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리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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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면 바당은 살아날 것”…미래 지키려는 월정리 해녀들 제주도 동쪽, 제주시 구좌읍엔 맑고 예쁜 에메랄드 색깔 바닷물로 유명한 월정리 해수욕장이 있다. 지난 9월 26일 찾은 월정리 해수욕장에선 아름다운 해변을 걷거나 파도를 타며 서핑을 즐기는 관광객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2㎞가량 떨어진 곳엔 제주시의 오·폐수를 처리하는 하수처리장이 있다. 월정리 해녀들은 하수처리장 증설에 반대하며 2018년부터 맞서 싸웠다. 해녀가 소멸하는 시대, 60~80대 고령 해녀들은 “바다를 지키는 게 우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나섰다. 월정리의 동부하수처리장이 가동된 것은 2007년이다. 2014년 처리용량을 한 차례 증설한 제주도는 2017년 하루 1만2000㎥에서 2만4000㎥로 또다시 처리용량을 증설하기로 하고 고시했다. 관광인구가 증가하고 주택건축 급증으로 하수발생량이 많이 늘어 증설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월정리엔 국가지정 문화재인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이 있고, 해녀들은 하수처리장 인근에서 ‘물질’(해녀가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로 생계를 이어간다. 신도시 개발로 생긴 폐기물을 월정리가 떠맡게 된 불평등 문제도 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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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사막이 된 바다…해녀는 생존할 수 있을까 숨을 참고 바닷물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사람, ‘해녀’가 사라지고 있다. 제주도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제주도에서 활동한 해녀 수는 2839명이다. 1970년(1만4143명)에 비해 5분의 1로 줄었다. 최근 5년간 매년 약 200명씩 해녀가 줄고 있다. 지난해 활동한 제주 해녀의 90.3%(2565명)는 60세 이상이다. 50대가 6.1%(175명), 40대가 2.3%(66명)다. 30대는 0.9%(27명), 20대는 0.2%(6명)뿐이다. ‘제주 해녀 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해녀’는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지난해엔 ‘제주 해녀 어업’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어업유산으로 등재됐다. 해녀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상업영화, 해녀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방송, 유튜브 등 ‘해녀 콘텐츠’는 쏟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해녀의 전당’ 건립을 공약으로 냈고, 김건희 여사는 지난해 제주도를 방문해 “정부가 해녀의 가치와 소중함을 지키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녀에 대한 외부의 관심과 달리 해녀들 사이에선 ‘조만간 없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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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지키는 게 우리 지키는 것” 월정리 해녀들의 간절함이 통했다 [주간경향] 제주도 동쪽, 제주시 구좌읍엔 맑고 예쁜 에메랄드 색깔 바닷물로 유명한 월정리 해수욕장이 있다. 지난 9월 26일 찾은 월정리 해수욕장에선 아름다운 해변을 걷거나 파도를 타며 서핑을 즐기는 관광객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2㎞가량 떨어진 곳엔 제주시의 오·폐수를 처리하는 하수처리장이 있다. 월정리 해녀들은 하수처리장 증설에 반대하며 2018년부터 맞서 싸웠다. 해녀가 소멸하는 시대, 60~80대 고령 해녀들은 “바다를 지키는 게 우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나섰다. 월정리의 동부하수처리장이 가동된 것은 2007년이다. 2014년 처리용량을 한 차례 증설한 제주도는 2017년 하루 1만2000㎥에서 2만4000㎥로 또다시 처리용량을 증설하기로 하고 고시했다. 관광인구가 증가하고 주택건축 급증으로 하수발생량이 많이 늘어 증설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월정리엔 국가지정 문화재인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이 있고, 해녀들은 하수처리장 인근에서 ‘물질’(해녀가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로 생계를 이어간다. 신도시 개발로 생긴 폐기물을 월정리가 떠맡게 된 불평등 문제도 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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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없는디 누가 물질 허쿠광”…바다 사막화에 사라지는 해녀들 [주간경향] 숨을 참고 바닷물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사람, ‘해녀’가 사라지고 있다. 제주도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제주도에서 활동한 해녀 수는 2839명이다. 1970년(1만4143명)에 비해 5분의 1로 줄었다. 최근 5년간 매년 약 200명씩 해녀가 줄고 있다. 지난해 활동한 제주 해녀의 90.3%(2565명)는 60세 이상이다. 50대가 6.1%(175명), 40대가 2.3%(66명)다. 30대는 0.9%(27명), 20대는 0.2%(6명)뿐이다. ‘제주 해녀 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해녀’는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지난해엔 ‘제주 해녀 어업’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어업유산으로 등재됐다. 해녀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상업영화, 해녀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방송, 유튜브 등 ‘해녀 콘텐츠’는 쏟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해녀의 전당’ 건립을 공약으로 냈고, 김건희 여사는 지난해 제주도를 방문해 “정부가 해녀의 가치와 소중함을 지키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녀에 대한 외부의 관심과 달리 해녀들 사이에선 ‘조만간 없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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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법농단 ‘무죄→유죄’ 바꿀 수 있을까 지난 9월 11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311호 법정.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의 2심 첫 재판이 열렸다. 사법농단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하는 등 법관 독립을 침해한 사건이다. 2017년 3월 처음 의혹이 불거졌고, 2019년 2월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했다.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사건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판사들의 성향을 파악하거나 불이익을 준 의혹이 터지면서 많은 시민, 판사가 분노했다. 하지만 재판이 5년 넘게 이어지면서 애초 재판을 담당한 검사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재판에서 검사들의 태도는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정치지형도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 때 사법농단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사법농단 수사가 사법부 장악이라고 주장하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나서 대통령이 됐다. 검찰을 향한 비판 여론, 혼잡한 정치 공방 속에 사법농단 수사·재판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부정을 교차하고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사법행정권자의 법관 독립 침해 행위에 마땅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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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진 재판·뒤바뀐 정치지형…검찰, ‘사법농단 유죄’ 끌어낼까 [주간경향] 지난 9월 11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311호 법정.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의 2심 첫 재판이 열렸다. 