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글렌데일시 시장 만난 계성고 학생들 “‘평화의 소녀상’ 설치, 아픈 역사 관심 가져줘 감사”

강은 기자

‘소녀상 지킴이’ 동아리 회원들

카사키안 시장에 감사장 전달

위안부 피해 관심 갖고 활동

“국내외에 바른 사실 알려야”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분수마루 앞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 시장(앞줄 맨오른쪽)에게 감사장을 전달한 계성고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학생들. 뒷줄 왼쪽부터 이유나, 양다연, 김동현, 전고은, 정누리(1학년)와 이연수, 고서연(2학년). 성북구 제공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분수마루 앞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 시장(앞줄 맨오른쪽)에게 감사장을 전달한 계성고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학생들. 뒷줄 왼쪽부터 이유나, 양다연, 김동현, 전고은, 정누리(1학년)와 이연수, 고서연(2학년). 성북구 제공

서울 계성고 학생들은 지난 21일 손글씨가 적힌 부채를 들고 성북구 분수마루 앞에 모였다. 기말고사가 6일밖에 안 남았지만 이들에게는 시험공부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은 해외 최초(2013년)로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의 알데시스 카사키안 시장이 서울 성북구의 초청을 받고 방한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성북구는 글렌데일시와 2015년 우호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날 7명의 계성고 1, 2학년 학생들은 카사키안 시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져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이날 대표로 감사문을 낭독한 고서연양(17)은 이날 인터뷰에서 “몇 년 전부터 선배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을 한 경험이 꾸준히 쌓이다 보니 학생들 전반적으로 이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면서 “1년에 한 번 모집하는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동아리 활동도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계성고의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동아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모여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토론을 진행하고 각종 캠페인을 기획한다. 2020년 독일 베를린에 있는 소녀상이 철거 위기에 놓였을 당시 독일 시민사회를 응원하는 손편지 캠페인을 주도했다. 인근 학교와 주민도 이에 동참해 총 3600여 통의 편지가 모였다.

지난해 3월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가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망언을 담은 논문을 발표해 논란이 됐을 때는 이를 규탄하는 피케팅도 진행했다.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는 학생들은 주로 방송 매체를 통해 뉴스·영화를 보거나 가족 등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깊어졌다고 했다. 고양에겐 중학생 시절 ‘위안부’ 할머니의 미 의회 피해 증언 과정을 그린 영화 <아이캔스피크>를 봤던 게 큰 계기가 됐다. “제가 그 영화를 세 번이나 봤거든요. 세 번째는 안 울었지만 앞에 두 번은 모두 울었어요. 고등학교에 와서 소녀상 지킴이단을 모집한다는 얘기를 듣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들었죠.”

그는 얼마 전 한국의 극우단체 ‘위안부사기청산연대’가 오는 25~30일 베를린을 직접 방문해 시 당국에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기로 한 데 대해 “매우 부끄럽다”고 했다.

“그분들이 대체 뭐 때문에 사실을 잘못 알게 되고 그런 행동까지 하게 된 것인지 궁금했어요. 한편으로는 같은 한국인으로서 저도 반성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우리의 아픈 역사가 국내에서조차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거잖아요.”

그러면서 “청소년이 쉽고 친근하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몇몇 ‘위안부’ 관련 교육이 있지만 다 어른들 시선에만 맞춰져 있는 것 같아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강연이 종종 열리면 어떨까요?”

그는 “대표로 감사장을 낭독할 때 너무 긴장되고 부담감이 들었다”고도 했다. “저희는 진심이지만 누군가는 ‘애들이 관심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나’란 생각을 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더 당찬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웃음).”

그는 “운 좋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데 책임감을 느끼고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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