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리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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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방송사 없애려 하다니” 개국 35년 된 수도권 공영방송 TBS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논란은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서울시는 TBS 재정의 70%를 차지하는 서울시 출연금을 삭감했고, 서울시의회는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6월 조례안이 시행됐고, 지난 9월 행정안전부는 TBS의 서울시 출연기관 지위를 해제하면서 서울시 출연금이 완전히 끊겼다. TBS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 정관 변경을 허가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방통위는 현재 방통위원이 1명뿐이라는 이유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성구 TBS 대표이사 대행은 지난 9월 24일 직원 전원에 대한 구조조정 및 해고 계획안을 결재한 뒤 사퇴했다. TBS는 올해 말 재허가 심사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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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사태, 정권 맘에 안 들면 방송사 하나 없앨 수도 있다는 사건” [주간경향] 개국 35년 된 수도권 공영방송 TBS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논란은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서울시는 TBS 재정의 70%를 차지하는 서울시 출연금을 삭감했고, 서울시의회는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6월 조례안이 시행됐고, 지난 9월 행정안전부는 TBS의 서울시 출연기관 지위를 해제하면서 서울시 출연금이 완전히 끊겼다. TBS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 정관 변경을 허가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방통위는 현재 방통위원이 1명뿐이라는 이유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성구 TBS 대표이사 대행은 지난 9월 24일 직원 전원에 대한 구조조정 및 해고 계획안을 결재한 뒤 사퇴했다. TBS는 올해 말 재허가 심사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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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같던 성병관리소···그걸 부수면 되나요” “지옥 같았다.” 45년 전 경기 동두천시 소요산 입구의 성병관리소(낙검자 수용소)에 강제 수용됐던 일주일의 시간을 여성 A씨(66)는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10월 15일 기자와 만난 A씨는 동두천시가 국가 폭력과 여성 착취의 현장인 성병관리소를 철거하려는 것에 대해 분노했다. 그는 “그곳에서 있었던 것도 억울한데 하나 남은 성병관리소를 왜 없애느냐”며 “달러벌이를 해준 미군 위안부를 이제와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A씨는 스물한 살 때인 1979년 지인과 동두천시에 놀러갔다가 성병관리소에 끌려갔다. 갑자기 남성들이 다가오더니 검진증을 요구했다는 게 A씨의 말이다. A씨가 검진증은 없고 신분증은 집에 두고 왔다고 하자 남성들은 그를 승합차에 태워 성병관리소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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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이 미래’인데…여성 착취의 역사 왜 지우려 하는가 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8번지.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소요산역에서 불과 400m 떨어진 이곳엔 ‘성병관리소(낙검자 수용소)’라고 불리는 2층짜리 건물이 있다. 수풀로 뒤덮이고 팻말도 없어 멀리서는 이 건물이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그런 곳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동두천시에 성병관리소 건물이 남아 있다. 성병관리소는 1960~1990년대 한국 정부가 미군과 기지촌 여성들의 성매매를 조장·방조하면서 성병 치료 명목으로 여성들을 강제 수용하던 장소다. 한국전쟁 이후의 남북 분단, 가난 속에서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과 국가안보를 앞세워 여성들을 착취했다. 2022년 9월 대법원은 국가가 기지촌 여성들에게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처음 인정하고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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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성병관리소의 산증인···정부가 그걸 부수면 되나요” [주간경향] “지옥 같았다.” 45년 전 경기 동두천시 소요산 입구의 성병관리소(낙검자 수용소)에 강제 수용됐던 일주일의 시간을 여성 A씨(66)는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10월 15일 기자와 만난 A씨는 동두천시가 국가 폭력과 여성 착취의 현장인 성병관리소를 철거하려는 것에 대해 분노했다. 그는 “그곳에서 있었던 것도 억울한데 하나 남은 성병관리소를 왜 없애느냐”며 “달러벌이를 해준 미군 위안부를 이제와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A씨는 스물한 살 때인 1979년 지인과 동두천시에 놀러갔다가 성병관리소에 끌려갔다. 갑자기 남성들이 다가오더니 검진증을 요구했다는 게 A씨의 말이다. A씨가 검진증은 없고 신분증은 집에 두고 왔다고 하자 남성들은 그를 승합차에 태워 성병관리소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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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왜, 여성 착취의 역사를 지우려 하는가 [주간경향] 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8번지.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소요산역에서 불과 400m 떨어진 이곳엔 ‘성병관리소(낙검자 수용소)’라고 불리는 2층짜리 건물이 있다. 수풀로 뒤덮이고 팻말도 없어 멀리서는 이 건물이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그런 곳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동두천시에 성병관리소 건물이 남아 있다. 성병관리소는 1960~1990년대 한국 정부가 미군과 기지촌 여성들의 성매매를 조장·방조하면서 성병 치료 명목으로 여성들을 강제 수용하던 장소다. 한국전쟁 이후의 남북 분단, 가난 속에서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과 국가안보를 앞세워 여성들을 착취했다. 2022년 9월 대법원은 국가가 기지촌 여성들에게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처음 인정하고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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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 나도 해녀가 될 수 있을까 나도 해녀가 될 수 있을까. 제주 해녀 문화가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뒤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해녀 수는 점점 줄어 소멸위기인 상황을 취재하면서 한번 상상해봤다. 