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채팅 앱 신종 성매매 장소인가? ‘채팅 앱의 속살’

백철 기자

성매매 관련 혐의 있는 앱 총 717개… 하루에도 수십 개씩 생기고 없어져

“오늘 저랑 만남할 오빠 카톡 추가.”

“야하게 놀래? 틱톡 친추.”

“만남하실 분 추가해주세요.”

“숏 3시간 10장 롱 20장 텔비 포함 어떤 서비스 받으실래요?”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맘껏 즐기고 느끼고 뽀나스도 챙겨가세요.”

스마트폰 스토어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채팅 애플리케이션, 일명 채팅 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말들이다. 스토어에 ‘채팅’이란 검색어를 넣어 보니 수십개의 결과물이 보였다.

종류도 다양하다. 무작위로 상대를 잡아주는 랜덤채팅도 있고, 스마트폰 GPS를 이용해 근거리에 있는 사람을 찾아주는 앱도 있다. 연령이나 지역으로 채팅방이 나뉘어 있는 것도 있고, 하루에 정해진 숫자만큼의 이성과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앱도 있다. 인증된 성인만 입장할 수 있는 것도 있다.

가장 인기가 많다는 랜덤채팅을 설치해 봤다. 다짜고짜 ‘변태놀이’(야한 내용의 채팅을 하자는 것)를 하자거나 ‘야사’(야한 사진)를 교환하자는 요청이 이어졌다. 성매매 업체 관계자로 보이는 이가 불러준 카카오톡 ID를 추가하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의 사진이 떴다. 사진을 구글 이미지 검색해 보니 어떤 쇼핑몰 모델 얼굴이 나왔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실제 사진이 아니라는 뜻이다.

부모 세대, 성매매의 온상이라고 인식

전문가들은 하루에도 수십개의 채팅 앱이 새로 개발되고 없어질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9월 발표된 여성가족부의 2013년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채팅 앱을 포함해 성매매 관련 혐의가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총 717개로 집계됐다.

여성부 실태조사에 참여한 ㄱ교수는 “2개월 동안 했던 실태조사 결과보다 실제로는 더 많은 채팅 앱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는 마켓에 있는 것을 기준으로 조사했지만 실제로는 마켓을 거치지 않고 특정 사이트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직접 앱이 설치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채팅 앱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지만 모르는 사람과 부담 없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일맥상통한다.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이다 보니 평소에 하기 어려웠던 성적인 대화도 비교적 쉽게 진행된다. 자신의 성기 등을 노출하는 일도 쉽게 일어나고, 일부는 만남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런 채팅 앱의 특성 때문에 부모세대에서는 채팅 앱이 청소년 성매매의 온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물론 완전히 근거 없는 걱정은 아니다. 사단법인 푸른아우성은 지난해 8월 18일부터 10일간 8가지 채팅 앱에서 3274개의 쪽지를 받아 분석해본 바 있다. 푸른아우성의 분석에 따르면 전체 쪽지의 3분의 1 이상인 1400여건이 성매매 업체로 보이는 사람들이 보낸 광고 쪽지였다. 600여건은 조건만남(성매매)을 하자는 내용, 500여건은 서로 야한 사진을 교환하자는 것이었다.

오프라인 성매매 업체 단속 이후 PC 인터넷으로 쫓겨났던 성매매 업체들이 스마트폰 성매매에 몰리고 있고, 여기에서 다시 청소년 성매매가 성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지난 4월 17일 경찰청이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성매매 사범 검거 인원은 완만하게나마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청소년 성매매로 단속된 건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남인순 의원실 측은 “과거에 청소년들이 주로 인터넷 채팅을 통해 유입됐다면 현재는 스마트폰으로 이동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채팅 앱에 대한 부모들의 인식은 구체적으로 어떨까. 지난해 9월 푸른아우성은 부모세대와 청소년세대의 채팅 앱에 대한 인식 차이를 조사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년간 오프라인 상담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게시된 글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부모세대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푸른아우성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세대는 채팅 앱을 ‘성범죄’, ‘신종 성매매’, ‘음란물 유포’, ‘성폭행’ 등의 키워드와 연결지었다.

이 때문에 가장 손쉬운 해법으로 청소년과 채팅 앱을 단절시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쓰지 못하게 하거나, 청소년 명의로 등록된 스마트폰에는 특정 애플리케이션이나 사이트에 접근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등의 방식이다.

