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 5~6월 산야에는 다섯 장 꽃잎에 은은한 향기를 풍기며 산길 찾는 이의 눈, 코를 자극하는 꽃을 만난다. 숲 가장자리 양지바른 자리나 물가를 좋아하는 2m 남짓 작은키나무 장미과 찔레꽃이다.
![[우리나무 바로알기] 찔레](https://img.khan.co.kr/news/2005/06/12/5f1324b.jpg)
먼저 점유한 벌들이 윙윙거리며 꿀을 빠는 통에 꽃무더기에 코를 들이대고 달콤한 향을 맡을 수는 없지만 베르너의 들장미 “갓 피어난 어여쁜 그 향기에 탐나서 정신없이 보네 장미화야 들에 핀 장미화”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가지에 많은 가시가 있어 덤불에 들어가면 여기저기 찔려 비명을 지르곤 한다. 그래서 찔레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이 가시는 줄기의 표피가 변해서 생긴 경침이다. 밑둥치에서 여러 줄기가 올라오는 관목성이며 세력 좋은 것은 굵게 올라와서 그 후로는 좀처럼 굵어지지 않는다. 줄기는 가늘며 가지가 갈라지면서(分枝) 위가 무거워 아래로 처진다. 처진 줄기와 가지는 땅에 닿게 되고 그 자리에 새 뿌리가 나서 점점 찔레 덤불로 확장하며 기댈 나무라도 있으면 반덩굴성으로 살아간다. 봄에 새로 뻗은 연둣빛 순은 겉껍질을 까고 먹으면 달짝지근하니 먹을 만하다. 그래서 유난히 진딧물이 많다.
종소명 ‘mutiflora’는 많은 꽃이라는 의미인 것처럼 새가지 끝에 원추모양 꽃차례로 수북이 모여 핀다. 향기로운 꽃은 식용하고 꽃잎을 말려서 방향제나 입욕제로 이용하면 좋다. 10월이 되면 콩알만한 빨간 열매가 눈에 띈다. 겨우내 달려 있어 곤궁기 겨울새에게 좋은 먹이가 된다. 꽃꽂이 재료나 갈색염색용으로도 쓰이며 가을에 열매를 따다 술을 담그면 향도 좋지만 해열제, 이뇨제, 설사약으로도 효과가 있다.
매혹적인 장미는 세계적으로 1만 품종 이상 원예용으로 재배되고 있다. 찔레는 장미의 조상이며 재배장미를 접목할 때 대목으로 사용된다. 아파트 화단, 관공서 정원, 학교 조경, 도시공원 어디나 도회적 이미지의 장미꽃은 눈에 많이 띄지만 순박한 찔레꽃은 장미만큼 만나지 못하는 점이 참으로 아쉽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에 분포하는 동양종이며 야산 어디에서나 피는 대표적 야생 우리 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