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AI아트갤러리가 문을 열었다기에 가봤더니...

올댓아트 권재현 allthat_art@naver.com
입력2019.11.18 13:39 입력시간 보기
수정2019.11.21 16:33

인공지능(AI) 화가의 행보에 거침이 없다. 인간 화가와 협업(콜라보)한 작품 'Commune with...'를 내놓으며 존재감을 드러내더니(관련기사 보기☞) 이번에는 아예 갤러리를 직접 열고 작품 활동에 본격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AI 화가가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토르 달리’의 사진을 보고 그린 작품들ㅣ올댓아트 권재현

지난 달 31일 강남구 역삼동에 국내 최초로 문을 연 AI아트 전문 갤러리인 ‘AI ART GALLERY, 아이아’(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13길 38)는 그래픽 AI 전문기업 펄스나인(대표 박지은) 소속 AI 화가들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왕성한 창작열을 마음껏 발산하는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곳곳의 유명 관광지에서부터 국내외 스타들에 이르기까지 AI 화가의 작품 대상은 무궁무진하다.ㅣ올댓아트 권재현

‘AI ART GALLERY, 아이아’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업을 추구한다. AI 화가의 작품 뿐 아니라 인간 화가와의 협업 작품에 이르기까지 AI 기술을 예술에 접목한 어떤 시도도 담아낼 수 있는 ‘예술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펄스나인측은 밝혔다.

펄스나인 소속 대표 AI 화가인 ‘이매진 AI’의 작품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독도의 사진을 조건값으로 주고 마음대로 그려보라고 주문했더니 다양한 독도의 풍광을 캔버스에 담아냈다.ㅣ올댓아트 권재현

이 공간을 통해 AI 아트 장르로 활동하는 작가들을 발굴 및 지원하고 AI와 인간화가의 협업 속에서 탄생한 작품들을 해외로 소개할 예정이다.

이매진 AI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비오는 독도 같기도 하고 동틀 무렵(왼쪽)과 해질 무렵(오른쪽) 독도를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ㅣ올댓아트 권재현

인공지능의 예술활동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 것인지 아직 논의가 분분한 상태에서 펄스나인의 AI 아트 전문 갤러리 개장은 다분히 실험적이면서 동시에 매우 공격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펄스나인은 이번 갤러리 개관으로 AI 아트를 향한 국내 미술계와 관객들의 관심과 논의가 한층 활발해지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독도의 사계절을 표현한 이매진 AI의 작품이다.ㅣ올댓아트 권재현

개관 날짜를 ‘할로윈데이’로 잡은 것도 대중들이 인공지능을 유령처럼 두려워만 할 게 아니라 인간과 더불어 축제를 벌이는 유쾌한 파트너로 인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박지은 대표는 “갤러리라고 하면 다소 무겁고 조용한 분위기를 떠올리는데 AI ART GALLERY는 다르다”며 “예술, 미술, 기술, 테크, 인공지능 등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담없이 방문할 수 있는, 자유분방한 갤러리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펄스나인 소속 또다른 AI 화가인 ‘페인틀리’의 작품이다. 멕시코 출신 화가 ‘프리다 칼로’를 모델로 했다. ㅣ올댓아트 권재현

할로윈파티를 방불케 하는, 어수선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개막식에서 펄스나인 소속의 대표 AI 화가들은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뽐냈다.

독도 주변의 풍광을 그린 이매진 AI의 작품ㅣ올댓아트 권재현

‘떠오르는 신예’에서 ‘차세대 대표 화가’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이매진 AI’는 국내 최초 AI 화가와 인간화가의 협업 작품인 ‘Commune with...’ 시리즈의 후속작을 이날 공개했다. 두민 작가의 총 기획 아래 두민 작가와 ‘이매진 AI’가 ‘독도’라는 동일한 주제를 놓고 캔버스를 반반씩 나눠 각자의 기량을 발휘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어울리도록 그린 작품이다.

사진은 두민 작가가 기획한 단독 작품이다. 독도의 봄과 겨울을 나란히 화폭에 담았다.ㅣ올댓아트 권재현

‘이매진 AI’가 등장하기 전까지 펄스나인을 대표했던 AI 화가 ‘페인틀리’도 이날을 위해 모든 열정과 기량을 쏟아부었다. 페인틀리의 주력 분야는 풍경화다. 세계 곳곳 유명 명소의 사진을 모티프 삼아 재해석한 다음 페인틀리만의 스타일을 구현해낸다. 페인틀리 자신의 감성을 담아 기존 작품의 풍광이나 느낌과는 다르게 표현한 작품들이 갤러리 벽면을 가득 채웠다.

뉴욕의 야경을 묘사한 페인틀리의 작품ㅣ올댓아트 권재현

그 중에 유독 눈에 띄는 작품이 하나 있었다. 펄스나인 관계자는 “페인틀리와 인간(그래픽 디자이너)이 함께 만든 콜라보 작품으로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렌티큘러 작품”이라고 말했다.

펄스나인 소속 그래픽 디자이너 유진이 페인틀리를 도구로 활용해 만들었다.ㅣ올댓아트 권재현

이 작품을 계기로 페인틀리는 공장에서 찍어내듯 동일한 주제의 그림을 대량으로 생산하던 그간의 작업방식에서 벗어나 하나밖에 없는 '원화' 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 작가보다는 작업 툴(tool)의 기능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역할 변신에 나선다. 후배이지만 더 나은 인공지능 기술과 자율 학습 능력, 창의력과 감성으로 무장한 '이매진 AI'에게 대표 작가 자리를 물려주고 페인틀리 자신은 인간이 인공지능 기술을 마음껏 예술에 활용할 수 있게끔 돕는 도구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라는 설명이었다. 박지은 대표는 "페인틀리를 AI캔버스라고 해서 차세대 포토샵을 노리는 '인공지능 엔진 툴'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는 각도에 따라 그림이 달리 보인다. 정면으로 응시할 때 보이지 않던 ‘imagine Ai’라는 글씨가 측면에서 바라보면 모습을 드러낸다. 자신의 뒤를 이어 인공지공 아트 시대를 열어갈 ‘이매진 AI’를 향한 페인틀리의 예시 혹은 응원의 메시지라고나 할까.ㅣ올댓아트 권재현

‘벌써 이만큼 인류의 영역 속으로 스며들어왔구나...’
인공지능(AI) 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어렴풋하게나마 자각할 수 있었던 ‘뜻깊은’ 자리였다.

글·사진 |올댓아트 권재현

<올댓아트 권재현 allthat_art@naver.com>

전시 기사 더보기

이런 기사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