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리
경향신문 기자
가장 보통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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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 가는 쓰레기 처리장…노동환경도 지하화된다 그저 도심 속 공원의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푸른 잔디가 깔려 있고 잘 관리된 나무가 곳곳에 있었다. 아이들은 뛰어다니며 놀고 유아차를 끈 여성은 유유히 산책했다. 지난 7월 26일 오후 경기 하남시의 유니온파크에 처음 갔을 때 기자의 눈에 보인 풍경은 그랬다. 유니온파크 아래 지하로 내려가니 전혀 딴판의 장면이 펼쳐졌다. 이곳 지하엔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 재활용 선별장, 소각장, 하수처리장 등의 폐기물 처리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이 있는 지하 4층에 들어서자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1급 방진마스크를 썼지만 악취는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다. 지하라 창문은 없다. 천장에 환기시설로 보이는 기구가 달려 있지만 온갖 음식물이 뒤섞이고 썩으면서 풍기는 냄새를 없애주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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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폭발 사고 20대 “처음엔 다 지원해 줄듯 하던 회사…이젠 연락도 없어” [주간경향] 산재 사고는 순간이지만 노동자의 피해는 오랫동안 지속한다. A씨(26)의 경우가 그렇다. A씨는 지난 5월 2일 오후 6시42분 전북 전주시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인 ‘전주리싸이클링타운’에서 메탄가스 폭발 사고가 났을 때 현장에 있었다. 사고로 A씨를 포함해 4명의 노동자가 다쳤고, 1명이 사망했다. 이곳은 ‘지하 처리장’이다. 폭발 사고가 난 곳도 지하 1층이었다. 지난 8월 4일 오후 대전시의 한 병원에서 기자와 만난 A씨는 “열심히 일한 것밖에 없는데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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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눈에서 사라지는 쓰레기장…노동현실도 관심에서 사라진다 [주간경향] 그저 도심 속 공원의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푸른 잔디가 깔려 있고 잘 관리된 나무가 곳곳에 있었다. 아이들은 뛰어다니며 놀고 유아차를 끈 여성은 유유히 산책했다. 지난 7월 26일 오후 경기 하남시의 유니온파크에 처음 갔을 때 기자의 눈에 보인 풍경은 그랬다. 유니온파크 아래 지하로 내려가니 전혀 딴판의 장면이 펼쳐졌다. 이곳 지하엔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 재활용 선별장, 소각장, 하수처리장 등의 폐기물 처리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이 있는 지하 4층에 들어서자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1급 방진마스크를 썼지만 악취는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다. 지하라 창문은 없다. 천장에 환기시설로 보이는 기구가 달려 있지만 온갖 음식물이 뒤섞이고 썩으면서 풍기는 냄새를 없애주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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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시설’로 숨겨지는 쓰레기장…그곳에도 노동자는 있다 [주간경향] 음식물, 플라스틱·캔·유리병, 비닐, 오·폐수…. 우리는 매일 쓰레기를 만들고 버린다.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거나 분리 배출해 집 바깥 정해진 위치에 갖다 놓는다. 환경미화원이 차량에 쓰레기를 싣고 어디론가 가는 것, 여기까지가 쓰레기와 관련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경험하거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그 쓰레기들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는 것일까. 누가 쓰레기들을 처리할까.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2022년 1년간 가정에서 나온 생활폐기물은 총 1675만t이다. 이중 음식물류 폐기물은 27.2%인 455만t이다. 어마어마한 양의 폐기물은 땅에 묻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폐기물 처리시설에서 처리한다. 폐기물 처리시설은 더럽고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 특히 최근에는 지하에 건설되고 있다. 이곳에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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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파워 강고한 로펌서 유리천장 깨고 할 일이 많다” 291명 중 19명. 1994년 사법연수원 23기 수료생 중 여성의 수다. 비율로 따지면 6.5%에 불과하지만 10명 남짓이던 그전보다 크게 늘었다며 당시 언론은 “우먼파워의 물결이 밀려든다”고 표현했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여성 법조인 수 자체는 대폭 늘었다.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중 여성은 43.6%, 전체 변호사 3명 중 1명은 여성이다. 그러나 ‘위’로 올라갈수록 여전히 여성은 부족하다. 대형로펌 대표직을 해본 여성 변호사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임원에 해당하는 파트너 변호사도 여성은 10명 중 1명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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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 변호사 “대법원 다양하게 구성…다양한 목소리 담아내야” [주간경향] 291명 중 19명. 1994년 사법연수원 23기 수료생 중 여성의 수다. 비율로 따지면 6.5%에 불과하지만 10명 남짓이던 그전보다 크게 늘었다며 당시 언론은 “우먼파워의 물결이 밀려든다”고 표현했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여성 법조인 수 자체는 대폭 늘었다.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중 여성은 43.6%, 전체 변호사 3명 중 1명은 여성이다. 그러나 ‘위’로 올라갈수록 여전히 여성은 부족하다. 