하지만 현장 성교육 상담가들은 결코 좋은 해법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성교육 상담가이자 웹툰 작가인 이충민 작가는 “채팅 앱에 대한 교육을 받고 난 부모님들이 이게 큰일이다 싶어서 아이들 손에서 스마트폰을 뺏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채팅 앱을 교육시키는 이유는 막연하게 채팅 앱이 무서운 것이라고 볼 게 아니라 정확하게 알고 정확하게 대응하자는 취지다. 스마트폰을 쓰지 못하게 하거나 사용을 제한하는 장치를 걸어두면 결과적으로는 부모와 자식 사이의 소통 단절만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채팅 앱에 대해 전면적으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민홍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3월 11일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개정안은 정보통신망법의 제44조 7에 ‘건전한 성풍속을 해치고 가정 해체를 조장하는 내용의 정보’라는 문구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민 의원실 측은 “애슐리 매디슨이 법안 발의의 동기가 된 건 사실이지만 그 사이트만 타깃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음란한 내용이 오가는 채팅 앱이나 사이트 전반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민 의원의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음란 채팅이나 속옷 판매행위 등도 ‘건전한 성풍속’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도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에 올라온 다양한 종류의 채팅 앱들.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에 올라온 다양한 종류의 채팅 앱들.

규제하기보다 양지로 끌어올려야

사실 일반인들이 ‘성범죄’로 인식하는 것의 상당수는 법률상 처벌 대상으로 보기 힘든 경우가 있다. 일단 간통죄는 위헌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성매매방지법은 직접적으로 성관계를 맺었거나 유사성행위를 한 행위만을 처벌한다. 청소년에게 음란한 행동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면 이 또한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이철민 작가는 “최근에는 청소년들이 자신이 쓰던 속옷을 판매하거나 동영상을 판매하는 일이 많다. 조건만남보다는 죄의식도 덜하고 당장 상품권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확산되는 추세다. 그런데 이런 행위를 성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손지원 이음 변호사는 민 의원의 개정안이 2002년 6월 헌법재판소의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1항 위헌 결정의 취지와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해당 조항은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해서는 안된다’고 되어 있었으나, 헌재는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에서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위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손 변호사는 ‘건전한 성풍속’과 같은 추상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결국엔 굉장히 단속의 범위가 넓어지고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규제될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ㄱ교수는 ”안드로이드 마켓에서는 아직도 누구나 ‘조건만남’이나 ‘애인대행’이란 단어를 검색하는데 아무런 제재도 없고 성인 인증이 없는 앱도 많다“며 최소한의 규제도 없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일선 성교육 상담가들은 채팅 앱을 규제의 대상으로 보거나, 청소년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모두 현실성이 없는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언급한 푸른아우성의 빅데이터 결과를 보면 놀라운 부분이 있다. 부모세대와 달리 청소년들은 채팅 앱에 대해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푸른아우성에서 수집한 빅데이터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채팅 앱을 ‘소개팅’, ‘놀이’, ‘호기심’, ‘재미’ 등의 키워드와 연결지었다.

이충민 작가는 ”청소년에게 있어서 채팅 앱은 일종의 놀이터다. 놀이터에 낯선 사람이 온다고 해서 아예 가지 못하게 하는 게 좋은 해법은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규제가 별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규제 강화는 채팅 앱을 계속 음지에만 머물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오히려 채팅 앱을 양지로 끌어올리고, 청소년들에게 사이버 놀이터에 오는 낯선 이들을 어떻게 상대하는 것이 좋은지를 정확히 가르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꼭 놀이터에 가고 싶어하면 그나마 좋은 사람들이 많은 놀이터를 알려주는 것이 어른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채팅 앱에서 지켜야 할 몇 가지 수칙을 제시했다. 첫째로 중요한 것은 앱 안에서만 놀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앱에서 만난 이에게 자신의 실제 신상, 특히 알몸사진 등을 보내면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실제 상담사례 중에 자신의 벗은 모습을 상대에게 전송했다가 상대에게 협박을 당해서 돈을 뜯기고, 친구들에게 누드영상이 전송되어 이민까지 생각한 중학생이 있었다. 만약 채팅 앱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면 무조건 아이를 나무라기보다는 부모가 끝까지 책임져 주겠다는 믿음을 보이면 아이도 다시 정상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교육 강사인 배유정 교사(울산성문화연구회 전 회장)는 채팅 앱에 대한 문제점으로 ‘청소년 탈선’을 지적하는 시각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배 교사는 ”상담한 청소년들 중에 자신의 부모가 채팅 앱에서 청소년을 꼬시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게 볼 아이는 아무도 없다. 탈선한 청소년들이 채팅 앱을 사용해서 문제인 것이 아니라, 탈선한 성인들이 청소년 성매수를 시도한 것이 문제이고, 이런 관점에서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웹사이트에 올라오고 있는 애슐리 매디슨의 광고.

