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전시기획자·소환사 대표
조석, 조의 영역, 2012~2019  ⓒ조석

조석, 조의 영역, 2012~2019 ⓒ조석

해산물, 특히 김·미역·전복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무감하기 어렵다. 거대한 바다에 그깟 방사능 오염수 130만t을 방류한들 무슨 큰일이 나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낙천적인 뇌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바다생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무모한 선택은 인간이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느냐, 어민이 생존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넘어선다.

방류를 추진하고 지지하는 이들은 혹시 이 오염수가 인근 해양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는 걸까. 삼중수소 마사지를 받은 오염수가 해산물의 유전자를 획기적인 방향으로 바꾸면서 더욱 더 살기 좋은 바다 세상을 만들 거라고 믿는 걸까. 이미 바다는 인류의 쓰레기통이 되어가고 있으니, ‘알프스 처리수’라고도 불리는 이 오염수를 조금 더 보태는 건 아무 일도 안 한 것과 같다고 믿는 걸까.

인간의 그릇된 선택이 가져올 아포칼립스를 다룬 작품은 많지만, 상처받은 물로 인한 재난을 생각하면 조석의 ‘조의 영역’이 떠오른다. 10년 전, 연재 중인 웹툰의 스크롤을 올리다가 인간을 닮은 물고기와 눈을 마주친 순간, 그 기묘한 형태에 구토가 올라왔다. 그곳은 인간을 잡아먹는 거대 물고기에게 물의 지배권을 빼앗긴 인간들이 식수 부족에 시달리는 세계다. 물고기는 인간의 외형을 닮아가고, 인간은 마치 전염병처럼 물고기를 닮아가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재난은 두려웠다. 작품의 오류, 고증의 문제를 둘러싼 이슈는 중요하지 않았다. 인간이 자연을 향해 계속 오만하게 굴면, 이런 세계가 안 올 이유가 없다는 것을 그의 그림을 보면서 그냥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런 재난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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