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 뒤집고 비틀어 보면 더 재밌죠”

-개그만화‘왈딱 CF’작가 이철씨-

영상문화에 익숙한 N세대들이 가장 열광하는 텍스트는 CF다. 시간 오래 걸리는 영화나 게임보다 15초·30초로 ‘승부’하는 CF를 더 좋아한다. 머릿속에서 상상력을 자극할 새도 없이 눈앞에서 순식간에 온 우주를 보여주는 ‘버라이어티 쇼’의 매력이다.

만화가 이철씨(24)는 ‘2차원 그림’인 만화로 ‘3차원 영상’인 CF를 뛰어넘을 작정이다. CF보다 더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고 있다. 올 2월부터 영챔프(대원)에 연재중인 데뷔작 ‘왈딱 CF’. ‘왈딱’은 ‘별안간 통째로 뒤집히는 모양’이란 뜻으로 국어사전에 나오는 우리말이란다.

제목 그대로 TV에 나오는 인기 CF들을 사정없이 뒤집고 비틀고 꼬아버린다. 엉뚱하면서도 절묘한 패러디로 요절복통 개그를 선보인다. 재미있다고 소문난 CF를 ‘한술 더 뜨는’ 만화인 셈이다.

‘머리는 24개월이면 다 자란다’고 주장하는 분유를 먹인 아기는 머리만 어른만큼 커지고, ‘바로 옆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침대’인 줄 알고 몸을 날린 아저씨는 돌침대에 떨어져 버린다. 바닷가 모래밭을 질주하며 ‘사랑해’를 아로새긴 자동차 문을 열고 보니 여인의 스카프가 문틈에 끼여 있었다. 기발한 상상력이 철철 넘친다. 아무리 심각하고 진지한 내용이라도 반드시 웃기고 만다.

“만화는 무조건 웃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만화의 매력이지요. 물론 감동도 중요하지만…. 저는 ‘감동을 주면서 웃기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지난해말 영챔프 신인공모전을 통해 데뷔한 새내기.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2학년에 재학중인 대학생 만화가이기도 하다. 아마추어 동호회 활동을 거쳐 데뷔를 준비하는 대부분의 학생작가와 달리 문하생 생활을 경험한 점이 이채롭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만화가가 되고 싶어’ 무작정 휴학하고 김준범씨 문하로 들어갔다. 배경·스케치는 해보지도 못하고 지우개질·먹칠만 5개월 정도 하고 입대했지만 그는 문하생 시절에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철저한 기획회의를 거쳐 자료를 수집하고 원고를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원칙을 배웠어요. 혼자 연습하면 그림 실력은 늘 수 있겠지만 미처 채울 수 없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주위에서 “하는 짓이 만화 같다”는 얘길 많이 듣는다고 했다. 늘 만화처럼 즐겁고 재미있게 지내서 그런 모양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 컷의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CF를 죄다 녹화해놓고 자나깨나 보고 또 보는 숨은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차준철기자 cheol@kyunghyang.com/



Today`s HOT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황폐해진 칸 유니스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