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 인권기구는 지속적으로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인정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인권침해의 소지가 크며, 일반 법률로 대체가 가능하다는 것이 유엔의 기본입장이다. 유엔 인권이사회(Human Rights Committee)는 1992년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따라 한국이 제출한 인권보고서를 검토한 후 국가보안법의 점진적 폐지를 처음으로 권고했다.
이사회는 당시 “한국의 특수상황이 과대평가돼서는 안된다”면서 “형법만으로도 국가안보범죄에의 대처가 충분하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이사회는 “국가보안법이 규정한 내용이 모호한 용어로 정의되어 실제로 국가안보에 위협적이지 않은 행위까지 제재하는 등 광범위한 해석이 가능하다”며 권고 이유를 밝혔다.
이사회는 99년 한국 정부의 2차 보고서 검토 이후에도 “국가보안법의 존재와 그것이 지속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에 대해 재차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사회는 특히 “사상 등이 적성단체의 주장과 일치하거나 동조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사상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국가보안법 7조의 시급한 개정을 권고했다.
95년 유엔 인권위원회(Commission on Human Rights) 제52차 회기에서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의 ‘대한민국에 관한 보고’는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을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는 “세계인권선언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따라 국가보안법을 보완할 다른 수단을 찾을 것을 권고한다”며 국가보안법이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임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반국가단체 활동의 찬양·고무·선동’이나 ‘이적표현물’ 등의 개념이 불명확하고 적용범위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하고,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에 대해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권고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국가보안법 위반 판결을 받은 박태훈사건과 김근태사건, 신학철사건에 대해서도 각각 98년과 2004년에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박영환기자 yhpark@kyunghyang.com〉
- 해외에서 보는 국가보안법 -
1992년 7월 UN 인권이사회, 국가보안법의 반인권적 성격을 지적하며 폐지 1차 권고
1995년 11월 UN 인권위원회, 국가보안법의 국제인권법 위반 결론
1998년 10월 UN 인권이사회, 박태훈사건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위반 결정
1998년 11월 UN 인권이사회, 김근태사건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위반 결정
1999년 2월 국제사면위원회, 국가보안법 폐지나 개정을 한국의 최우선 과제로 권고
1999년 11월 UN 인권이사회, 국가보안법 단계적 폐지와 제7조 시급한 개정 2차 요구
2004년 3월 UN 인권이사회, 신학철사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위반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