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단일화는 없다” 원내외 진보정당들의 대선전략은

정용인 기자

진보정당·민주당 연대연합전술은 시효를 다한 것일까

원내외 진보정당들은 내년 대선에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8월 18일 방문한 서울 종로구 적선동의 진보당사 창문 너머로 청와대가 보인다. 정용인 기자

원내외 진보정당들은 내년 대선에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8월 18일 방문한 서울 종로구 적선동의 진보당사 창문 너머로 청와대가 보인다. 정용인 기자

“단일화는 없다.”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밝힌 이번 대선계획이다. 그가 언급한 단일화의 대상은 현 여권, 더불어민주당이다.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것이다. 말이 단일화지, 단일화를 조건으로 중도사퇴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대선엔 현재 여론조사 보도에 나오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예비후보들만 출마하는 것은 아니다. 원내외정당의 수많은 후보가 출마를 벼르고 있다. 그러나 여야 양대 정당 예비후보들을 제외한 보도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왜? 이유는 간명하다. 당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주목할 가치가 있는 것이 원내 소수정당 후보들이다.

8월 12일 정의당에선 심상정 의원이 제일 먼저 출마 선언을 했지만, 당내에서는 심 의원을 제외하고도 2~3명 정도 더 출마할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가장 유력한 것은 이정미 전 의원이다. 여기에 황순식 경기도당 위원장도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 주변에서 주목하는 것은 당을 탈당해 서울시 노동협력관으로 있다가 최근 복당한 조성주 전 미래정치센터 소장의 출마 여부다. 한 당 인사는 “최근 당 규약개정안이 안건으로 올라와 있는데, 그건 누가 봐도 조성주와 같은 사람을 위한 개정으로 봐야 한다”라며 “조성주가 출마하게 되면 소위 인천연합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정미의 표를 깎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심상정에게 유리한 구도가 된다”고 말했다.

조 전 센터장의 출마는 정의당 대선후보로 나가려는 심 의원의 ‘큰 계획’의 일부라는 의심이다. 이 인사는 “대선에 이어 3개월 뒤에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역시 최근 다시 당으로 돌아온 김종대 전 의원과 함께 서울시 경험이 있는 조성주가 서울시장, 김종대 경기도지사와 같은 구도도 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원석 정의당 대선 기획단장은 당내 일각에서 나온 조성주 출마를 위한 당규약개정 논의 등에 대해서 “전혀 사실이 아니며, 복당한 조성주 전 센터장은 피선거권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조 전 센터장 등의 출마를 위한 특별한 조치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심상정 외 정의당 출마예정 후보는

심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연합전술은 고려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민주당으로선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 열린민주당이다. 문재인 정부 강성지지성향인 열린민주당은 지난 총선과 4·7 재보궐선거 때처럼 내년 대선에서 또다시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투표로 여권단일화 참여를 결정했고, 지금은 당원 정치의식 설문조사를 통해 대선 등 정치현안에 대한 당원 의견을 보고 당 지도부가 대선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현재까지 열린민주당 안팎에서 출마 의지를 밝힌 인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단일화에 참여했던 시대전환은 이번에는 다른 길을 갈 예정이다. 당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에게 여권 단일후보를 양보했던 조정훈 의원은 8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대선은 독자적으로 중도실용의 가치를 국민에게 선보일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라며 “현재의 양당으로 대표되는 정치세력으로 충분치 않은 우리 정치현실에서, 제3지대 중도실용정치를 위한 선거가 돼야 한다는 것이 시대전환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제3지대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나 최근 국민의힘과 당 통합협상 결렬을 선언한 안철수, 기타 금태섭 전 의원 등과 공동보조를 맞추겠다는 선언으로 들린다. 조 의원은 “여러 선택을 두고 당 지도부 회의를 통해 조만간, 8월 말 즈음에 결정할 수 있다”며 “출마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여권 유력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기본소득’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는 기본소득당의 경우 이 지사가 후보로 결정될 경우 정책연대를 하게 될지가 관심사다.

김영길 기본소득당 사무총장은 “일단 당 차원에서는 기본적으로 대선후보를 낸다는 것을 기조로 한 선거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40세 이상만 출마가 가능하게 돼 있는 대선 출마 연령제한이다. 이 당의 용혜인 의원이나 신지혜 대표는 출마할 수 없다. 김 총장은 “현재 우리 당의 취지에 동의하는 저명한 시민사회·노동계 인사를 대상으로 출마 의사를 타진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쨌든 후보대응을 중심에 놓지 않으면 이재명 지사나 다른 진보정당 후보와도 기본소득 정치공약 협약이나 협력·비판도 쉽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정책연대나 후보단일화 문제는 열어놓고 고민하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심상정 의원이 8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지식인선언네트워크 대선정책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들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심상정 의원이 8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지식인선언네트워크 대선정책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들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진성당원 민주노동당 넘어선 진보당

