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효상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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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유튜버’ 판박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사로잡힌 대통령 “선관위는 헌법기관이고, 사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있어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극우 유튜브 채널의 전형적인 ‘부정선거 음모론’이지만, 이번엔 발화자가 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월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추동한 배경에 이 음모론이 있었음을 실토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야당의 대선후보로 나서 투표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이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선출된 권력 스스로가 자신의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자해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불통과 실정으로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대통령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통해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성찰 없는 위안을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음모론이 어떻게 민주사회를 극단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로 역사책에 기록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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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유튜버’처럼…왜 대통령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사로잡혔을까 [주간경향] “선관위는 헌법기관이고, 사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있어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극우 유튜브 채널의 전형적인 ‘부정선거 음모론’이지만, 이번엔 발화자가 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월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추동한 배경에 이 음모론이 있었음을 실토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야당의 대선후보로 나서 투표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이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선출된 권력 스스로가 자신의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자해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불통과 실정으로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대통령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통해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성찰 없는 위안을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음모론이 어떻게 민주사회를 극단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로 역사책에 기록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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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혹한 세월이 소환한 익명 대자보의 시대 “동국대학교 시국선언은 예정대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12월 3일 밤 11시 48분,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학가 시국선언을 취재하기 위해 만났던 동국대 학생 홍예린씨로부터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동국대 학생들은 일주일 전부터 계획했던 시국선언을 하루 앞두고 ‘12·3 비상계엄 사태’라는 중대 변수를 맞았다. 계엄사령부가 ‘처단’을 언급하면서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의 포고령을 발표한 지 불과 20여 분 만에 동국대 학생들은 예정대로 시국선언을 진행하기로 했다. 국회에 군 병력 투입이 시작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전송된 짧은 문자메시지는 사뭇 비장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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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다시 열릴까…시대가 소환한 익명 대자보 [주간경향] “동국대학교 시국선언은 예정대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12월 3일 밤 11시 48분,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학가 시국선언을 취재하기 위해 만났던 동국대 학생 홍예린씨로부터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동국대 학생들은 일주일 전부터 계획했던 시국선언을 하루 앞두고 ‘12·3 비상계엄 사태’라는 중대 변수를 맞았다. 계엄사령부가 ‘처단’을 언급하면서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의 포고령을 발표한 지 불과 20여 분 만에 동국대 학생들은 예정대로 시국선언을 진행하기로 했다. 국회에 군 병력 투입이 시작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전송된 짧은 문자메시지는 사뭇 비장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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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 학교의 ‘행복한 스파이크’ “너희들 왜 진 것 같아?” 지난 11월 20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와수초등학교 체육관에 여자배구부 선수들이 반원을 그리며 앉아 있었다. 초등학교 3~6학년인 선수들은 손톱을 만지거나 시선을 땅으로 떨궜다. 와수초 여자배구부는 강원도 대표로 지난 11월 16일부터 광주에서 열린 ‘2024 전국 학교 스포츠클럽 축전’에 나섰다가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와수초는 지난 10월 ‘2024 제천 전국 유소년 클럽 배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꼽혔으나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배구부를 지도하는 이학영 교사는 대회를 마치고 처음으로 열린 이날 훈련에서 지난 경기를 복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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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안겨준 배구…시골 학교의 ‘행복한 스파이크’는 계속된다 [주간경향] “너희들 왜 진 것 같아?” 지난 11월 20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와수초등학교 체육관에 여자배구부 선수들이 반원을 그리며 앉아 있었다. 초등학교 3~6학년인 선수들은 손톱을 만지거나 시선을 땅으로 떨궜다. 와수초 여자배구부는 강원도 대표로 지난 11월 16일부터 광주에서 열린 ‘2024 전국 학교 스포츠클럽 축전’에 나섰다가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와수초는 지난 10월 ‘2024 제천 전국 유소년 클럽 배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꼽혔으나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배구부를 지도하는 이학영 교사는 대회를 마치고 처음으로 열린 이날 훈련에서 지난 경기를 복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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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수천 필지 뜯어보니…역시나, 투기의 그림자 “제2의 하와이보다는 우리의 삶의 터전으로서, 생활의 보금자리로서의 제주도를 원한다.” 