잠수복을 입어야 하고, 숨을 오래 참아야 하고, 수 미터 깊이의 바닷속에 들어가야 하고, 수영을 잘해야 하고, 해산물을 찾아야 하고…. 제주엔 해녀학교가 있어 외지인도 해녀가 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하니 그곳에서 배우면 될 것이다. 쉽진 않겠지만 여차저차 공부하고 익숙해지면 가능할 것도 같다. 그런데 취재를 하면 할수록 해녀가 되기 어려운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 어려운 것은 해녀들 사이에 녹아 있는 ‘공동체 문화’였다. 해녀들은 바다에 들어가기 전후 불턱(해녀들의 쉼터)에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 안부를 묻고, 마을에 무슨 일이 있으면 일종의 의사결정도 이 불턱에서 한다. 실력이 좋든 안 좋든, 나이가 많든 적든 채취한 해산물을 함께 나누는 문화도 있다. 젊은 해녀가 낳은 아이를 마을의 해녀 할머니들이 함께 키운다고 할 정도로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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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60만원’ 보상 후 46만 마리는 어쩌나 지난 2월 제정된 ‘개 식용 종식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은 동물 복지 증진을 위해 수십 년간 논란이 된 개 식용 산업을 국가가 철폐하기로 선언했다는 의미다. 이 법에 따라 2027년 2월 7일부터 한국에서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유통·판매하는 것이 전면 금지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월 26일 개 식용 종식까지의 구체적인 절차를 담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식용 개 1마리당 60만원 지원은 되고,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은 안 되냐”고 발언하며 정치 논쟁으로 흘렀지만, 개 식용 종식 절차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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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60만원’ 보상의 뒤편…남은 개 46만 마리는 어떡할 건가 [주간경향] 지난 2월 제정된 ‘개 식용 종식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은 동물 복지 증진을 위해 수십 년간 논란이 된 개 식용 산업을 국가가 철폐하기로 선언했다는 의미다. 이 법에 따라 2027년 2월 7일부터 한국에서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유통·판매하는 것이 전면 금지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월 26일 개 식용 종식까지의 구체적인 절차를 담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식용 개 1마리당 60만원 지원은 되고,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은 안 되냐”고 발언하며 정치 논쟁으로 흘렀지만, 개 식용 종식 절차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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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면 바당은 살아날 것”…미래 지키려는 월정리 해녀들 제주도 동쪽, 제주시 구좌읍엔 맑고 예쁜 에메랄드 색깔 바닷물로 유명한 월정리 해수욕장이 있다. 지난 9월 26일 찾은 월정리 해수욕장에선 아름다운 해변을 걷거나 파도를 타며 서핑을 즐기는 관광객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2㎞가량 떨어진 곳엔 제주시의 오·폐수를 처리하는 하수처리장이 있다. 월정리 해녀들은 하수처리장 증설에 반대하며 2018년부터 맞서 싸웠다. 해녀가 소멸하는 시대, 60~80대 고령 해녀들은 “바다를 지키는 게 우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나섰다. 월정리의 동부하수처리장이 가동된 것은 2007년이다. 2014년 처리용량을 한 차례 증설한 제주도는 2017년 하루 1만2000㎥에서 2만4000㎥로 또다시 처리용량을 증설하기로 하고 고시했다. 관광인구가 증가하고 주택건축 급증으로 하수발생량이 많이 늘어 증설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월정리엔 국가지정 문화재인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이 있고, 해녀들은 하수처리장 인근에서 ‘물질’(해녀가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로 생계를 이어간다. 신도시 개발로 생긴 폐기물을 월정리가 떠맡게 된 불평등 문제도 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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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사막이 된 바다…해녀는 생존할 수 있을까 숨을 참고 바닷물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사람, ‘해녀’가 사라지고 있다. 제주도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제주도에서 활동한 해녀 수는 2839명이다. 1970년(1만4143명)에 비해 5분의 1로 줄었다. 최근 5년간 매년 약 200명씩 해녀가 줄고 있다. 지난해 활동한 제주 해녀의 90.3%(2565명)는 60세 이상이다. 50대가 6.1%(175명), 40대가 2.3%(66명)다. 30대는 0.9%(27명), 20대는 0.2%(6명)뿐이다. ‘제주 해녀 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해녀’는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지난해엔 ‘제주 해녀 어업’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어업유산으로 등재됐다. 해녀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상업영화, 해녀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방송, 유튜브 등 ‘해녀 콘텐츠’는 쏟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해녀의 전당’ 건립을 공약으로 냈고, 김건희 여사는 지난해 제주도를 방문해 “정부가 해녀의 가치와 소중함을 지키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녀에 대한 외부의 관심과 달리 해녀들 사이에선 ‘조만간 없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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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지키는 게 우리 지키는 것” 월정리 해녀들의 간절함이 통했다 [주간경향] 제주도 동쪽, 제주시 구좌읍엔 맑고 예쁜 에메랄드 색깔 바닷물로 유명한 월정리 해수욕장이 있다. 지난 9월 26일 찾은 월정리 해수욕장에선 아름다운 해변을 걷거나 파도를 타며 서핑을 즐기는 관광객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2㎞가량 떨어진 곳엔 제주시의 오·폐수를 처리하는 하수처리장이 있다. 월정리 해녀들은 하수처리장 증설에 반대하며 2018년부터 맞서 싸웠다. 해녀가 소멸하는 시대, 60~80대 고령 해녀들은 “바다를 지키는 게 우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나섰다. 월정리의 동부하수처리장이 가동된 것은 2007년이다. 2014년 처리용량을 한 차례 증설한 제주도는 2017년 하루 1만2000㎥에서 2만4000㎥로 또다시 처리용량을 증설하기로 하고 고시했다. 관광인구가 증가하고 주택건축 급증으로 하수발생량이 많이 늘어 증설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월정리엔 국가지정 문화재인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이 있고, 해녀들은 하수처리장 인근에서 ‘물질’(해녀가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로 생계를 이어간다. 신도시 개발로 생긴 폐기물을 월정리가 떠맡게 된 불평등 문제도 끼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