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톤’ 브라질 항공모함, 결국 대서양 수장…“해양오염 우려”

최서은 기자
브라질 항공모함 상파울루호. 로이터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브라질 항공모함 상파울루호. 로이터연합뉴스

브라질이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도 퇴역 항공모함 ‘상파울루’를 대서양에 수장시켰다고 4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브라질 해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3일 오후 늦게 브라질 해안에서 350㎞ 떨어진 대서양 수심 5000m 지역에 상파울루 항공모함을 수장했다”며 “브라질에 미칠 물류, 환경, 경제적 손실을 피하기 위해 계획되고 통제된 수장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길이 266m, 배수량 약 3만t 규모인 상파울루 항공모함은 1950년대 말 프랑스에서 건조돼 40여 년간 프랑스 해군에서 사용됐다. 프랑스의 첫 핵실험에 동원됐고, 아프리카, 중동, 구유고슬라비아 지역에 파견되기도 했다.

브라질은 2000년 이 항공모함을 1200만달러(약 150억원)에 프랑스로부터 사들였다. 상파울루는 브라질 해군의 유일한 재래식 항공모함으로 20여년간 운영돼 오다가 퇴역했다.

브라질은 상파울루호를 지난해 고철용으로 튀르키예 조선소에 매각했으나, 튀르키예는 이 항공모함에 유해 물질인 석면이 포함됐을 수 있다면서 입항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브라질에서도 똑같은 우려가 제기된 탓에 상파울루호는 최근 몇 달간 브라질 앞바다를 떠돌아야 했다.

결국 브라질 해군은 상파울루 호에 구멍을 뚫어 가라앉히겠다는 계획을 밝힌 지 2일째 되는 날인 이날 수장을 단행했다.

브라질 국방부 측은 어업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가장 안전한 위치에 배를 수장시켰다고 설명했으나, 환경단체들은 항공모함의 석면, 중금속 및 기타 독성 물질이 해양 먹이 사슬을 파괴시킬 수 있다며 비판했다.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와 그린피스·바젤행동네트워크(BAN) 등은 이날 함께 성명을 발표하고 “브라질이 해양 생물과 해안 지역 사회에 헤아릴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배를 침몰시켰다”며 “환경에 관한 세 가지 국제조약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수장이 유해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교역을 규제하는 바젤 협약,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런던 협약, 잔류성 유기 오염 물질에 대한 스톡홀름 협약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브라질 해군은 선박에 대한 공개 검사를 허용하는 대신 환경을 해치는 쪽을 선택했다”며 이번 수장을 “국가가 저지른 최대 규모의 화학 및 폐기물 협약 위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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