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맛]도토리묵의 영양학

묵은 전분질을 풀처럼 쑤어 식혀서 굳힌 것으로 전분의 젤화를 이용한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음식이다. 재료에 따라 도토리묵, 메밀묵, 녹두묵 등으로 구분한다. 그 중 도토리는 예로부터 흉년이나 천재지변으로 백성들의 기근을 구하는 구황식품으로 각광받은 좋은 자원이었고 근래에는 자연식품, 저열량식품, 건강식품으로 애용되고 있다.

도토리음식은 타닌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소화가 잘된다. 위장이 약한 사람의 위 점막을 보호하여 위를 튼튼하게 하는 기능이 있는가 하면 설사를 그치게 하고 몸을 가볍게 한다. 그래서 수분대사가 좋지 않아 몸이 자주 붓는 사람, 늘 배가 부글부글 끓는 사람이나 변을 자주 보는 사람도 도토리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타닌은 또한 지혈작용도 한다. 도토리 특유의 떫은 맛을 내는 아코닉산이라는 성분은 인체 내 유해성 중금속을 제거하기 때문에 현대인에게는 좋은 식품이다.

그러나 도토리는 타닌질이 많기 때문에 또 다른 타닌질, 예를 들어 감과 같은 식품과 함께 먹으면 좋지 않다. 변비가 나타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심하면 빈혈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혈액을 만드는 데 필요한 철분이 위장에서 타닌과 결합하여 철분결핍성 빈혈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도토리묵은 곱게 간 도토리 가루를 물에 담가서 떫은 맛을 우려낸 후 윗물은 버리고 가라앉은 앙금만 모아서 풀 쑤듯이 끓여 식혀서 만든다.

묵의 질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는 전분의 농도이다. 같은 전분이라도 농도가 너무 낮으면 식혔을 때 젤화하지 않고 농도가 너무 높으면 쉽게 젤화하기는 하나 단단하여 맛이 없다. 대개 물을 가루의 4배 정도로 하여 묵을 쑤면 좋다.

도토리묵을 이용한 음식으로는 우리가 쉽게 접하는 도토리묵무침, 도토리묵조림 등이 있다. 도토리묵무침은 도토리묵을 오이, 쑥갓, 상추, 시금치 등의 채소를 곁들여 양념장으로 무친 음식이다. 도토리묵조림은 말려서 갈무리해 두었던 도토리묵을 다시 불려 조린 음식이다.

요즘 우리의 문화생활이 점점 서구화되고 있는데 식생활 역시 마찬가지이다. 젊은 사람들은 된장찌개, 김치 등의 우리음식보다는 햄버거, 스파게티 등에 더 익숙해지고 있다. 우리의 전통음식에는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음식이 많이 있다. 또한 가공된 음식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천연식품을 이용하는 음식이 많다. 서양에서도 항암작용, 성인병예방 등의 효과로 인해 우리 음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

/임영희 교수·대전대 식품영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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