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사이버 반달리즘(:문화·예술 파괴 행위)” 테러지원국 재지정하나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오바마 소니 해킹 비난 “전쟁 행위는 아니다” 선은 긋지만 가능성 충분 … 테러 의미 확장 여부 주목

소니영화사 해킹 사건이 기존 사이버전의 의미와 테러에 대한 규정을 바꾸고 있다. 지금까지 사이버전은 전력·전산망 등 국가기간시설 마비를 노린 공격을 주로 의미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번 소니 해킹 사건을 ‘국가안보 현안’으로 규정하면서 직접 개입에 나섰다. 사기업의 e메일 유출, 데이터 삭제 등까지 사이버전의 범주에 포함시킨 것이다.

지난 20일부터 하와이에서 2주일간 휴가를 시작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큰 사진)은 21일 CNN 인터뷰에서 북한의 행동을 “매우 값비싼 피해를 입히는 사이버 반달리즘(문화 파괴)”으로 불렀다. 그러나 미국인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전쟁 행위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 사이버 반달리즘(:문화·예술 파괴 행위)” 테러지원국 재지정하나

대신 오바마는 사이버 공격을 테러지원국 지정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 법률적 요건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테러지원국에 대한 매우 분명한 기준을 갖고 있다. 하루하루 언론보도에 기초해 판단하지는 않는다”며 “지금까지 어떤 체계로 운영해왔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 테러의 전통적 의미를 사이버 공격에까지 확장하는 첫 사례가 된다.

하지만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오바마가 ‘비례적 보복’을 다짐한 전날에 비해 비난 수위를 다소 낮춘 것을 비판했다. 그는 CNN에 나와 “미국 경제를 파괴하고 영화 검열 권한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반달리즘이란 말로는 모자란다”고 말했다.

소니사가 영화 <인터뷰> 개봉 취소를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18일 미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의 옥외광고판에서 광고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할리우드 | AFP연합뉴스

소니사가 영화 <인터뷰> 개봉 취소를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18일 미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의 옥외광고판에서 광고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할리우드 | AFP연합뉴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지는 법률적 측면 이외에도 정치적 의지가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법률적 요건만 따르자면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쉽지는 않다”며 “북한의 예상되는 반응과 주변국의 견해 등도 고려해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은 대한항공 격추 사건 직후인 198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가 2008년 6자회담 과정에서 북한에 주는 하나의 카드로 테러지원국 해제를 활용했다.

북한은 이미 제재를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돼도 달라지는 것은 많지 않다. 다만 북한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인민들에게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러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돼야 할 나라’라는 유엔 총회 결의에 이어 테러지원국이라는 오명을 갖게 된다. 북한은 미국 정부의 조사결과가 조작된 것이라며 미국이 대응조치를 취하면 백악관 타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소행이라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발표에도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가들 사이에는 여전히 의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IT 전문잡지인 ‘와이어드’의 킴 제터 선임기자는 “이번 사건의 해커들은 주권국가에 고용된 사이버 전사들이라기보다 핵티비스트의 행태를 더 많이 보여준다”고 했다.

사이버 안보 전문가인 마크 로저스는 “해커들이 남긴 한글은 조사관들을 현혹시키려는 것일 수 있다”며 FBI가 제시한 근거만으로 북한 소행으로 확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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