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개·폐문제가 정기국회 최대 쟁점으로 대두했다. 열린우리당은 폐지 당론을 굳히고 당내 단속과 함께 야권의 우호세력을 확보해 표결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당내 개정파의 움직임도 급속히 수그러들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를 국가 정체성과 연결지으며 폐지 절대불가를 외치고 있고, 당내 제세력도 이 전선으로 급속히 집결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국가보안법 폐지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 발언으로 조성된 우호적 환경을 토대로 속전속결로 폐지 당론을 확정짓겠다는 방침이다. 폐지와 개정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이 당내에서조차 계속될 경우,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라는 계획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보법 폐지 모임’의 임종석, 우원식, 이은영, 이인영, 이상민 의원 등은 6일 긴급간사단 회의를 갖고 폐지 당론 추진 로드맵을 세웠다. 이들은 국보법 폐지 후 대안도 형법 보완으로 결정했다. 노대통령이 제시한 대안이다. 먼저 9일 정책의총에서 폐지 대세를 확인하고 곧 폐지안을 마련해 이달중으로 당론을 확정짓겠다는 것이 이들이 설정한 일정이다.
‘폐지모임’뿐 아니라 당내 폐지에 찬성하는 의원들의 목소리도 한층 커지고 있다.
이날 열린 당 법사위원 모임에서도 폐지가 대세를 이뤘다. 우윤근 의원은 법사위원 간담회에서 “폐지한 뒤 형법을 보완하면 된다”며 “내란·외환 등 행위는 형법 99조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체입법 주장에 대해선 “법 체계상 옥상옥에 불과하다”며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지도부도 폐지 쪽으로 급속히 움직이고 있다.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6일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국보법 문제가 종착점을 향해 치달아가고 있다”고 폐지를 기정사실화했고, 천정배 원내대표도 직설적으로 노대통령의 국보법 폐지에 공감을 표시했다.
임채정 기획자문위원회 의장도 “폐지 후 대체입법은 논란의 소지가 있고, 법적 낭비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달 내로 폐지 후 형법 보완 쪽으로 당론을 정해야 한다”며 ‘형법 보완’ 쪽에 힘을 실었다.
다만 폐지파 일부에서 대체입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남아있어 이 부분이 향후 조율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체입법론은 외국의 반스파이법이나 반국가행위법 같은 대체입법을 통해 북한을 일반국가로 규정하고도 기밀행위 누설 등은 처벌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최재천 의원이 당내 대체입법론자들의 의견을 수렴, 이달말까지 대체입법 문제를 집중연구해 당에 토론자료로 보고할 예정이다.
〈권재현기자 jaynew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