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돈 세상’…우디앨런 새영화‘스몰 타임 크룩스’

돈이 있으면 삶의 무게가 쉽사리 걷힐 듯하다. 하지만 돈은 행복한 삶을 가져다주는 한 요소일 뿐 전부가 아니다.

날카로운 독설과 풍자, 그러나 전혀 심각하지 않게 관객을 웃기는 감독. 뉴욕의 허상을 지적으로 꼬집는 등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로 ‘괴짜 혹은 천재’라고 불리는 우디 앨런이 오랜만에 이러한 ‘돈 이야기’를 가지고 한국관객들을 찾아온다.

7년 만에 찾아온 그의 작품은 ‘스몰 타임 크룩스’(Small Time Crooks). 우리말로는 ‘시시한 사기꾼’이라는 뜻의 이 영화에서도 우디 앨런은 기존에 그랬듯이 감독·각본·주연을 맡아 1인 3역을 해냈다.

이 영화는 돈이 전부인 줄 알았던 사람들이 막상 돈이 굴러들어왔을 때 겪는 예측불허의 상황을 다룬 코믹물이다. ‘뭐 돈이 전부냐’라며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지만, 남몰래 복권한장 화장실에서 긁어보는 사람의 심리. 우디 앨런은 ‘돈의 노예’가 된 자본주의 구성원들의 뒷이야기를 깔끔한 소품으로 만들어냈다.

속터지는 부부 레이(우디 앨런)와 프렌치(트레이시 울만). 레이는 은행을 털다가 전과자 신세가 된 한심한 남편이다. 스트립 댄서 출신인 프렌치는 그런 남편을 ‘웬수’로 여기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살아간다. 이들은 가진 것은 없고 소망이나 삶에 대한 열정도 없다.

그러던 ‘제 버릇 남 못주는’ 남편은 어느 날 은행을 한번 더 털어볼 결심을 한다. 지난번에는 “일당이 모두 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가면을 썼기 때문에 누가 누군지 몰라 거사에 실패했다”고 주장하며, 이번에는 나름대로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은행 바로 옆에 붙어있는 가게. 그 가게를 인수해 아내는 과자를 팔고 자신은 지하에서 은행까지 터널을 판다는 것이다.

일단 이론상으로는 완벽한 계획이다. 하지만 언제 인생이 뜻대로, 예상대로 진행되던가. 야심찬 계획을 세운 지하실의 남편과 그 일당들은, 터널을 반대방향으로 파내려가거나 수도관을 잘못 건드려 지하를 물바다로 만든다. ‘우왕좌왕’하고 ‘오락가락’하다 ‘망연자실’하는 등 총체적 난국이다. 그런데 눈속임으로 차렸던 마누라의 과자가게가 뜻하지 않게 번창하면서 이들은 오히려 엉뚱한 곳에서 돈을 끌어다 모으기 시작한다.

그래, 돈을 벌었다. 이제부턴 또 다른 삶이 시작된다. 갑자기 부자가 된 부부는 상류층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하지만 호박이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는 못하는 법. 솔잎을 먹던 송충이 부부는 결국 부작용에 직면하게 된다. 상류층 사람들이 ‘졸부’가 된 자신들을 비웃는 소리를 듣고 부부는 미술상 데이빗(휴 그랜트)에게 교양강좌를 듣는다. 그러나 돈 많은 유부녀와 허영에 가득찬 미술상은 눈이 맞고, 영화는 예측하지 못한 곳으로 흘러간다.

우디 앨런 특유의 날카로운 풍자는 사실 이 영화에서 많이 찾아볼 수 없다. 폐부를 찌르는 독설도 그의 이전 작품보다는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그림과 저 그림의 차이는… 액자크기가 다르군요”라는 대사 등 상류사회에 진입하려는 부부의 엉뚱한 행동들은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또한 적역을 맡은 바람둥이 전문배우 휴 그랜트의 연기가 눈에 띈다. 고상한 척하면서 사실 돈많은 유부녀에게 접근하려는 속물의 느끼한 눈빛 연기도 돋보인다. 오는 24일부터 대학로 하이퍼텍나다에서 상영된다.

/박미정기자 broad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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