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시리아군, 어린이를 탱크 앞에 태워 인간방패로 삼아”

최희진 기자

시리아 정부군이 13세 이하 어린이들을 인간방패로 이용하거나 가둬놓고 고문했다는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 아동과 무력분쟁에 관한 사무총장 특별대표실은 11일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고 “시리아처럼 충격적인 상황은 다른 지역에선 보지 못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아동과 무력분쟁에 관한 사무총장 보고서’를 보면 시리아군은 지난 3월9일 이들립 지역의 한 마을을 공격하러 갈 때 8~13세 어린이들을 집에서 강제로 끌어내 탱크 앞에 태웠다. 반군이 공격하지 못하도록 인간방패로 쓴 것이다. 군인들을 비롯해 정보기관 요원들과 친정부 민병대 ‘샤비하’도 어린이를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 이들 세 집단은 어린이를 가둬놓고 때리거나 담뱃불로 살을 지졌다. 굵은 전선으로 채찍질을 당하거나 전기충격을 받은 어린이도 있었다. 시리아군은 학교와 병원도 포격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라디카 쿠마라스와미 특별대표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시리아 어린이들에게 ‘인간방패로 이용됐다’는 증언을 확보했고 몸에 고문 흔적이 있는 어린이들을 직접 만났다”며 “어린이를 죽이거나 그 신체를 훼손하는 건 전투 상황에서조차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반정부 자유시리아군이 어린이들을 징집한 사례도 처음 밝혀냈다. 쿠마라스와미 특별대표는 “이 어린이들은 반군에서 의료와 관계된 일을 했다”며 “전투와 무관한 업무일지라도 어린이를 동원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이 밖에도 세계 각지의 분쟁 현장에서 벌어지는 어린이 대상 범죄를 고발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선 2011년 한 해 동안만 어린이를 자살폭탄으로 활용한 경우가 각각 11건씩 있었다.

어린이들은 자기 몸에 폭발물이 장착돼 있는지도 모른 채 희생됐다.

쿠마라스와미 특별대표는 “2011~2012년 어린이 대상 범죄를 저지른 분쟁지역 단체는 시리아와 예멘, 수단의 신규 단체 4곳을 포함해 52개로 집계됐다”며 “이 가운데 32개는 5년 연속 이 명단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제재와 안전보장이사회의 조치를 통해 이 단체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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