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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수 시선집 ‘시는 아름답다’

입력 2004.10.31 17:34

시인 오광수씨(43)가 경향신문 매거진X ‘오솔길’에 실렸던 시와 칼럼들을 엮어 시선집 ‘시는 아름답다(사과나무)’를 펴냈다. 오씨는 “우리네 삶이 팍팍할수록 시는 우리에게 절실한 존재로 다가온다”며 “이 책은 밥도 빵도 되지 않는 시를 부여잡고 씨름하는 시인들의 정성이 모인 책”이라고 소개했다.

정호승 시인이 시 ‘가시’에서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이토록 가시 많은 나무에/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라고/장미는 꽃에서 향기가 나는 게 아니라/가시에서 향기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씨는 “이젠 알 것 같다. 사람들마다 가슴 한쪽에 장미 가시를 촘촘하게 박고 산다는 걸. 해가 거듭되면서 붉디 붉은 장미가 갈수록 곱게 느껴진다. 내 안의 가시들이 꽃을 용서하기 시작한 것일 게다”라고 화답한다. 시를 쓴 사람도, 이를 평한 사람도 언어(言)의 집(寺)을 짓는데 탁월한 솜씨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신현림 시인은 시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를 통해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해를 보면 해를 닮고/너를 보면 쓸쓸한 바다를 닮는다”고 밝히자, 오씨는 “주말극을 보면서 신데렐라를 꿈꾸고, ‘코미디하우스’를 보면서 허탈하게 웃는 걸 용서하라. 블랙코미디 같은 세상을 견디기 위해서는 흰 셔츠처럼 펄럭이는 수밖에. ‘사라진 시간 사라진 사람’들을 호명하며 천천히 숲의 한가운데로 스며들고 싶다”고 토로한다.

책은 아울러 박정대의 ‘아무르 강가에서’, 나희덕의 ‘방을 얻다’, 최승호의 ‘백만년이 넘도록 맺힌 이슬인생’ 등 현대 한국 시단을 꾸려가고 있는 작가 58명의 시를 담고 있다.

오씨는 시 해설을 빌려 추억의 한 자락을 슬쩍 내비친다. 그는 “중학시절 도시에서 공장을 다니던 친구누이가 돌아왔다. 내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누이였다. 그 누이가 재취자리로 시집가던 날, 솥뚜껑만한 얼굴을 가진 신랑을 보며 절망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래서 그는 동동주를 대취하도록 마시고, 그 누이집에 갔다고 한다. 신부의 오빠로부터 늘씬하게 맞은 그는 “너 이놈 술”이라고 애꿎은 술을 탓한다.

“너로 하여 세상을 밀고 가던 때 있었다/너를 의탁하여 가파른 벼랑 위에/나를 세우고, 아찔/아찔 그 어질머리에 기대 있을 때 있었다/너를 따라가던 때/너를 업고 가던때도 있었다/너 이놈, 술(김완하 ‘너’ 전문).”

〈김용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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