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늑장 대응

“이 물질 알면 살균제로 쓸 생각 못 해”

이효상 기자

CMIT·MIT 개발 제조사 롬앤하스코리아 전 대표 인터뷰

롬앤하스의 CMIT·MIT 특허자료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롬앤하스의 CMIT·MIT 특허자료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1990년대 중반에 한국 업체가 CMIT·MIT를 가습기 살균제로 쓰겠다며 구입을 문의해 온 적이 있어요. 우리는 그런 용도로 쓰면 안된다며 팔지 않았죠.”

롬앤하스코리아 대표를 지낸 ㄱ씨는 25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롬앤하스는 1960년대 세계 최초로 CMIT·MIT를 개발한 원조 제조사다. SK케미칼의 전신인 선경인더스트리는 1992년 이 살균제를 개발하고 “세계 2번째”라고 홍보했다. 1996년 롬앤하스는 미국 법원에 SK케미칼을 특허권 침해로 고소했다. 롬앤하스가 특허를 보유한 CMIT·MIT 제조 과정을 SK케미칼이 따라했다는 것이 주요 쟁점이었다. SK케미칼은 롬앤하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물질을 제조했다고 강조했지만, 합의금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롬앤하스와 합의했다. SK케미칼은 이 물질을 희석시켜 가습기 살균제로 썼다.

ㄱ씨는 “그 물질을 알면 가습기 살균제로 쓰겠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며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보면, ‘해저더스(hazardous·위험한)’라고 써 있잖아요. 피부에 닿으면 피부가 빨갛게 부풀어오르고 흡입하면 위험하다는 치사량도 적혀 있다”고 말했다.

롬앤하스 직원들은 CMIT·MIT를 다룰 때면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특수 고무장갑을 끼고 방독면을 썼다. 롬앤하스의 독성 부서는 1984년 이미 CMIT·MIT의 독성을 연구한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물질의 주요 판매 용도는 공업용이었다. 애초 농약에 쓰기 위해 개발된 물질이지만, 1980년대 공업용으로 전환하면서 판매량이 늘고 재조명됐다. 주로 냉각수 탱크에서 박테리아 등을 없애는 용도로 사용됐다.

극미량의 CMIT·MIT는 샴푸나 린스 등 사용 후 씻어낼 수 있는 제품에도 사용됐다. ㄱ씨는 “샴푸 등이 썩는 걸 방지하기 위해 사용됐는데 씻어낼 수 있는 제품에만 사용하도록 제한했고, 로션 등에는 쓰지 못하게 돼 있었다”고 말했다.

ㄱ씨는 롬앤하스에서는 가습기 살균제가 개발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세계에 퍼져 있는 롬앤하스 지부별로 새로운 제품 개발 아이디어가 몇 백개씩 올라오면 3~4단계에 걸쳐 타당성을 평가했다. 가습기 살균제 아이디어가 있었다면 1단계인 안전성 검증에서부터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SK케미칼이) 그때 당시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리스크 평가를 제대로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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