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과 돈

연세대의 친일청산 논란이 ‘돈’ 문제로 비화됐다. 이 대학 교수협의회는 10년 전 일본재단의 지원으로 만든 ‘아시아연구기금’(기금)의 해체를 촉구했다. ‘돈의 성격’이 문제라는 것이다. 일본재단은 설립자가 A급 전범이며 지금도 역사왜곡을 주도하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돈줄일 뿐더러, 새역모의 임원이 이 기금의 임원이라는 것은 ‘친일’이라는 주장이다. 기금측은 ‘돈의 성격보다 어떤 활동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반박한다. 요컨대 ‘돈의 성격’이냐, ‘돈의 활용’이냐의 논란이다.

일본재단 지원금 논란은 새삼스럽지 않다. 연세대가 기금을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킨 데는 ‘돈의 성격’에 대한 반발을 무시할 수 없지만 한푼이 아쉬운 마당에 ‘돈의 활용’이란 유혹도 뿌리칠 수 없었을 터이다. 고려대도 1987년 10억원을 받아 장학금을 운영했다고 하니 지난 30여년간 대학과 학회 등 국내 학계가 일본재단의 돈을 알고도 쓰고 모르고도 받았던 셈이다.

우리의 주된 관심은 일본재단의 돈과 ‘친일’ 논란에 있지 않다. 대학과 돈의 관계가 초점이다. 연세대가 일본재단의 돈을 받은 시점은 대학발전기금 경쟁이 시작되던 무렵이다. 당시 송자 총장은 재임 중 1천5백억원을 끌어들여 ‘모금 총장’ 시대를 열었다. 이후 발전기금 모금은 대학마다 사활적으로 끌어안는 신주단지가 됐다. 총장의 능력은 모금력으로 측정될 정도다. 모금을 위해 서울대 총장은 폭탄주도 마다않고, 고려대 총장은 포도주 1만병을 돌리는 웃지못할 일화를 웃으면 들어야 하는 게 요즘 세태다.

하버드의 발전기금(2백억달러)에 비하면 서울대는 100분의 1에 불과하다. 효율과 경쟁이 화두인 교육개방시대에 대학마다 재원조달은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모금과 생산성에 휘둘려 대학이 진실과 역사를 경시하고 돈에 속박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연세대의 기금 논란이 대학과 돈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Today`s HOT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