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질 아블로, 브루클린 미술관의 Virgil Abloh: Figures of Speech 전시전경, 2022 ⓒBrooklyn Museum

버질 아블로, 브루클린 미술관의 Virgil Abloh: Figures of Speech 전시전경, 2022 ⓒBrooklyn Museum

버질 아블로가 지난해 11월 희귀암으로 사망하기 전 아블로의 예술세계 전체를 돌아보는 순회전이 시카고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건축학도로 출발, 음악·디자인·패션계를 넘나들며 세상이 구별해 놓은 경계의 목적과 의미를 무화시켰다. 그의 사망 후, 애틀랜타·보스턴·도하 등의 도시를 순회하고 온 전시를 이어받아야 했던 브루클린 미술관은, 아블로의 과거를 회고하기보다 그가 협업자와 꿈꾸었던 창작의 방식들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쪽으로 기획 방향을 선회한다.

브루클린 미술관의 전시를 담당한 앤트원 사전트는, 아블로가 희망했던 공동체 의식을 은유하는 ‘사회적 조각’ 개념을 전시의 핵심에 배치하고, 작품을 벽이 아니라 테이블에 설치했다. 전시 기간 동안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전시장을 하나의 거대한 대화의 장으로 만든다. 아블로는 파이렉스 비전, 오프화이트, 루이비통 등의 브랜드를 이끌면서, 하이패션과 스트리트패션의 경계를 고집하는 태도를 시대착오적인 권위주의로 만들어버렸다. 아블로의 도전은 협업자들을 통해 미술관의 전통적인 관행을 벗어난 방식으로 테이블 위에 펼쳐진다.

회의와 e메일이 아니라 와츠앱의 그룹채팅으로 활발하게 소통했던 아블로는 빠르게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관계자들을 차별 없이 대화에 초대하는 방식으로 개방적이고 협력적이며 상하가 없는 협업의 관계를 만들었고, 이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아블로는 ‘모든 것에 질문하라’는 문장을 신념처럼 간직하고, 범주 사이에 형성되는 계층 구조를 무너뜨리는 대신,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권한을 부여하여 의미 있는 컬래버레이션을 이루었다. ‘시스템 구축자’ 아블로는 와츠앱의 채팅창을 떠났지만, 협업자들은 그의 태도와 정신을 유산 삼아 도전적인 컬래버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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