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 선생님은 좋겠어. 당신이 쓴 책을 안 사도 되고 안 읽어도 되니까 말이야”
문학도들은 서울대 김윤식 교수(64·국문학)의 책을 비켜갈 수가 없다. 자료의 넓이와 해석의 깊이·높이가 도저한 그의 책들은 문학인들에게 필독도서 목록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김교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다산성의 비평가이자 문학사가인 것이다.
그의 저서가 100권을 돌파했다. 지난해 쓴 소설평을 모은 현장비평집 ‘초록빛 거짓말, 우리 소설의 정체’가 그 영예를 누렸다. 김교수의 100권째 기념저서를 낸 문학사상사는 “한국문학 100여년 역사에 초유의 기록”이라고 했다. 하지만 번역·공저·연구논문집 등을 합치면 140권쯤에 이른다.
다산의 비결은 당연히 많이 읽고 많이 쓰는 데 있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소설을 다 읽는 비평가’라고 평한다. 그는 ‘하루 200자 원고지 20장보다 더 쓰거나 덜 쓰면 앓는다’고 말한다. 거기에 사생활이라고는 거의 없는 듯한 학자적 열정이 보태진다. 그러니 각종 최다저술가 조사에서 김교수가 창작을 제외한 분야에서 해마다 1등을 차지하는 게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그의 여러 글에 따르면 그의 다산은 ‘외로움’에서 비롯됐다. 논리를 초월하는 설렘과 황홀과 영혼의 경지를 언어로써 육박해 들어가는 그 무모한 갈증 앞에서 외로움이 나오고 외로움이 글을 낳았다.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수준의 문학사·작가론·작품론·현장비평·예술기행 등 창작 이외의 글쓰기 전 장르를 망라한 저작을 쏟아냈다. 그의 외로움은 거의 운명적이어서 발품 팔아 모은 자료를 죄다 정권에 빼앗기면서까지 남한 사회에서는 미답지였던 카프문학의 진경을 홀로 개척해 나가기도 했다.
그의 글쓰기 노동은 육체적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지속되리란 확신을 준다. 이번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20세기를 살면서 나는 소설 읽기에 많은 시간과 열정을 기울여왔고, 21세기에 접어든 지금에도 그러한 처지에 있다. 대체 소설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나를 매료시켰던 것일까. (중략) 현실을 나는 알고 싶었다. 인간을 나는 알고 싶었다. 세계를 나는 알고 싶었다. 언어밖에 가진 것이 없는 내 앞에 소설이 있었다.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그 알 수 없음의 밀도만이 더 높아갈 뿐이었다”
/김중식기자 uy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