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혜 폴리텍대 교수 인터뷰
“용접을 배우려는 여성은 많이 늘었는데, 아직도 작업복이나 장비는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쉬워요. 교수로서 저 역시 고민이 큽니다.”
한국폴리텍Ⅱ대학 남인천캠퍼스에서 만난 박은혜 교수(사진)는 살짝 색바랜 예전 회사의 청재킷을 입고 있었다. 언제든 현장으로 뛰어갈 듯한 모습이었다. 2004년 국내 최초로 ‘여성 용접 기능장’을 따낸 박 교수는 “늘 혼자였지만 용접 일 자체를 좋아해서 지금껏 버틸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여성들이 갈 현장은 성별 구분 없이 실력을 잘 발휘하는 곳이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지금보다 훨씬 남성 중심적이던 공장에서 박 교수는 “재수 없게 여자가 왔다”며 다른 작업자가 뿌린 소금을 맞는 설움을 겪었다. 용접 기능장이 된 후에도 ‘유일한 여자’로서 끊임없이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좋은 결과를 내보여야 했다. 그래서 젊은 나이에 용접의 세계로 뛰어들려는 후배들을 보면 고마움과 씁쓸함이 공존한다.
학생을 가르치는 그에게도 작업복은 골칫거리다. 학교에선 시판 작업복을 대량 주문해 나눠주는데, 기본적으로 남성용밖에 없어서 여학생들은 난처할 때가 많다. 그는 “여전히 고무줄을 끼우거나 세탁소에서 수선하는 등 사이즈의 문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현실”이라며 “분명 수요가 있는데도, 좋은 작업복을 줄 수 없어 선배이자 여성으로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드론을 띄우고 기술이 발전해도 뿌리산업에 대한 지원은 그대로”라면서 “개개인에게 맞는 옷과 안전장비를 주려면 충분한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 용접공에 대한 여전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려면 숫자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용접은 성별 상관없이 개인에 따라 실력 차가 뚜렷해요. 그래서 더 많은 여성이 용접에 관심을 두고, 더 부지런히 현장으로 가면 좋겠어요. 한 명이 두 명, 네 명으로 점점 늘어나면 결국 서로에게 힘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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