웹사이트에 올라오고 있는 애슐리 매디슨의 광고.

애슐리 매디슨 이용해 보니…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 피우세요.” 지난 4월 간통죄 폐지 당시 화제가 됐던 애슐리 매디슨의 첫 화면에 오른 문구다. 애슐리 매디슨은 기본적으로 PC로 하는 ‘채팅 사이트’지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채팅 앱’으로서의 속성도 갖고 있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바람을 피우라는 문구 아래에 ‘매치를 확인하세요’ 버튼이 나온다. 버튼을 누르고 성별, 혼인 여부, 성적 지향을 선택하면 바로 가입이 가능하다. 구체적인 신분 인증절차가 전혀 없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대로 신원을 속이고 가입할 수 있다. 또한, 가입할 때 우편번호를 입력하는데 이 주소를 기준으로 근처에 있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일단은 30세 남성 프로필로 가입해 봤다. “은밀한 만남을 가질 수 있는 남성분을 찾아요” “복잡한 거 싫어하는 여자가 즐거운 만남을 찾습니다” 등의 문구가 달린 여성들의 프로필이 나타났다. 채팅 앱처럼 노골적인 문구(조건만남 등)나 사진은 없었지만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사진을 올리는 프로필도 종종 확인할 수 있었다.

일종의 찔러보기인 ‘윙크 보내기’는 무료지만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채팅을 시도하려면 모두 유료 결제를 해야 한다. 최소 결제단위는 200크레딧으로 가격은 8만5000원이다. 메시지를 한 건 보내는 데 5크레딧이 소모되는 점을 감안하면, 메시지 1건을 보내는 데 2000원 이상이 필요한 셈이다. 결제 페이지 한쪽에는 “신용카드 명세서에는 은밀하게 청구내역이 표시된다”는 친절한 안내문도 같이 있다.

온라인으로 나오는 여성 프로필에게 여러 차례 말을 걸었다. 분명 프로필에는 ‘남자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지만 답은 잘 돌아오지 않는다. 여러 차례 실패한 끝에 한 여성 프로필과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서울 남부에 사는 33세 여성이라고 밝힌 ㄴ씨는 “남자친구와 사귄 기간이 길어서 지루하지만 헤어지고 싶진 않다. 가끔 이 사이트를 통해 다른 남자와 한두 번 만나볼 수 있을까 해서 가입했다”고 밝혔다. 잠시 대화를 하던 ㄴ씨는 무료 채팅 사이트로 이동하자며 스카이프 아이디를 알려줬다. 스카이프에서 잡담을 이어가던 ㄴ씨는 화상채팅을 하고 싶으니 아래 주소를 클릭하라고 했다. 클릭해보니 ‘무료 가입’이라며 카드 번호를 입력하라는 창이 떴다. 페이지를 자세히 보니 하단에 아주 작은 글씨로 ‘가입 후 14일 이내에 해지하지 않으면 과금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화상채팅을 거절하자 ㄴ씨는 채팅방에서 나갔다.

ㄴ씨가 실제 평범한 여성인지 업체에서 신분을 속이고 활동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남성이 이곳에서 여성과 어느 정도 대화라도 나누려면 최소한 3만~4만원은 쓸 각오를 해야 한다는 점은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30세 여성 프로필로 아이디를 만들었다. 남성과 달리 여성 프로필을 만들 경우 모든 활동이 무료다. 3분이 채 안되는 사이에 채팅을 요청하는 쪽지가 20여개 도착했다. 남성 프로필일 때 왜 여성 프로필에서 응답을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갔다.

그 중 한 남성과 대화를 해봤다. ㄷ씨는 자신이 **** 사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자신의 전화번호와 카카오톡 아이디를 남겼다. 해당 전화번호로 검색해보니 실제 그 직원의 이름이 나왔다. ㄹ씨는 어느 정도 호감을 표명하자 대뜸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내왔다. ㅁ씨는 자신이 기러기 아빠라서 가입했다며 가끔 이메일이라도 나누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짜로 생성한 위치를 알려줬더니 퇴근하자마자 그쪽으로 갈 수 있다는 사람도 있었다. 체험 과정에서 알게 된 남성들은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등 자신의 신상정보를 처음 보는 사람, 그것도 실제 여성인지 불확실한 사람에게 노출시키는 데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애슐리 매디슨이 무너뜨리고 있는 게 단순한 성도덕만은 아닐 것이라는 두려움이 드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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