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없는 일상으로…“숨통 트일 것 기대” “재감염 우려”

박용근·백경열·박하얀·조해람·민서영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를 하루 앞둔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이 나들이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를 하루 앞둔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이 나들이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제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18일부터 모두 풀린다. 이에 따라 사적모임 인원과 식당·카페 등 영업시간 제한도 없어진다. 행사·집회는 인원 제한 없이 열 수 있게 되고, 영화관·공연장내 취식도 가능해진다.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펜데믹 사태를 ‘엔데믹(풍토병)’ 체제로 전환하면서 일상회복을 시도하는 것이다. 17일 신규 확진자 수는 9만3001명으로, 일요일 기준으로 9주 만에 10만명 밑으로 내려갔다.

식당들은 벌려놓은 식탁 간격을 다시 조정하며 거리두기 없는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전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은진씨(52)는 “3년 전에만 해도 감염병이 이렇게 오래 지속되리라곤 예상치 못했다”며 “종업원을 다 내 보냈다. 간신히 지탱은 해 왔지만 빚 갚을 엄두를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면 우리 같은 영업장이 가장 큰 매출상승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대구에서 음식점을 차린 김모씨(39)는 식당 문을 연 날보다 닫은 날이 많을 정도였다. 거리두기를 모두 푼다는 소식에 그는 식재료 주문량을 2배 정도로 늘렸다. 아르바이트생 모집 공고도 냈다. 김씨는 “다소 숨통이 틔일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나와 비슷한 처지의 자영업자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의 한 고깃집 종업원 이영아씨(59)는 “그간 힘들었는데 풀리는 건 희소식”이라며 “직원 2~3명이 휴직하고 있었는데 차차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식당은 18일부터 24시간 운영을 한다. 이씨는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기존의 5분의 1 정도밖에 안 됐고 임대료 부담도 컸다”면서 “아직 마음을 놓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손님과 직원들 모두 서로 조심해야 경제가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인건비를 추가 지출할 여력이 없어 단축 영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업장도 있었다. 12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김동욱씨(43)는 “사람 하나 더 쓸 여력이 없어 내일도 밤 10시까지만 운영할 계획”이라며 “사람들이 이미 (거리두기에) 익숙해져 (밤에) 카페에 안 온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이나 신촌 등지에는 여전히 ‘임대 문의’라고 써붙인 가게들이 즐비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를 결정한 지난 15일 저녁 서울 홍대거리가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를 결정한 지난 15일 저녁 서울 홍대거리가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체계도 코로나19 이전의 모습과 가까워지고 있다. 코로나19 검사·진단도 다른 질환처럼 민간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며, 지정 병상과 생활치료센터 병상은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방역당국은 오는 25일 고시 개정을 통해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1급에서 2급으로 낮출 예정이다.

2020년 2월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438개 병상을 모두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하다 최근 전담 병상 수를 231개로 줄였다. 의료진들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입었던 레벨D 방호복을 벗고 비교적 간단한 수준의 보호복을 입고 환자를 돌본다. 정정옥 수간호사는 “의사, 간호사 할 것 없이 너무 지쳐있다”며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고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위중증도나 사망률이 낮아지긴 했지만 생활방역 수준은 유지해야 할 것 같다”면서 “마스크 쓰기나 손씻기, 예방접종 등 기본 수칙만 지켜도 코로나가 계절독감 수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10만명 안팎의 확진자가 매일 나오는 상황에서 방역조치를 전면해제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전히 10만명대 확진자가 나오는데 일상회복을 한다니 우려스럽다”며 “만약 재유행을 하게 될 경우 상당히 빠르게 확진자가 늘고 대응체계가 쉽게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 재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학원생 윤세정씨(25)는 “다중이용시설에 사람들이 편하게 가고 대면 만남도 잦아져 기대된다”면서도 “기저질환자 위험이 남아있고 재감염 확률이 적지 않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씨(30)도 “자영업자들이 초토화된 상황에서 거리두기 완화가 정책적으로 의미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감염병 국면이 펼쳐졌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로드맵이 확보된 것인지, 또다시 가장 아래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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