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쓰는 만큼 세금은 내지 않는 자영업자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이 소비는 많이 하면서도 세금은 근로자 가구의 절반도 내지 않는 사실이 통계청 자료를 통해 또 다시 확인됐다. 올들어 9월까지 자영업자들은 월 평균 2백19만9천원을 소비하면서도 세금은 4만5천원을 내는 데 그쳤다. 반면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백9만6천원으로 자영업자보다 적으나 세금납부액은 10만4천원으로 훨씬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영업자와 근로자의 소비 및 세금납부 현황을 비교할 수 있는 자료는 이전에도 공개된 바 있다. 그 추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엇비슷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말로는 자영업자들에게 세금을 제대로 물릴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하면서도 공염불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월급쟁이들의 소득은 ‘유리알 지갑’으로 불릴 만큼 모든 게 투명하게 드러나게 돼 있다. 반면 자영업자들은 얼마를 벌어 어떻게 쓰고 있는지조차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장부를 쓰는 자영업자가 50%에 미치지 못하는데다 여전히 현금 거래 비율이 높아 소득파악률이 낮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앞에서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기본 원칙이 철저히 부인당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소득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으면 그 여파는 세금에서 그치지 않는다. 건강보험·국민보험 등 사회보험 납부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때마침 정부는 고소득 전문직의 소득파악률을 높이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연내에 세원관리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한다.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고 있는 만큼 이번에야말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일단 갖게 한다. 정부는 세수가 부족하다고 소주 관련 세금을 올릴 생각이나 할 것이 아니라, 소득에 비해 세금은 턱없이 적게 내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서 세금을 제대로 거둘 수 있도록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다.

- 대한민국 새신문!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Today`s HOT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황폐해진 칸 유니스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