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롯데호’ 새 선장에 이종운 선임… ‘갈매기’ 다시 날게 할까

이용균 기자

중량급 감독 대신 ‘초보’ 선택

경남고 시절 제자 많아 장점“대화 통해 분위기 추스를 것”

구단 내부 갈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프로야구 롯데가 부랴부랴 공석이던 감독 자리에 이종운 주루코치(48)를 선임했다. 이종운 신임 감독은 ‘초보 감독’으로 만만치 않은 숙제를 안고 롯데를 이끌게 됐다.

롯데는 31일 제16대 사령탑으로 이종운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계약기간 3년에 계약금 2억원·연봉 2억원 등 총 8억원의 조건이다.

흔들리는 ‘롯데호’ 새 선장에 이종운 선임… ‘갈매기’ 다시 날게 할까

롯데는 지난 5월부터 시작된 팀내 갈등이 최근 폭발하면서 선수들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구단 프런트 간부가 ‘법적 대응’을 언급하는 등 내홍에 빠져 있다. 선수단 원정 숙소 ‘폐쇄회로(CC)TV 사찰’을 두고 지시 주체에 대한 진실공방도 이어지는 중이다. ‘누가 지시했느냐’에 대한 진실공방은 차치하고라도 구단이 선수들을 감시했다는 사실만으로 구단과 선수 간의 갈등이 증폭돼 있는 상황이다.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신임 감독 선임이 중요했는데, 롯데는 중량급 인사 대신 구단 프랜차이즈 출신의 ‘초보 감독’을 선택했다. 구단은 ‘선수들과 소통을 잘하는 외유내강형 스타일’을 선임 이유로 밝혔다.

이 감독은 1989년 롯데에 입단해 9년 동안 외야수로 뛰면서 2할7푼2리, 9홈런 212타점을 기록했다. 1992년 롯데가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을 때 108경기에 나서 3할1푼4리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그해 세운 3루타 14개는 올 시즌 서건창(넥센)에 의해 깨지기 전까지 한 시즌 최다 3루타 기록이었다.

이 감독은 은퇴 뒤 잠시 롯데 코치를 지낸 뒤 2003년부터 경남고 감독을 지냈다. 고교 전국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했고 2006년 쿠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는 코치로, 2008년 캐나다 애드먼턴 대회에서는 감독으로 우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롯데 코치로 복귀해 3군 수석코치 등을 거친 뒤 시즌 중반부터는 1루 주루코치를 맡았다.

이 감독에 대한 평가는 ‘소통에 능한 좋은 사람’으로 요약된다. 한 야구 관계자는 “사람들과 원만하게 잘 지낸다. 적(敵)이 없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임 양승호 감독이 롯데에서 보여준 스타일과 비슷한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좋은 사람’ 스타일이 체질 개선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시어머니 역할을 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교 감독을 오래 했다는 점에서 젊은 선수들과의 소통 가능성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팀의 젊은 선수들인 이상화·이재곤·신본기·장성우·하준호 등이 모두 이 감독의 경남고 제자들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고교 감독을 거쳐 짧은 코치 경험 뒤 감독이 된 최근의 사례로는 두산 김진욱 감독이 있다. 김 감독은 재임 2년 동안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년째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승부사 기질 부족’을 이유로 경질됐다.

이 감독은 “오전에 구단으로부터 급작스레 전화가 왔다. 경황이 없지만 무엇보다 책임감이 앞선다”며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팀 분위기를 추스르는 것이 중요하다. 뜻을 모아 롯데 자이언츠를 사랑해주시는 팬들에게 다시 다가서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취임식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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