민생당은 지난 총선에서 원외정당이 됐지만, 그 전에만 하더라도 20여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활동하는 정당이었다. 여권 유력정치인이었던 정동영·손학규 전 대표는 아직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당의 진로를 두고 내홍에 빠진 민생당은 현재 이관승·김정기 비상대책위원장 공동직무대행체제로 8월 28일 새로운 대표체제 선출을 앞두고 있다. 당 경기도당 위원장을 맡았던 박채순 전 김포시을 위원장은 “민생당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한국정치를 바꿀 수 없더라도 국회의원 한두명 정당보다는 제3세력으로 잠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 3월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역량이 어떻게 되냐에 따라 만약 민주당 세력이 약화되면 호남에서는 국민의힘이 대안이 아니기 때문에 민생당이 대안세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합진보당 해산 후 정의당과 별개로 민중당으로 집결해 국회의원을 배출했던 진보당은 현재 원외정당이지만 가장 많은 진성당원이 참여하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한총련 의장 출신으로 당의 정책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태흥 전 민중당 정책위 의장은 “당비를 납부하고 있는 진성당원의 수가 8만이 넘었다”며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이나 현재 정의당보다 더 많은 당원이 진보당으로 집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에는 이미 김재연 당대표가 출마 선언을 한 상태로,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민주노총 등 노동계·민중단체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탄생의 일등공신은 민주노총이었고, 민주노총은 탄생 때부터 산별노조 건설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실현을 목표로 노동자 진보정당으로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을 가지고 있었다”라며 “2012년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배타적지지 방침을 철회했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노동자 정치세력화로부터 후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목할 만한 것은 민주노총의 움직임이다. 9월 초 민주노총과 원내외 진보정당들이 함께 대선 방침을 결정해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 총선 때도 민주노총은 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 사회변혁노동자당 등 다섯개 정당의 후보를 지지했다”며 “다만 당시 녹색당의 경우 민주당과 선거연합 테이블을 가지면서 빠졌는데 이번에 다시 새 대표체제가 되면서 복귀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당의 나도원 부대표는 “노동당의 경우 이번 대선을 사회주의 좌파세력을 규합해 사회주의 후보를 배출하고, 그 과정에서 단일한 사회주의 정당을 건설하는 것을 사회변혁노동자당 등 재야와 함께 논의하고 있다”라며 “진보당 등 다른 정당들과는 기층에서 사업을 할 때 공동테이블을 운영해왔고, 그 연장선에서 중앙차원에서 대선 공동대응도 기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선의 특징은 야권에서는 정권교체를 위한 보수우파 후보단일화 또는 연합에 대한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지만, 진보진영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이나 정책연대 등의 얘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과거와 달라진 상황이지만 복기해보면 이번 대선만의 특징은 아니다.

탄핵과 촛불혁명 직후라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해야겠지만 지난 2017년 대선의 경우도 당시 출마했던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끝까지 완주해 201만 7000여표(6.2%)를 받았다. 대선 때 제도권 정당과 연대·연합 전술은 2012년 대선 때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후보가 사퇴한 것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이 경우도 엄밀히 따지면 상대방인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논의를 통한 것이 아닌 일방적인 사퇴였다.

과거 민주대연합과 같은 이름으로 불린 연대·연합 전술은 이제 시효를 다한 것일까.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는 “큰 틀에서 보면 과거 재야라고 불리고 있었던 제도권 정당 외부역량은 1988년 평화민주당의 평민련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제도권 정당이 흡수한 것이 사실이었고, 그나마 남아 있던 시민단체들의 역량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을 거치면서 제도권에 흡수되거나 약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도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가장 많이 남아 있지만 이미 많이 퇴색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편으로 지구의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새로운 연대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과거처럼 ‘적(赤)은 적, 녹(綠)은 녹’처럼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문제의식이 노동운동에도 나타나면서 새로운 적록동맹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위기 새로운 적록동맹 시작점?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대선 대응 논의에 대해 정의당 대선준비단장을 맡고 있는 박원석 전 의원은 “이야기를 들어보는 입장에서 참여는 하고 있지만 거기서 크게 대선에 관한 공동대응방안이 나올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가장 중요한 대중조직인 것인 분명하지만,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 정당들의 선거연대는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라며 “대선은 정당들이 책임질 영역이지 민주노총과 같은 대중조직은 선거를 책임질 수 없는 단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득권 정당의 승자독식 양당정치에 대해 변화를 필요로 하는 한국사회의 대전환, 그런 것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선거연대는 열어놓고 있다”며 민주노총, 진보당 논의와는 별도로 “녹색당, 기본소득당, 미래당 등과 정치개혁과 사회대전환을 위한 2022년 양대선거 공동대응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단장은 이어 “이후에 치러질 지방선거도 현재로서는 대선결과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리스크도 있고 기회도 있는 정치일정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지방선거의 경우 선출직으로 뽑는 공직자리가 4천몇백개에 달하는 만큼, 정의당 당력만으로도 후보를 다 낼 수 없다”라며 “결국 양당 잔치판이 되는 것이 막아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진보세력들과 폭넓은 연대, 무지개연대를 이뤄내야 하지 않겠나”고 전망했다. 정의당은 8월 22일 전국위원회에서 선거기본계획을 확정한 뒤 9월 16일 선거공고를 내고 추석 연휴 이후 후보등록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 단장은 “10월 25일 즈음엔 정의당의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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