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딩중입니다...

홈으로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문재인 정부 ‘싱크탱크’, 집권 4년 성적표는

02

‘노동·경제·사회’로 뭉친 싱크탱크에서
줄어드는 ‘노동·최저임금·분배’ 연구

국책연구기관은 사회 현안을 진단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하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적절성을 검토하고 효과를 측정한다.

‘연구의 독립성’은 국책연구기관의 핵심 가치다. 독립성은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정책 연구의 전문성을 높이고, 우수한 인력을 국책연구기관으로 끌어올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위치한 세종국책연구단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위치한 세종국책연구단지

1999년 정부 부처에 속한 연구기관들을 경제인문사회연구회로 옮기고, 대통령이 아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회가 기관장을 선임토록 한 것도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그럼에도 국책연구기관은 특성상 때때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는 기관 안팎의 압력을 받는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은 사실상 대운하 사업’이라고 폭로했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김이태 박사의 양심선언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 성향이나 인적 네트워크는 직·간접적으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에 영향을 미친다.

문재인 정부에서 늘어난 연구와 줄어든 연구는 무엇일까. ‘노동·사회·경제’ 분야 지식인들의 인맥이 장악한 네트워크를 보면 고용과 노동, 임금과 소득재분배 연구가 왕성했을 것 같지만 현실은 달랐다.

국가정책연구포털을 통해 대표적인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노동연구원, 국토연구원이 2010년 이후 발간한 모든 연구보고서 1857건(영문 보고서 제외)의 제목과 초록을 뽑아서 키워드를 추출했다.

‘연구’, ‘분석’ 등 의미 없는 단어를 제외하고 많이 나온 단어들은 ‘고용(2565회)’, ‘산업(2527회)’, ‘기업(2280회)’, ‘소득(1486회)’, ‘근로자(1088회)’ 등이었다.

정권 초기 131회 언급된 ‘임금’ 작년에는 13회

박근혜 정부 4년(2013~2016)과 문재인 정부 4년(2017~2020)을 비교해 보면 ‘근로자(노동자)’에 대한 언급은 463회에서 196회로 267회 줄었다. ‘고용’에 대한 언급은 693회에서 528회로 165회 줄었다.

지난 정부보다 총량은 적은, 언급 횟수 줄어드는 키워드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언급량이 줄었고 언급 횟수도 하향세인 키워드

‘시장’(-97), ‘임금’(-149), ‘일자리’(-38), ‘노동시장’(-46), ‘취업’(-63), ‘계층’(-91), ‘복지’(-83), ‘빈곤’(-49) 같은 키워드들도 박근혜 정부에 비해 줄었고,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임금’의 경우 2017년에는 131회 언급됐지만 2020년에는 13회밖에 나오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보다 늘었지만…작년 1회 언급된 ‘최저임금’

박근혜 정부에 비해 언급량이 늘어나긴 했지만 최근 들어서 급감하고 있는 키워드도 있었다.

지난 정부보다 (총량은) 많은, 언급 횟수 줄어드는 키워드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언급량은 늘었지만 최근에 언급 횟수가 하향세인 키워드<

‘노동’은 2017년 146회에서 2020년 48회로, 같은 기간 ‘분배’는 40회에서 1회로 줄었다. ‘최저임금’은 박근혜 정부에 비해 62회나 언급량이 늘었지만 2017년 47회, 2018년 62회 언급됐던 것이 2020년에는 1회로 감소했다.

언급량 감소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국책연구기관이 연구에 나설 만큼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거나, 상황이 개선돼 정책연구의 초점을 다른 문제로 옮겨갔을 수도 있다. 최저임금을 다룬 보고서는 줄었지만, 그 보고서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는 반박도 가능하다. 덮어놓고 ‘외압’을 지목하기엔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다는 뜻이다.

달리 볼 여지도 충분하다. 최저임금 관련 연구는 집권 3년차인 2019년 급감했다. 같은 해 문 대통령이 “(취임 후) 3년 내에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고 선언하면서 대선 공약은 무산됐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출범한 현 정부에게 노동·일자리, 빈곤의 문제가 ‘아픈 손가락’이라는 평가도 있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노동·경제 정책이 취지와 달리 역효과 논란으로 이어진 탓에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정부보다 (총량이) 많고, 언급 횟수 늘어나는 키워드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언급량은 늘었지만 최근에 언급 횟수가 하향세인 키워드<

박근혜 정부에 비해 늘어나고 최근까지도 상승세에 있는 키워드는 ‘주거’, ‘플랫폼’, ‘도시재생’ 등이었다.

‘도시재생’이나 ‘부동산’의 경우 정부의 주요 정책 사안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같은 점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국책연구기관은 지향보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려야 한다”며 “정책의 예상효과와 집행 결과, 현재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와 대비책 등을 진단하고 제시해야 하는데 정부 정책을 잘했다고 하는 게 국책연구기관의 역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싱크탱크 연결망의 ‘노동·사회·경제’ 집중과 국책연구의 ‘고용·노동·임금·분배’ 감소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공직에 뛰어든 지식인들이 만들고 싶었던 한국 사회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문재인 정부 ‘싱크탱크’

다음 챕터를 이어서 읽어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