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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소자복서 박명현 우승…어두운 과거, 애끊는 마음

입력 2003.01.23 18:26

복싱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이제 세계챔피언의 꿈에 도전한다.

재소자 복서 박명현(24·충의소년단)이 프로복싱 신인왕에 오르며 어두운 과거를 딛고 인생의 전기를 마련했다. 박명현은 23일 서울 창동고체육관에서 벌어진 제30회 프로복싱 신인왕전 슈퍼페더급 결승에서 군인복서 김영준(21·서울 은성체)을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꺾고 우승했다.

과거는 어두웠다. 중학시절 가출한 박명현은 1997년 5월 술자리에서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살인죄로 단기 5년, 장기 7년형을 선고받았다.

감정을 절제하지 못해 죄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참회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복싱. 98년 1월 천안소년교도소로 이감된 박명현은 충의소년단 복싱부에 가입한 뒤 책임과 인내를 배웠고 1급 모범수가 됐다.

그동안 기른 자제력은 이날 경기에서도 그를 승리로 이끌었다. 1m70인 그는 자신보다 10㎝가량 큰 김영준을 맞아 초반 고전했으나 저돌적인 공격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위기를 맞은 것은 5라운드 초반. 상대의 버팅에 왼쪽 눈 주위가 찢어져 얼굴은 피범벅이 되고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또 키 큰 상대가 위에서 자꾸 누르는 바람에 몇번이나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러나 박명현은 한번도 흥분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지켰다. 앞이 보이지 않으면 글러브로 눈가를 닦아가면서 특기인 몸통공격에 이은 라이트훅으로 꾸준히 점수를 쌓아 결국 승리를 따냈다.

그리고 교도소로부터 4박5일간의 특별휴가를 받아 5년 만에 인천 영종도에 있는 집에 돌아갈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복역중에 돌아가시는 바람에 임종도 못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산소를 가장 먼저 찾아 용서를 빌 생각이다.

내년에 출소할 예정인 박명현의 다음 목표는 세계챔피언이다. 박명현은 “부모님과 교도소 직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의 기쁨도 불가능했다”며 “세계챔피언이 되어 이들의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명현에게 진 김영준의 친구로 역시 현역 상병인 여기혁은 기권승으로 페더급 신인왕에 올랐다. 또 라이트급에선 박성우(복싱플라자)가 서정용(인천대우)에게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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