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고 메이크업, ‘웃음꽃’ 핀 의료인들

민서영 기자

코로나로 지친 서울의료원 의료진에 화장품 업체가 선물

화장법 상담에 조별 실습까지…참석자들 모처럼 ‘생기’

“마스크에 화장품이 덜 묻어나게 하는 법은 없나요?” “픽서 써주시면 생각보다 효과가 되게 좋아요. 베이스 메이크업이랑 색조 끝나고 한 번 더 뿌리면 잘 안 무너져요.”

21일 서울 중랑구의 서울의료원 대강당. 마스크에 흰 가운, 수술복 차림의 의료진과 아티스트 사이에 열띤 ‘메이크업’ 질문이 오갔다. 차트와 체온계를 내려놓고, 이날만큼은 파운데이션 쿠션과 브러시를 집어들었다.

이날 열린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는 아모레퍼시픽이 한국유방건강재단과 함께 2008년부터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진행해 온 행사다. 젊은 유방암 환자들이 암 치료 과정에서 겪는 갑작스러운 외모 변화에 좌절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캠페인이다. 그간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으로 하다 거리 두기가 해제된 올해 특별히 코로나19로 지친 의료진을 찾았다. 마스크와 방호복 차림으로 환자들을 돌보며 ‘번아웃’(정신·육체적 소진)이 온 의료진에게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취지다. 서울의료원은 코로나19 유행 초창기인 2020년 2월부터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돼왔다.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 유행 등 수많은 위기 속에서 1000여명의 의료진이 최전선에서 싸웠다. 지난달 20일 2년3개월 만에 전담병원 지정이 해제되고 정상 진료가 재개됐지만, 감염 위험을 막기 위해 의료진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일반 환자들을 보고 있다.

이날 제일 많이 나온 질문도 ‘여름철 마스크 메이크업 팁’ ‘마스크에 화장품 덜 묻어나는 법’ 등이었다. 모델로 나선 한 의료인의 시연을 시작으로 ‘무너지지 않는’ 피부 화장 교육이 진행됐다. 간호사 한소희씨(25)는 “코로나 때문에 화장을 안 하게 되니까 화장하는 감을 잃어버리고 얼굴이 너무 이상하게 느껴져서 (화장법을) 배우고 싶었다”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씨가 깜짝 등장하자 놀란 의료진의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교대 근무를 하며 생긴 다크서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자 “컨실러를 사용해보라”는 이씨의 조언이 돌아왔다. 이씨는 참석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하는 일은 메이크업을 더 쉽고 재밌게 알려드리는 건데 저에 비해 너무 큰 일을 하고 계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전체 시연이 끝나고 아티스트 한 명당 참석자 6명씩 조를 이뤄 실습이 시작됐다. 그간 바쁘게 일하며 인사 한 번 나누지 못한 동료들과 통성명을 끝내고, 한 명씩 의자에 앉아 메이크업을 받았다. 동료가 들어 보여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기도 했다.

코로나 전담병원이었던 서울의료원은 유독 의료진이 ‘우주복’(방호복)을 입고 코로나 환자들을 돌보느라 고충이 컸던 곳이다. 확진자가 폭증한 3월부터 이곳에서 의사 인턴 생활을 했다는 윤지영씨(30)는 “커피차, 간식차도 받아봤는데 이런 것까지 해주시니까 되게 감사하다”며 “비현실적이고 감격스럽고, 그냥 지금 여기서 마스크 내리고 메이크업 받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신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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