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점퍼 ‘과잠’의 몰락 “돈 없고… 소속감 못 느껴” 티·점퍼 신청 저조

박은하 기자

건국대 2학년 이모씨(20)는 올해 동아리 점퍼를 신청하지 않았다. 이씨는 “한 벌에 5만원인데 비용이 부담되고 입을 수 있는 다른 점퍼도 있으니 굳이 신청할 필요를 못 느꼈다”며 “요즘은 동아리·학과 점퍼를 많이 신청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동기들도 절반 정도는 신청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과 단체 동아리 점퍼는 속칭 ‘과잠’으로 불리며 대학생들의 교복으로 통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13·14학번들은 과잠을 맞추지 않는 분위기다. 가격부담과 과에 대한 소속감이 낮아졌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학과 점퍼 ‘과잠’의 몰락 “돈 없고… 소속감 못 느껴” 티·점퍼 신청 저조

과잠은 새로 맞출 경우 4만~8만원 선이다. 연세대·고려대 점퍼의 경우 중고장터에서도 5만원 선에 거래된다. 2012년 무렵부터 천편일률적인 야구점퍼를 탈피해 호피무늬, 가죽소재, 후드티, 개인 로고 등을 새긴 다양한 스타일의 과 점퍼가 유행했으나 가격은 올라갔다. 과잠 가격을 포함하면 연간 학생회비는 17만~30만원 선까지 높아진다.

한양대 2학년 정모씨(21)는 “과잠을 입으면 소속감도 생기고 대학생이 된 기분을 느꼈지만 솔직히 비용은 부담된다”며 “후배들에게 권하긴 하지만 강요가 돼선 안된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비용 문제를 고려해 2년에 한 번씩만 단체복을 맞추는 학과도 있다.

서울대 3학년 한모씨(21)는 “1학년 때부터 바로 취업을 준비하면서 예전보다 과나 동아리에 대한 소속감이 없어져서 과잠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는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2학년 김모씨(20)는 “대형 강의 수강생 80명 중 2명만 과잠을 입고 있다. 요즘 과잠 입고 다니면 ‘너 옷 없냐’는 말도 듣는다”며 “운동권 느낌이 나서 싫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학과 서열화에 따른 심리적 위축도 과 점퍼를 꺼리는 원인이 된다. 서울의 한 여대 4학년 신모씨(23)는 “의약계열에서는 다들 소속감도 높고 과잠을 자랑스럽게 입고 다니지만 다른 계열에서는 자신의 과를 부끄러워하는 경향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입는 비율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입시 커뮤니티 등에서는 ‘어느 수준의 대학까지 과잠을 입을 수 있나요?’라는 질문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1980년대 대학생들은 농활·MT·축제 등 주요 행사 때 ‘과 티셔츠’를 입었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등 사회적 의미를 담은 구호가 박히기도 했다.

1990년대에도 단합 목적으로 과 티·과 점퍼 제작이 이뤄졌지만 출신 학교를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 학교 밖으로 과티 등을 입고다니는 경우는 드물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커다란 학교 로고가 박힌 과 점퍼를 일상복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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