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없이 모인 6명의 강박증 환자, 그 결말은?…연극 ‘톡톡’

올댓아트 유민수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18.11.15 18:03 입력시간 보기
수정2018.12.03 13:07

‘강박증’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강박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질환입니다. 환자들은 어떤 상황이 불현듯 떠올라 불안해지고, 이 불안을 없애기 위해 특정한 행동을 계속합니다. 청결에 지나치게 집착해 외부 출입을 기피하거나, 현관문을 잠그지 않은 것 같아 수십 번 확인하는 증상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이는 정신적 충격과 불안정 등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스트레스의 연속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강박증은 흔한 질병이 된 듯 보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2030 청년 2명 중 1명이 불안과 초조로 강박증상을 호소했다고 하는데요. 일부에서는 과도한 압박이 지배하는 지금을 ‘강박의 시대’라 부르기도 합니다. 여기, 강박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 있습니다. 한 순간도 평화로울 수 없는 이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그린 연극 <톡톡> 입니다.

연극 <톡톡> 공연 사진. (왼쪽부터)프레드, 릴리, 마리, 밥, 블랑슈, 벵상의 모습. | 연극열전

연극 <톡톡>의 주인공은 6명의 강박증 환자들입니다. 이들은 시도때도 없이 욕설이 튀어나오는 뚜렛증후군, 숫자가 보이면 계산을 해야하는 계산 강박증, 가스와 수도·전기를 수십 번 씩 확인해도 여전히 불안한 확인 강박증, 모든 말을 두 번씩 하는 동어반복증에 대칭을 맞춰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대칭집착증 까지 다양한 종류의 강박증을 앓고 있습니다. 이들은 치료를 위해 강박증 전문의라는 스텐 박사의 진료실을 찾습니다.

스텐 박사가 타려던 비행기가 연착되고, 진료는 늦어집니다. 뚜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프레드와 계산벽이 있는 벵상, 질병공포증 환자 블랑슈, 동어반복증 릴리와 대칭에 집작하는 밥은 대기실에 함께 앉아 박사를 기다립니다. 자기소개를 하고 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때우지만, 사다리가 고장 나 도착이 더욱 늦어진다는 스텐박사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1년 넘게 오늘을 기다려 온 환자들은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분개합니다.

연극 <톡톡> 공연 사진. | 연극열전

‘힐링 코미디’라는 장르를 내세운 작품 답게, <톡톡>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연극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강박증을 앓고 있습니다. 이는 끊임없이 사건을 일으키고, 덕분에 극은 예측불허의 이야기로 흘러가는데요. 제작을 맡은 연극열전은 이를 “과도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게 되는 강박”이라고 표현합니다. 복잡한 세상을 견디는 이 시대의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을 느끼게 합니다.

모두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는 찰나, 프레드는 그룹치료를 경험한 적이 있는 밥에게 “그룹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느냐”고 묻습니다. 밥은 치료에 참여한 의사는 방향을 제시할 뿐, 대부분의 과정은 참가자들이 직접 수행한다는 답을 내놓습니다. 여기에서 실마리를 얻은 이들은 직접 그룹치료를 해 보기로 합니다. 그리고는 보기 좋게 실패합니다. 돌아가며 3분씩 증상을 참아 보았지만, 강박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바로 그 때, 프레드를 제외한 모두가 사실 치료에 성공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진정으로 타인을 생각했던 그 순간, 집착을 잊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톡톡>은 이를 통해 ‘함께’를 향하는 마음이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병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함께하고자 했을 때 진정한 힐링이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위로하기 위해 타인의 등을 두드린 블랑슈와, 쓰러진 이를 위해 대칭을 무시한 채 뛰는 밥이 증상을 해결한 것 처럼 말입니다.

연극 <톡톡> 공연 사진. | 연극열전

연극 <톡톡>은 프랑스의 유명 작가이자 배우인 로랑 바피의 작품입니다. 제목 ‘톡톡(TOC TOC)’는 불어로 강박증을 뜻하는 ‘Troubles Obsessioneeles Compulsifs, 약자 TOC’ 에서 따왔습니다. 2005년에 프랑스 파리 초연 이래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며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는데요. 2017년에는 스페인에서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인기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한국에는 2016년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초연배우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2017년 재연을 거쳐, 이전에 참여한 적 없는 배우들을 모아 세번째 공연으로 돌아왔습니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사랑은 비를 타고> 등에 출연한 바 있는 황만익이 계산벽 벵상 역을, 드라마 <검법남녀>와 영화 <장산범> <아워바디> 등에서 활약했던 노수산나가 동어반복증 릴리 역을 맡았습니다. 대칭집착증 밥 역에 영화 <곤지암>과 뮤지컬 <판> <에어포트 베이비>등에 출연했던 유제윤과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 드라마 <사랑만 할래>에 출연했던 이현욱이 나란히 이름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연극 <톡톡> 공연 사진. (왼쪽부터) 릴리 역의 노수산나, 밥 역의 유제윤, 마리 역의 한세라. | 연극열전

서로를 보듬는 강박증 환자들의 모습을 통해 ‘함께라면 할 수 있다’를 보여주는 연극 <톡톡>은 2019년 2월 10일 까지 서울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을 이어갑니다. 인터파크 티켓 홈페이지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고 하네요.

연극 <톡톡>
2018.10.27 ~ 2019.02.10
서울 대학로 TOM(티오엠) 2관
전석 4만원
공연시간 110분 (중간 휴식 없음)
중학생 이상 관람가
출연
박상종, 오용, 황만익, 한우열, 강지원, 김유진, 송영숙, 한세라, 노수산나,강연정, 유제윤, 이현욱

<올댓아트 유민수 인턴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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