대형로펌 대표직을 해본 여성 변호사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임원에 해당하는 파트너 변호사도 여성은 10명 중 1명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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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축구 안 했다면 이보다 행복했을까” “만약에 축구를 안 하고 일반 학생이었다면 이보다 행복했을까.” K리그2 김포FC의 유소년축구단 소속 선수이던 A군(당시 16세)이 2022년 4월 27일 새벽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 전 카카오톡에 남긴 메시지다. A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축구선수라는 꿈을 향한 그의 도전은 7년 만에 사그라졌다. A군은 카카오톡 메시지에 코치들 이름을 나열한 뒤 “솔직히 오늘 걸려서 내일이 두렵다”, “OO의 차별과 OO의 폭력, 언어폭력” 등의 말을 썼다. A군의 죽음 뒤 유소년 선수를 대상으로 한 지도자의 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최근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씨가 운영하는 ‘SON축구아카데미’에서 아동학대가 있었다는 논란과 관련해선 유독 손씨 측을 두둔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손씨는 입장문을 통해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언행은 결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상에선 ‘축구선수가 되려면 강한 멘탈(정신력)이 필요하다’, ‘좋은 말로만 해서 제대로 교육이 되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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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보다 못한 최악의 인권문제가 축구계에 남아 있다” [주간경향] “만약에 축구를 안 하고 일반 학생이었다면 이보다 행복했을까.” K리그2 김포FC의 유소년축구단 소속 선수이던 A군(당시 16세)이 2022년 4월 27일 새벽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 전 카카오톡에 남긴 메시지다. A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축구선수라는 꿈을 향한 그의 도전은 7년 만에 사그라졌다. A군은 카카오톡 메시지에 코치들 이름을 나열한 뒤 “솔직히 오늘 걸려서 내일이 두렵다”, “OO의 차별과 OO의 폭력, 언어폭력” 등의 말을 썼다. A군의 죽음 뒤 유소년 선수를 대상으로 한 지도자의 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최근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씨가 운영하는 ‘SON축구아카데미’에서 아동학대가 있었다는 논란과 관련해선 유독 손씨 측을 두둔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손씨는 입장문을 통해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언행은 결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상에선 ‘축구선수가 되려면 강한 멘탈(정신력)이 필요하다’, ‘좋은 말로만 해서 제대로 교육이 되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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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가족 먹고살라고 보낸 돈이 범죄라니?”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우리는 이를 몇 배로 응징할 것입니다. ‘전쟁이냐 평화냐’의 협박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것은 북한 정권이지, 북한 주민은 아닙니다. 정부는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1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북한 주민과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은 포용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정부는 탈북민 보호·지원을 강화한다며 올해 처음 7월 14일을 국가기념일인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지정했다. 정부는 북한 인권 개선도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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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가족에게 돈 보내면 범죄?…탈북민 “이게 말이 되냐” [주간경향]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우리는 이를 몇 배로 응징할 것입니다. ‘전쟁이냐 평화냐’의 협박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것은 북한 정권이지, 북한 주민은 아닙니다. 정부는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1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북한 주민과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은 포용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정부는 탈북민 보호·지원을 강화한다며 올해 처음 7월 14일을 국가기념일인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지정했다. 정부는 북한 인권 개선도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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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 성폭력 피해자들은 더 많이 말해야 한다 성폭력 피해자를 취재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어떤 독자들은 성폭력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룬 기사가 피해자 관점에 지나치게 치우친 것 아니냐 할지 모른다. 실제론 그렇지 않다. 최대한 사실에 부합하는 기사를 쓰기 위해 기자는 피해자에게 피해 본 과정을 세밀하게 묻고, 또 묻는다. 각종 자료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교차 검증도 한다. 피해자로서는 고통스러운 순간을 되뇌어야 하고, 2차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취재에 응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성폭력 피해자의 이야기는 숨겨지지 말아야 한다는 게 2018년 미투(#MeToo·나는 고발한다) 운동의 취지였다. 이는 각자의 마음속에 담아뒀던 성폭력 피해를 세상으로 끄집어내고 공적인 공간에서 말하면서 함께 해결을 도모하자는 것이었다. 주축은 여성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해 대검찰청 통계 기준 성폭력 범죄자의 96.5%는 남성, 피해자의 87.5%는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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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최전선’에 놓인 이주여성의 노동 국제결혼, 저출생 대책, 다문화 가정, 돌봄·가사노동, 식당, 가정폭력으로부터의 보호. 그간 이주여성과 관련해 미디어에 주로 언급된 키워드다. 2020년 겨울 캄보디아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 속헹이 사망하면서 비닐하우스와 같이 열악한 주거환경이 사회문제로 불거졌다. 그러나 노동 주체로서의 이주여성과 안전 문제가 전면적으로 조명된 적은 없다. 지난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는 위험의 최전선에 있는 이주여성의 노동 실태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참사 피해자 23명 중 15명이 여성 이주노동자(중국동포 14명·라오스 출신 1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