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사이버안보 통합 대응?···‘민간 감시’ 우려에도 또다시 추진읽음

박광연 기자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정원 국정감사를 위해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정원 국정감사를 위해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가정보원이 논란 끝에 번번이 좌초됐던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을 추진한다. 이 법은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는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국정원에 설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무 전문성을 갖춘 국정원의 실질적 대응 역량을 강조하지만, 정보기관의 민간 감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 주요 논쟁 지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이 지난 8일 입법예고한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 제정안은 대통령 소속 국가사이버안보위원회(위원장 국가안보실장)를 설치하고 국정원에 범정부 통합대응 조직을 두는 내용이 골자다. 북한의 해킹 등 점증하는 사이버 공격에 민관이 협력 대응한다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자 지난 5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다.

현재 국내 정보보안 체계는 공공(국정원)·국방(국방부)·민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문별로 대응 주체가 분산돼있다. 국정원은 “각 부처별 소관 법령에 따라 제각각 분리, 독립 대응하고 있어 국가 사이버안보 위협 상황 발생시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법 제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민관 통합 사이버안보 대응 체계를 만들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왔다. 17대 국회부터 현 국민의힘 계열 정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법안을 발의했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1월 정부는 국가사이버안보법안을 냈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대통령 소속 국가사이버안보정책조정회의와 국정원 소속 국가사이버안보센터를 설치하는 조태용 전 국민의힘 의원(현 주미대사) 법안, 사이버안보위원회와 국가사이버안보센터 모두 국정원에 두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안이 계류돼있다.

국회에 따르면 국정원이 사이버안보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문제가 불거져 매번 입법이 진전되지 못했다. 사이버안보를 명분으로 국정원이 민간을 감시·사찰할 수 있으며, 막강한 컨트롤타워 권한으로 관련 기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시민사회의 우려가 강하게 작동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 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지난 3월 “외관상 사이버안보를 강조하지만 실질은 국정원의 권한을 민간 부문의 정보통신망으로까지 확대하는 목적”이라며 “기밀성을 우선하는 정보기관이 정보투명성과 민관 협력을 근본 원칙으로 삼아야 하는 사이버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방안은 적절하지 않다”고 국가사이버안보법안 폐기를 인수위에 제안했다.

최근 법 제정 추진이 공개되며 유사한 논란이 재발하자 국정원은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 일일이 반박했다. 국정원은 “법안에 규정된 사이버안보 정보는 사람이 아닌 사이버 공격에 대한 정보”라며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 부활이나 ‘민간인 사찰’ 가능성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통합대응조직은 국정원·국방부·과기부 및 민간 기업이 대등하게 참여해 상호협력하는 조직”이라며 “국가안보실장이 위원장인 사이버안보위 통제 및 국회의 엄격한 조사·감독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 제정안 준비 과정에서 통합대응 조직을 국가안보실, 국무총리 산하, 과기부에 두는 방안, 별도 행정기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북한·해외 해킹조직의 공격 수법을 파악해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기관이라며 국정원에 두기로 최종 결정했다. 다른 기관들은 사이버안보 직무수행 근거가 없거나 비용상 문제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제외됐다.

현재 국회에는 과기부에 사이버보안본부를 두는 윤영찬 민주당 의원 법안도 발의돼있다. 이에 대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민간의 보안 영역에 공공이 개입함으로써 유연하고 자율적인 사이버보안 환경 조성을 방해하고 IT(정보기술)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어 우려된다”는 입장을 제출했다.

정보기관과 정부의 민간 개입 우려를 최소화하면서 범정부 통합 대응력까지 갖춘 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 설치 문제가 향후 입법 논의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개별부처 차원의 분권적 사이버안보 대응 체계를 유지해온 국내 현실에서 별도의 전담기관 설치는 용이하지 않고, 국가 차원의 통합적인 사이버안보 대응을 위한 정보기관 역할 강화에 정치·사회적 우려도 존재한다”며 “현행 체계 아래서 적어도 개별부처의 대응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법제화를 합리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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