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항의 엇갈린 ‘가자철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 하루 전인 14일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저녁 예배를 드리기 위해 가자지구 남부의 한 유대인 정착촌 교회당에 모여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 하루 전인 14일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저녁 예배를 드리기 위해 가자지구 남부의 한 유대인 정착촌 교회당에 모여 있다.

‘멈춤! (이스라엘인의) 가자지구 출입 및 체류는 법으로 금지돼 있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정착촌 철수가 시작된 15일 0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관문에 안내문을 내걸고 출입통제를 시작했다.

8,500명 정착민들은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오렌지색 리본을 이삿짐 트럭에 달고 떠났거나 떠날 채비를 했으나 일부는 철수에 반대하기 위해 가자로 잠입한 5,000명 시위대와 함께 버텼다. 철수기한인 17일 이후 강제퇴거가 시작되면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 군은 정착촌 가옥을 돌며 일일이 ‘퇴거 명령서’를 전달했다. 하지만 여러 마을에서 출입을 저지당했다. 특히 가자 내 최대 정착촌인 네베 데카림의 주민과 시위대는 바리케이드를 치고 주요 도로를 점거한 채 수백명의 군경을 향해 “명령에 불복종하라”며 구호를 외쳤다. 이스라엘 군은 이후 다른 길로 진입하려 했지만, 주민들은 인간띠를 형성하고 타이어를 태우며 저항했다. 일부 청년이 군 차량에 불을 지르기도 했지만, 시위는 대부분 평화적으로 이뤄졌다.

구쉬 카티프의 한 정착민은 “아리엘 샤론 정권은 이 땅을 우리에게서 빼앗을 수 없다. 물과 식량이 바닥나도 계속 이곳에 머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네이 탈의 정착민 페샤흐 에이스먼(63)은 “팔레스타인 테러리즘에 굴복해 가자지구를 내주면 유럽과 미국 등지의 다른 테러단체에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령서를 전달하는 군인에게 울며 매달리는 정착민들도 목격됐다.

샤울 모파즈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가슴이 아프지만 이스라엘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포기하기는 1967년 3차 중동전쟁으로 점령한 지 38년 만이다.

○…가자시티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축제분위기다. 이슬람지하드 지지자들이 공중에 축포를 쏘는 가운데 10대들은 길가는 사람들에게 사탕을 나눠줬다. 도시 곳곳에서는 ‘저항의 승리’라고 적힌 하마스의 초록 깃발이 나부꼈다. 팔레스타인 공무원인 하킴 아부 삼라(47)는 “정착촌 때문에 가까운 거리도 여러 시간을 돌아가야 했지만, 이제는 자유로워졌다”고 기뻐했다. 그는 “내 부모 소유의 땅에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농사를 지어 재산을 도둑맞는 기분이었지만, 이달 내로 철수가 완료되면 잔치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천명의 팔레스타인 경찰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유대인 정착촌에 접근, 보복하지 못하도록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가자지구 철수가 공식 시작되는 시점인 8월 15일 0시를 막 넘긴 뒤 “진입금지, 가자지구에 진입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됐다”는 푯말이 걸렸다.

가자지구 철수가 공식 시작되는 시점인 8월 15일 0시를 막 넘긴 뒤 “진입금지, 가자지구에 진입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됐다”는 푯말이 걸렸다.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면 이 지역 치안을 맡게 될 팔레스타인 보안군이 이스라엘 정착촌 이웃마을에서 환호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면 이 지역 치안을 맡게 될 팔레스타인 보안군이 이스라엘 정착촌 이웃마을에서 환호하고 있다.

〈최민영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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