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기장의 휴대폰 사용, 안전불감증(?)읽음

‘시속 300㎞ 속도로 달리는 고속열차에서 기장이 휴대폰 통화를 하고 있다면 이 사실을 안 승객들의 반응은 어떨까.’

서울 도심을 빠른 속도로 빠져 나가는 KTX의 모습.

서울 도심을 빠른 속도로 빠져 나가는 KTX의 모습.

최근 한국철도공사에 대한 국정감사를 마친 열린우리당 모 의원은 KTX 기장들의 운행중 휴대폰 사용이 일반화돼있다는 사실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KTX 기장들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토록 무전설비가 구비돼 있음에도 휴대폰 사용이 빈번한데다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철도공사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게 보다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공사는 기장들의 휴대폰 사용을 ‘운전정보교환’이 규정한 ‘기관사의 운행시 통신기구 사용’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KTX에 구비된 무전기의 통신 방식은 크게 근거리(VHF) 방식과 광역통신(TRS) 방식으로 나뉜다. 근거리 방식은 열차 운행시 전·후 열차와의 통신에 주로 이용되며 광역방식은 운행중인 전체 KTX 기장들이 고유채널을 이용해 각자 의사소통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근거리 방식은 거리 등에 제약을 받고 채널이 하나인 광역 방식은 두 명의 기장이 통신할 경우 다른 기장들의 통신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점에서 큰 맹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휴대폰 사용이 불가피하며 업무 편의와 안전도 향상을 위해서도 휴대폰 사용이 오히려 무전기 사용보다 낫다는 게 공사측의 입장이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기장들의 휴대폰 사용은 업무 편의와 운행의 효율적인 측면에서 KTX 운행 초기부터 보편화 돼 왔다”며 “또한 사적인 전화를 배제하고 긴급한 상황에서만 휴대폰을 사용하도록 기장들에게 교육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현재 전체 253명의 KTX 기장들에게 월 1만원의 휴대폰 통화비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운행 중 기장들이 사적인 전화를 하지 않더라도 걸려오는 외부 전화에 짧게는 단 몇 초라도 응해야 한다는 사실에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특히나 휴대폰 사용은 운전부주의를 유발시켜 자칫 크나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4월에는 KTX 기장이 휴대폰 통화를 하다 운전부주의로 열차가 정지, 약 4분간 지연된 사실이 최근 국감에서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또 같은 해 KTX에 동승한 프랑스 기술전문가가 기장이 운행 중 휴대폰 통화를 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보고서에 기장들의 근무기강 해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경우 TGV 기장은 운행중 휴대폰을 꺼야 하며 긴급상황 발생에 한해 자신이 직접 전화를 걸 수 있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여기에 공사가 KTX의 ‘1인 승무원 체제’를 올해부터 본격 시행 중에 있어 이러한 규제 강화와 시스템 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공사 고속사업단 관계자는 “사적인 전화가 걸려올 경우를 대비해 발신만 가능한 휴대폰을 지급하는 등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며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무전 통신장비의 개선과 휴대폰 수신 제한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칸 안광호기자 ahn7874@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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