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나쁠수록 더 잘 팔리는 포터·봉고

김준 선임기자

서민 생계 책임… 현대·기아차 ‘숨은 효자’

‘아버지가 차를 폐차하신단다. 18년 된 현대차 포터. 어지간히 오래도 타셨다. 아버지는 사진도 찍고 눈시울도 붉어지신다. 하긴, 어려운 시절을 저 차와 함께 보냈으니. 전남 여수에 이사와서 단칸방에서 여섯 식구가 지냈다. 연탄가스를 마셔 온 식구가 고생할 때 포터도 함께 있었다. 생각해보면 포터는 우리 가족을 지키는 차였다. 우리 같은 서민한테 저만 한 차가 있을까. 내 나이 벌써 마흔 중반을 넘었는데, 아버지는 다시 포터2를 사셨다.’

네이버의 한 자동차 동호회 회원이 올린 글이다. 글처럼 포터는 자영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위한 ‘서민용 소형 트럭’이다. 1977년부터 생산돼 뉴포터, 포터2로 이름이 바뀌면서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민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봉고(위)·포터

봉고(위)·포터

값도 비싼 편은 아니다. 2.5ℓ 커먼레일 디젤엔진에 6단 수동변속기를 단 포터는 1440만~1809만원, 봉고는 1440만~1936만원에 판매된다.

그랜저와 제네시스, 쏘렌토를 현대·기아차의 ‘효자’ 모델이라지만, 진정한 효자는 포터나 봉고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포터와 봉고는 매년 각각 9만~10만대, 5만~6만대가 팔리는 ‘스테디 셀러’ 모델이다.

같은 효자라도 다른 점이 있다. 그랜저 같은 승용차는 경기가 좋으면 잘 팔리지만 포터나 봉고는 경기가 나쁠수록 더 팔린다. 실직·퇴직자들이 용달업을 하거나 새로 차린 가게 물품을 배달하기 위해 구입하는 것이다.

3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포터는 지난 1월 8860대가 팔려 현대차 모든 모델 가운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봉고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4982대가 팔려 지난해 기아차 최고 인기모델이 된 카니발을 제쳤다. 1월에는 이사 수요가 늘어나는 등 화물 수송량이 많기도 하지만, 그만큼 불황이 깊어졌다는 방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포터는 계약물량이 1만8000대가량 밀려 차량에 따라 3~4개월, 봉고도 1~2개월은 걸려야 인도받을 수 있다”며 “현대차 울산공장과 기아차 광주공장을 최대한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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