지난 11월 11일 찾은 제주시 이도2동 제주시청 앞 도로에는 1991년 11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년 양용찬의 33주기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양용찬은 제주 관광 개발의 절차를 간소화하는 제주도개발특별법이 1991년 국회에 상정되자 분신했다. 그는 특별법이 제주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주민들을 소외시킨다고 봤다. 끝내 특별법은 국회를 통과했고 이후 33년간 제주도는 개발에 개발을 거듭했으며, 현재도 개발이 진행 중이다. 그 상징 중 하나가 제주 제2공항이다. 계속된 개발로 관광객이 늘자 누군가는 제주도에 공항을 하나 더 지어야 한다고 했고, 10년의 찬반 논란 끝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고시했다. 제주의 두 번째 공항 건설은 이제 기정사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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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수천 필지 들여다보니…짙게 드리워진 투기의 그림자 [주간경향] “제2의 하와이보다는 우리의 삶의 터전으로서, 생활의 보금자리로서의 제주도를 원한다.” 지난 11월 11일 찾은 제주시 이도2동 제주시청 앞 도로에는 1991년 11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년 양용찬의 33주기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양용찬은 제주 관광 개발의 절차를 간소화하는 제주도개발특별법이 1991년 국회에 상정되자 분신했다. 그는 특별법이 제주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주민들을 소외시킨다고 봤다. 끝내 특별법은 국회를 통과했고 이후 33년간 제주도는 개발에 개발을 거듭했으며, 현재도 개발이 진행 중이다. 그 상징 중 하나가 제주 제2공항이다. 계속된 개발로 관광객이 늘자 누군가는 제주도에 공항을 하나 더 지어야 한다고 했고, 10년의 찬반 논란 끝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고시했다. 제주의 두 번째 공항 건설은 이제 기정사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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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수 예측 실패’, 유탄 떨어진 지방 익산시의원 “○○~○○ 간 대체 우회도로 건설사업에 대해서 물어볼게요. 올해 본 예산에 62억원, 추경에 돈이 모자란다고 해서 10억원을 또 세웠어요. 그런데 결산 추경을 보니까 26억원을 삭감시켰어요. 아니, 돈이 부족하다고 추경에 (예산) 세워놓고 이번 추경에 또 삭감시키는 이런 예산이 어디 있냐고. 이거 완전히 고무줄 (예산 아니냐).” 익산시 관계자 “지금 정부에서 지방교부세를 정해진 금액보다 800억원인가를 적게 내려가지고 결산 추경에서 이 부분을 삭감했다.” 지난해 12월 전북 익산시의회의 예산안 심사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 사업별 심사에서 번번이 나온 단어는 ‘세출 구조조정’이었다. 2023년도 예산안에 편성돼 있던 사업 중에는 기껏 추경을 통해 추가 예산을 편성했다가, 연말이 되자 예산을 도로 삭감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 해 동안 예산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기를 반복했다. 어떤 사업은 범위가 축소되기도 했다. 예컨대 2023년 수해가 발생하자 익산시는 이듬해 예산안에 붕괴 위험이 있는 급경사지와 침하 위험이 있는 농로, 세천 등을 안전점검하는 사업을 편성했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상당수 농로를 점검 대상에서 제외했다. 익산시에서만 벌어진 일도 아니었다. 다른 지자체들도 앞다퉈 돈줄을 옥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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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세수결손 유탄…‘영끌’ 나서야 할 지자체 [주간경향] 익산시의원 “○○~○○ 간 대체 우회도로 건설사업에 대해서 물어볼게요. 올해 본 예산에 62억원, 추경에 돈이 모자란다고 해서 10억원을 또 세웠어요. 그런데 결산 추경을 보니까 26억원을 삭감시켰어요. 아니, 돈이 부족하다고 추경에 (예산) 세워놓고 이번 추경에 또 삭감시키는 이런 예산이 어디 있냐고. 이거 완전히 고무줄 (예산 아니냐).” 익산시 관계자 “지금 정부에서 지방교부세를 정해진 금액보다 800억원인가를 적게 내려가지고 결산 추경에서 이 부분을 삭감했다.” 지난해 12월 전북 익산시의회의 예산안 심사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 사업별 심사에서 번번이 나온 단어는 ‘세출 구조조정’이었다. 2023년도 예산안에 편성돼 있던 사업 중에는 기껏 추경을 통해 추가 예산을 편성했다가, 연말이 되자 예산을 도로 삭감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 해 동안 예산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기를 반복했다. 어떤 사업은 범위가 축소되기도 했다. 예컨대 2023년 수해가 발생하자 익산시는 이듬해 예산안에 붕괴 위험이 있는 급경사지와 침하 위험이 있는 농로, 세천 등을 안전점검하는 사업을 편성했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상당수 농로를 점검 대상에서 제외했다. 익산시에서만 벌어진 일도 아니었다. 다른 지자체들도 앞다퉈 돈줄을 옥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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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 “하루 저녁만 자고 갔으면 좋겠어” “누구든지 높은 사람들이 와서 하루 저녁만 자고 갔으면 좋겠어.”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고통받고 있는 인천 강화군 당산리와 경기 파주시 대성동마을 주민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말을 했습니다. 하루 종일 소음에 시달리는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접경지역 밖의 그 누구도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외로움, 절망감이 느껴졌습니다.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저도 몰랐습니다. 처음 소음을 접한 것은 파주에서 민간인 출입이 가능한 지역 중 가장 소음이 잘 들린다는 오두산전망대에서였습니다. 강 건너 북한땅에서 전투기가 이착륙하는 듯한 나지막한 소음이 들려왔습니다. 귀를 기울이면 거슬릴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튿날 당산리에 가서야 보통 일이 아닌 걸 알았습니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소리가 귓전을 울렸고, 마을 어디를 가든 소리가 따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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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과 장례식, 우린 뭘 떠나보내는가 사회학자 오찬호 박사가 2015년 내놓은 책 <진격의 대학교>는 2045년 청와대에서 긴급회의가 열리는 가상의 상황을 그리면서 시작한다. 회의 안건은 자살이다. 이 가상 세계에서 국제연합(UN)은 한국 정부에 자살률 감소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는데, 기업가·펀드매니저 출신인 대통령과 장관들, 청와대 수석들은 ‘자살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자살은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게 이 세계관에는 개인의 행위를 사회와 연관 지어 해석하는 사회학과가 없다. 2022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끝으로 전국 대학의 사회학과가 모두 폐지됐다. 취업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학령인구가 감소했다는 이유로, 더 나아가 사회학도는 사사건건 트집이나 잡는 몽상가들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 사회학은 멸종했다. 그 결과 최고위 정책결정권자들도 어떤 현상의 사회구조적 원인을 유추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