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서사시 ‘국토’의 시인 조태일(1941~1999년)이 탄생시켰고 복간했던 시 전문지 ‘시인’이 조시인의 4주기(9월7일)에 맞춰 재복간됐다. 또 조시인의 고향인 전남 곡성군에 건립된 조태일 기념관이 7일 문을 연다. 반연간지로 재복간된 ‘시인’은 조시인의 시세계를 조명하는 데 지면 절반을 할애했다.
이번에 세번째 탄생한 ‘시인’은 우리 현대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1969년 조시인이 ‘민족과 민중의 정신을 현실적 삶에 투영해 건강한 서정성을 획득하겠다’는 이념 아래 월간지로 창간, 김지하·양성우·김준태 시인을 등단시켰으나 당국의 압력으로 1년여만에 폐간됐다. 조시인은 83년 ‘시인’을 다시 무크지로 복간해 박남준·이도윤·김재진 시인을 발굴했는데 이 역시 87년 문을 닫았다.
이번에는 ‘시인’ 출신으로 ‘너는 꽃이다’(창작과비평사·93년)란 시집을 내놓았던 이도윤 시인(MBC 스포츠PD)이 복간을 주도했다. 그는 “개방적인 민족주의, 통일을 지향하는 시 전문지로서의 사명을 지켜나가면서도 내용과 형식면에서 고급을 지향했다”고 밝혔다.
‘시인’ 복간작업에는 김지하·김준태 시인이 고문으로 참여했고 김지하 시인은 제호를 직접 썼다. 또한 이성부 박석무 이호철 등 많은 문인들이 창간인 조태일을 추모하는 글을 주었으며, 고은 김규동 양성우 이성부 이시영 백기완 도종환 등은 육필 신작시를 실어서 창간에 힘을 보탰다.
이번 ‘시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동순 영남대 교수가 고른 35편의 조태일 시선(詩選)이다. 조시인은 60년대 중반부터 작고 직전까지 30년에 걸쳐 8권의 시집을 내놓았는데 부정한 체제를 질타했던 ‘식칼론’(70년) ‘국토’(75년) 등 전반기 작품이 높이 평가됐다. 그러나 이교수는 총 35편 가운데 19편을 제7시집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95년)에서 골랐다.
그는 “초기 시작품이 보여주는 관념적 모호성, 김수영적 스타일에 대한 필요 이상의 관심은 조태일 시의 존재성과 당위성을 한결 약화시켰으나 이러한 우려는 ‘풀꽃…’에 이르러 마치 먹구름이 일시에 걷힌 만월처럼 맑고 투명하고 눈물겨운 정서를 개화시켰다”고 소개했다.
그가 특히 주목한 작품 ‘풀씨’는 59세의 이른 죽음을 예감한 듯 고향에 대한 애틋함을 담고 있다.
‘풀씨가 날아다니다 멈추는 곳/그곳이 나의 고향/그곳에 묻히리.//햇볕 하염없이 뛰노는 언덕배기면 어떻고/소나기 쏜살같이 꽂히는 시냇가면 어떠리./온갖 짐승 제멋에 뛰노는 산속이면 어떻고/노오란 미꾸라지 꾸물대는 진흙밭이면 어떠리.//풀씨가 날아다니다/멈출 곳 없어 언제까지나 떠다니는 골목,/그곳이면 어떠리/그곳이 나의 고향,/그곳에 묻히리’(전문)
‘그곳’이란 그가 대처승의 7남매 중 4째로 태어난 전남 곡성군 태안사인데 그곳에 조태일 시문학기념관이 생겼다. 절친했던 동료·후배 문인들과 청년기부터 친구였던 고현석 곡성군수가 앞장서 탄생시킨 이곳에는 조시인의 유품과 문학자료뿐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시집인 최남선의 ‘백팔번뇌’, 최초의 번역시집 ‘오뇌의 무도’ 등 희귀본에서 최근 작품까지 많은 시집이 전시돼 있다.
조태일 시인은 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창립멤버로 활동했고 반체제 활동으로 세차례 구속됐다.
〈한윤정기자 yjh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