbeke) 근처에서 실시된 이 테스트에서 XK120은 시속 213.4km/h의 최고 속력을 기록,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로 기록됐다.

D타입은 1955년에서 1957년까지 3년 연속 르망24시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D타입은 1955년에서 1957년까지 3년 연속 르망24시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재규어는 XK120의 성공을 등에 업고 본격적인 레이싱 DNA를 뽐내기 시작했다. C타입(XK120-C)을 내놓은 재규어는 르망 24시 레이스에서 3일 동안 평균시속 105.55마일(약 175km)을 기록하며 우승을 거뒀다.

특히 알루미늄 차체로 공차중량이 1000kg 미만일 정도로 가벼웠던 C타입은 특별한 장치나 엔진 개조없이 세계적인 스포츠카들을 넘어서는 성능을 발휘해 크게 화제가 됐다. 공기역학적 디자인은 말콤 세이어(Malcolm Sayer)가 디자인했다. 1951년부터 1953년까지 총 52대가 제작된 C타입의 ‘C’는 ‘경쟁’(competition•경주용 자동차)을 뜻하며 모터스포츠에 ‘올인’하겠다는 재규어의 의지를 드러냈다.

재규어는 C타입 단종 3년 만에 모노코크(Monocoque) 구조를 채택한 D타입을 출시, 르망에서의 우승을 이어나갔다. D타입은 1955년에서 1957년까지 3년 연속 르망24시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영국의 아이콘이자 스포츠카의 지평을 새로 연 E타입. 경쟁 브랜드 페라리의 창업자 엔쵸 페라리는 E타입을 가리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라고 극찬했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영국의 아이콘이자 스포츠카의 지평을 새로 연 E타입. 경쟁 브랜드 페라리의 창업자 엔쵸 페라리는 E타입을 가리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라고 극찬했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페라리도 감탄케 한 E타입

재규어는 1960년대 들어 지금까지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로 평가받는 E타입을 내놓았다. 영국의 아이콘이자 스포츠카의 지평을 새로 연 이 차는 곡선의 아름다운 자태 때문에 ‘여자들을 꼬시기 위한 차’라는 곱지않은 평가도 들어야 했다.

공개된 E타입은 곡선과 균형을 강조한 2인승 쿠페와(2+2 쿠페 추가), 컨버터블 등으로 출시됐다. 긴 노즈(Nose•자동차 앞부분을 말함)와 헤드램프 등 프론트 마스크는 경주용차의 DNA를 한껏 풍겼고 곡선과 잘 잡힌 균형, 보닛(Bonnet)에 위치한 완만한 융기 등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전면에는 라디에이터 그릴(Rradiator grill) 대신 흡기구가, 바퀴는 부드러운 곡선이 감싸며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E타입.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E타입.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이 차가 당대를 대표하는 스포츠카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아름다운 디자인 때문만은 아니다. 성능면에서도 여타 스포츠카들을 압도했다. 3.8ℓ(3781㏄) XK엔진에서는 265마력의 최대출력을 뿜어냈다. 최초로 디스크 브레이크를 기본으로 장착했으며 모노코크 바디와 토션바(Torsion bar) 등을 달았다. 특히 경주용 타이어를 달고 고속의 기어 장치를 사용해 출력을 높인 E타입은 최고속도 240㎞/h를 기록했다.

페라리의 창립자인 엔쵸 페라리(Enzo Ferrari)는 자신의 페라리 250GT와 자동차 경주에서 경쟁을 벌였던 E타입을 가리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라고 극찬했다. 2004년 스포츠카 인터내셔널 잡지는 ‘1960년대 스포츠카’ 순위에서 E타입을 1위에, 2008년 데일리 텔 레그라프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차 100선’에서 E타입을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1996년엔 뉴욕 현대미술관에 자동차로는 3번째로 영구 전시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재규어는 이후에도 끊임없는 기술발전을 이뤘다. 1984년 재규어 직원들의 사내모임 ‘프라이데이 클럽’은 페라리,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 당대를 휘어잡고 있던 스포츠카들을 압도할만한 차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 최고 시속 350.8km, 가속 후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겨우 3.8초에 불과한 강력한 성능의 XJ220이 탄생했다. XJ220이란 이름은 최고시속 220마일(354Km)을 목표로 개발을 시작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E타입을 계승한 F타입.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의 작품인 이 차는 ‘2013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E타입을 계승한 F타입.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의 작품인 이 차는 ‘2013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내년 F타입 프로젝트7 출시 예정

이후 잠잠했던 재규어의 레이싱 도전은 2012년 파리모터쇼에서 또다시 기지개를 켰다. 바로 재규어의 역작 E타입을 계승한 F타입의 탄생이다.

매끈한 라인이 압권인 F타입은 재규어 역사상 가장 역동적이며 아름다운 2인승 스포츠카로 평가받는다. 이 차는 우주항공 기술에서 사용하는 에폭시 접합과 리벳 본딩 방식으로 작업한 고강도 초경량 알루미늄 모노코크 바디를 채택해 효율성과 드라이빙 성능을 동시에 향상시켰다.

F타입 쿠페와 컨버터블.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F타입 쿠페와 컨버터블.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보닛 위의 재규어 특유의 파워 벌지(Power Bulge)와 조개껍질 형상의 크램쉘 보닛 등으로 재규어 디자인의 정체성을 잘 표현해냈다.

여러 첨단장치들이 장착됐는데, 제동과 정교한 핸들링을 돕는 ‘퍼포먼스 브레이크 시스템’과 주행 안정 장치인 트랙 DSC(Dynamic Stability Control) 모드, 바퀴의 공전을 방지해주는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LSD), 전자식 액티브 디퍼렌셜(EAD) 등이 탑재됐다. 여기에 디지털 사운드 프로세싱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지닌 메리디안의 첨단 오디오 시스템이 웅장한 사운드를 선사한다.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의 작품인 이 차는 ‘2013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5년 6월 출시 예정인 2인승 컨버터블 스포츠카 ‘F-TYPE 프로젝트7’.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2015년 6월 출시 예정인 2인승 컨버터블 스포츠카 ‘F-TYPE 프로젝트7’.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F타입을 넘어선 또다른 F타입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재규어는 역대 재규어 양산 모델 중 가장 빠르고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갖춘 재규어 2인승 컨버터블 스포츠카 ‘F-TYPE 프로젝트7’을 2015년 6월 출시 예정이다.

이 차는 재규어 랜드로버 스페셜 오퍼레이션 팀이 선보이는 첫 번째 고성능 차량으로 모두 수제로 제작된다. 전 세계적으로 250대 미만으로 한정 생산 예정이며, 국내에는 약 7대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5.0ℓ V8 가솔린 엔진은 특별한 튜닝을 통해 최고출력 575마력, 최대토크 69.3kg.m의 강력한 파워를 바탕으로 정지상태에서 단 3.9초만에 시속 100km/h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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