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 표준영정22% ‘친일화가’ 작품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역사 인물 72명의 표준영정 가운데 적어도 22%인 16개가 친일행적이 있는 화가의 작품으로 드러났으며, 이들 영정이 교과서나 화폐 등을 통해 널리 소개되고 있어 시급히 교체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위인 표준영정22%  ‘친일화가’ 작품

이 연구소의 이같은 주장은 최근 친일 화가의 작품이란 이유로 논개 영정의 복사본이 시민들에 의해 뜯겨지고, 유관순 영정의 교체가 추진되는 등 역사적 인물 영정의 친일 시비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표준 영정과 친일화가 4인=문광부와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100원짜리 동전에 새겨진 이순신의 표준영정을 그린 월전 장우성 화백은 이순신, 유관순, 윤봉길 등 일본과 맞서 싸운 인물의 표준영정까지 그렸다. 장화백은 이밖에 김유신, 강감찬, 정몽주, 정약용 등 모두 8명의 표준영정을 그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운보 김기창 화백은 일제에 대항한 의병장 조헌을 비롯해 세종대왕, 을지문덕, 김정호, 무열왕, 문무왕 등 6명의 표준영정을 그렸다. 이당 김은호 화백은 율곡과 신사임당의 표준영정을, 현초 이유태 화백은 퇴계 이황의 표준영정을 각각 그렸다.

문화공보부는 1973년 동상·영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표준영정제도를 공식 도입, 교과서 등 출판물과 화폐 등에 역사적 인물의 모습을 통일시켰다.

◇“정신사적 수치”=지난달 19일 서울대 미대 김민수 교수가 “1만원권 및 1,000원권 화폐 인물을 친일파가 그렸다”며 화폐 교체를 주장하면서 표준영정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김교수는 “친일을 한 손으로 위인들의 얼굴을 훼손해서야 되겠는가”라며 “현충사에 있는 이순신의 표준영정이 장군의 기개를 담은 그림인가”라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박한용 연구위원은 “일본의 역사왜곡을 나무라기 이전에 우리 스스로 역사왜곡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술평론가 최열씨는 “작품은 곧 예술가의 혼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반드시 다시 그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충북 천안 사적관리소는 이날 월전이 그린 유관순 영정 사진을 내리고 새로운 화가의 작품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혀 교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관리소 이남동 팀장은 “이를 위해 민족문제연구소에 권오창, 윤여환, 손연칠 등 세 화백에 관한 자료나 의견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해당 화백들의 유족 등은 이견을 나타냈다. 월전미술관 장학구 이사장은 “연구가들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아버지를 모함하고 있다”며 “월전이 친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고 말했다. 운보 갤러리의 박태근 관장은 “운보의 장남인 김모씨는 ‘아버지가 친일을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율곡학회 관계자는 “일제시대 친일을 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며 “이당이 이이와 사임당의 영정을 그릴 당시에는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이었다”고 말했다.

〈심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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