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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위헌 결정’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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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위헌 결정’ 뒷얘기

입력 2004.10.21 17:50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을 둘러싼 뒷얘기가 풍성하다.

위헌 심판이 청구된 직후만 해도 “위헌 등 인용 결정을 하겠는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법조계를 비롯한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순수하게 법리적인 측면만 본다면 각하나 기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마지막 평의가 열린 지난 14일부터 헌재 주변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이날 회의는 수도 이전을 둘러싼 지역·계층간 팽팽한 대결구도와는 달리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 재판관들 사이에 큰 이의없이 일찌감치 결론이 나왔다는 얘기다. 헌재에 ‘함구령’이 내려진 것도 이 무렵이다. 발표 일정도 일찌감치 잡혔다. 국회 국정감사 일정 때문에 결정문 발표 일정은 자연스럽게 국감 이후로 미뤄졌다.

21일 선고일정이 발표되자 헌재에 일순간 긴장감이 돌았다. 헌재의 속전속결 처리 배경을 놓고도 뒷말이 많았다. 일부에서는 “헌재가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다소 애매한 ‘각하’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헌재 결정내용을 사전에 확인하려는 관련 부서와 언론의 신경전과 함께 각종 ‘설’이 난무했다. 정치권에서는 “4(인용)대 2(각하)대 3(기각)의 투표결과가 나왔다”면서 “한나라당이 곤란한 지경에 빠지게 됐다”는 구체적인 예측도 나왔다.

국가소송 전담부서인 법무부와 검찰 내에서도 기각과 각하 의견이 팽팽했다. 그러나 선고를 하루 앞둔 20일 오후 여권과 일부 정치권에서 “위헌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있게 나돌았다. 여권 주변에서는 “21일 헌재에서 난리가 날 것 같다. 헌재가 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할 것 같다. 청와대가 발칵 뒤집혔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헌재와 서초동 법조타운 주변엔 이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느라 밤 늦게까지 술렁였다.

결정 당일인 이날 오전이 되자 이같은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었다. 이번 사건의 주심을 맡은 이상경 재판관은 ‘다소 서둘러 결정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아니다. 지난 3개월간 정상적으로 평의를 열고 연구했다”며 분위기를 잡았다. 결정이 임박하자 정치권에는 아예 “6대 3으로 위헌결정이 났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 각 대기업 정보팀과 검찰 내부에서도 “최악의 시나리오가 다가오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술렁였다.

결국 윤영철 소장이 이날 재판정에 들어선 뒤 결정사유 3가지를 들면서 판세는 기울었다. 위헌 사유가 2개인 반면 각하·기각 사유는 1개뿐이었다. 역사적인 행정수도특별법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과정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박문규기자 park00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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