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을 피하는 법읽음

조진만 건축가
최소한의 부재로 최대의 공간을 만드는 멕시코의 건축가 펠릭스 칸델라가 1950년대 설계한 구조물의 안정성을 실험하는 장면.

최소한의 부재로 최대의 공간을 만드는 멕시코의 건축가 펠릭스 칸델라가 1950년대 설계한 구조물의 안정성을 실험하는 장면.

인간이 구조물을 세우기 시작한 이래로 구조물의 붕괴와 실패는 시작되었다. 유사 이래 수많은 건축물이 세워졌으나 오늘날까지 붕괴하지 않은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고대 7개 불가사의 중 이집트의 피라미드만 남아 있는 것은 이러한 사실을 명확히 말해준다. 그리고 현존하는 과거의 어떤 기념물도 오늘날 결함과 붕괴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은 전무하다. 그 당시는 올바른 구조적 지식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우려를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기술이 발달한 현재에도 끊이지 않는 건물의 붕괴나 화재는 우리를 당황케 한다.

조진만 건축가

조진만 건축가

오늘날같이 발달한 과학사회가 어떻게 그러한 재앙들을 설명할 수 있을까. 일반인들이 믿는 것과는 정반대로, 계산의 착오가 설계상의 결함을 유발하는 일은 거의 없다. 즉 엄청난 실수라면 바로 눈에 띄어 쉽게 알 수 있으며 작은 실수라면 큰 재앙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혹자는 실패를 어떤 별개의 범주, 즉 예견치 못했던 자연적 혹은 인위적인 사건들에 의해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대부분 이런 것들도 우리의 불완전한 지식 혹은 주의 부족에 기인한 것이다. 사건 이전에 징후가 있기 마련이고 여러 다른 원인이 겹쳐 최종 재앙을 초래한다.

저명한 공학자인 마리오 살바도리는 <건축물은 어떻게 해서 무너지는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장 중요한 질문. 구조와 건설 분야의 기술적 발전으로 실패 수의 감소가 가능한 것인가. 거의 모든 구조적 실패들이 사실은 인간의 실수에서 비롯된다. 의사전달의 실패, 관습에 의한 착오, 무시와 부주의에 의한 실수 등의 다양한 요인이 조합된 인간의 실수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50년간 모든 구조적 실패의 3분의 1 이상이 이러한 인간의 실수에 기인한 것으로 추산되었다. 인간은 앞으로도 늘 새로운 설계와 시공법, 그리고 실수를 처벌하는 규제를 만들 것이다. 하지만 구조안전 분야에서는 인간의 노력이 필요한 다른 분야처럼 기술적·제도적 개선만이 실패의 감소를 보증할 수 없으며 오히려 실패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사회와 인간의 깊은 책임의식만이 더 안전한 건물과 시공을 가능케 하는 확실한 길이다. 올해도 철거 붕괴와 건물 화재로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었다. 매번 그래 왔듯이 이번에도 사후 관계 법령을 대폭 강화하여 관계자의 처벌 수위만 높일 뿐 공공안전의 책임이 있는 지자체는 한 발짝 물러나 있다. 집이 무너져 사람이 죽으면 그 건축업자를 사형에 처한다는 태고의 함무라비 법전도 원천적으로 사고를 막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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