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1일 행정수도특별법을 둘러싼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재판관 7명이 낸 다수의견을 통해 “정부의 신행정수도 이전은 국민적 동의과정이 필요하다”면서 “법 제정과정에서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은 행정수도특별법은 위헌”이라고 밝혔다.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은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헌법상 명문화된 조항은 없지만 조선왕조 이후 600여년 동안 형성된 관행이므로 ‘관습헌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헌법 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권을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헌법 개정은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나 대통령 발의가 있을 경우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통해 국회를 통과한 뒤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김영일 재판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수도 이전은 헌법 72조가 정한 국민투표 부의 규정 중 ‘국방·통일·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한다”면서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은 것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므로 위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효숙 재판관은 “서울을 수도로 한 관습헌법의 변경은 반드시 헌법 개정을 요하는 문제라고 할 수 없다”면서 “행정수도 이전정책 역시 국민투표를 요하는 사안이라고 볼 수 없어 헌법소원은 이유없다”고 각하 의견을 냈다.
청구인측 이석연 변호사는 선고 직후 “개혁이란 이름으로 헌법정신을 무시한 채 국가를 분열시키고 갈등으로 몰고가는 집권세력에 헌법의 가치가 살아있음을 보여준 결정”이라고 평가한 뒤 “정부는 수도이전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측 대리인인 오금석 변호사는 “헌재 결정을 존중해야겠지만 법이론적으로는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의원 50명과 서울시민 169명으로 구성된 청구인단은 지난 7월12일 “수도 이전이 헌법상 국민투표없이 강행돼 참정권과 납세자로서의 권리가 침해됐다”면서 헌법소원을 냈다.
그러나 일부 헌법학자들은 “헌재가 청구인들이 제기하지도 않은 ‘관습헌법’의 개념을 끌어들여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다소 자의적인 측면이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박문규·김준기기자 park00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