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장스님의 ‘육신 보시’에 담긴 뜻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이 법구(法軀·시신)를 사회에 보시하고 떠났다. 생명나눔실천본부를 이끌었고 자신도 사후 시신기증을 서약한 스님의 유지를 조계종이 받든 것이다. 조계종에서 큰 스님이 입적한 후 다비식(화장)없이 시신이 장기기증과 연구를 위해 회향(回向)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각박하고 메마른 현실에서 세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자비의 법문이다.

총무원장으로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보였던 법장스님은 장기기증 운동을 펴는 생명나눔실천본부를 설립했다. 스님도 사후 각막기증과 뇌사시 장기기증, 사후 시신기증을 서약했다. 스님은 “육신은 어차피 흙으로 돌아가니 내 몸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쓸 수 있으면 좋은 일 아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나에게 바랑이 하나 있는데 담아도 담아도 넘치지 않고 주어도 주어도 비지 않는다’는 스님의 마지막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는 것 같다.

조계종의 ‘다비식 없는 첫 영결식’ 결정이 수월치는 않았을 것이다. “불경(不敬)이고 예의가 아니다”라는 반대와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당연히 그럴 만하다. 하지만 마지막 시신마저 중생에게 남기고 떠나겠다는 스님의 유지를 따르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불교의 자비와 보살행의 의미를 드러낸 결정이라고 본다.

장기기증 문제는 불교에서 말하는 생로병사 고(苦)의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요즈음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서약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장기이식을 고대하는 환자들이 더 많다. 역이나 터미널 화장실에 붙은 ‘신장 3천만원, 간 8천만원’ ‘간·신장·눈 상담’ 스티커는 우리 사회의 비인간적인 황량함을 한눈에 보여준다.

장기기증은 죽어가는 생명을 살린다. 법장스님의 ‘생명의 문화’ 유지가 우리 사회에 널리 확산되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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