사법농단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하는 등 법관 독립을 침해한 사건이다. 2017년 3월 처음 의혹이 불거졌고, 2019년 2월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했다.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사건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판사들의 성향을 파악하거나 불이익을 준 의혹이 터지면서 많은 시민, 판사가 분노했다. 하지만 재판이 5년 넘게 이어지면서 애초 재판을 담당한 검사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재판에서 검사들의 태도는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정치지형도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 때 사법농단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사법농단 수사가 사법부 장악이라고 주장하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나서 대통령이 됐다. 검찰을 향한 비판 여론, 혼잡한 정치 공방 속에 사법농단 수사·재판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부정을 교차하고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사법행정권자의 법관 독립 침해 행위에 마땅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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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이 개·고양이 키우는 청년 때문?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는 그날까지 범국가적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한 말이다. 그러나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겠다는 윤 대통령의 말이 무색하게 저출생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태도는 여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0.7명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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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이 개·고양이 탓?…한국과 미국의 황당한 논쟁 왜 [주간경향]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는 그날까지 범국가적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한 말이다. 그러나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겠다는 윤 대통령의 말이 무색하게 저출생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태도는 여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0.7명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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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혐오가 종교의 자유인가 목사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반대하며 기도를 한 것이 과연 중범죄인가. 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징계를 당하고 출교된 이동환 영광제일교회 목사(43)와 관련해 지난달과 이달 연달아 2건의 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가 축복식을 집례한 지 5년 만이다. 이 목사 측은 헌법이 ‘평등권’을 모든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인정하는데 교회가 ‘동성애 찬성·동조 행위를 범죄로 처벌한다’는 내부 규정을 근거로 이 목사를 징계한 게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 판단은 엇갈렸다. 지난 7월 18일 수원지법 안양지원 재판부가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언급하며 징계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반면, 지난 8월 21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종교 교리 해석의 영역’이라며 법원이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목사를 지지해온 이들은 한 달새 나온 엇갈린 법원 판단에 희망과 분노를 교차해 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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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혐오가 종교의 자유?…줄줄이 고발당하는 목사들 [주간경향] 목사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반대하며 기도를 한 것이 과연 중범죄인가. 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징계를 당하고 출교된 이동환 영광제일교회 목사(43)와 관련해 지난달과 이달 연달아 2건의 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가 축복식을 집례한 지 5년 만이다. 이 목사 측은 헌법이 ‘평등권’을 모든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인정하는데 교회가 ‘동성애 찬성·동조 행위를 범죄로 처벌한다’는 내부 규정을 근거로 이 목사를 징계한 게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 판단은 엇갈렸다. 지난 7월 18일 수원지법 안양지원 재판부가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언급하며 징계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반면, 지난 8월 21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종교 교리 해석의 영역’이라며 법원이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목사를 지지해온 이들은 한 달새 나온 엇갈린 법원 판단에 희망과 분노를 교차해 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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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 ‘쓰레기 처리 노동자’라는 낙인 “이대로 괜찮으시겠어요?” 지난 7월 26일 오후 지하 쓰레기 처리장의 노동환경을 취재하기 위해 경기 하남시 유니온파크에 방문했을 때였다. 평상복 차림에 샌들을 신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왔다는 기자에게 노동조합 관계자가 말했다. 뭐가 어떻길래 괜찮냐는 걸까, 그때까지도 미처 몰랐다. 되는 대로 1급 방진마스크, 헬멧, 작업용 신발을 빌려 착용하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으로 들어갔다. 지하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깜짝 놀랐다. 어떻게 말로 표현 못 할, 생전 처음 맡아보는 냄새가 코에 확 끼쳤다. 저장조(호퍼) 안쪽을 보니 온갖 음식물이 마구 뒤섞여 쌓여 있었다. 한여름 가정집에서 과일 껍질만 몇 시간 둬도 날파리가 꼬이고 냄새가 나는데, 수십만·수백만명이 배출한 음식물 쓰레기가 모이는 이곳에서 악취가 심한 것은 당연했다. 잠깐 숨을 참는다고 맡지 않을 수 있는 냄새가 아니었다. 쓰레기 처리장의 노동자들은 길게는 하루 12시간을 일한다. 한 노동자는 “몇 년을 근무해도 지하의 악취가 적응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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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사찰”…무차별 통신자료 조회, 이대로 괜찮나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 1월 여러 언론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의 통신이용자정보(통신자료)를 광범위하게 조회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104개 전기통신사업자가 검찰, 경찰, 국정원 등 수사기관에 제공한 통신자료는 총 221만2642건이다. 1년에 500만건가량의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이 당사자 모르게 수집하고 있다. 언론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사찰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검찰은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라고 항변한다. 논란이 계속되자 과기부는 조만간 관계기관들과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여야 모두 무차별적 통신자료 조회의 문제점에 공감하는 만큼 어떤 방향으로든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 어떻게 문제인지 자세히 살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