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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마을

나의 ‘롤 모델’은?

입력 2005.07.08 18:08

▲내 젊은 날의 마에스트로 편력/ 이광주|한길사

[책마을]나의 ‘롤 모델’은?

미국의 42대 대통령 클린턴은 15세 때 케네디 대통령과 악수한 것을 계기로 정치가의 꿈을 갖는다. 결국 그는 대통령이 됐고 여성 편력까지 자신의 ‘롤 모델’이었던 케네디를 닮는다. 노무현 대통령도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란 책을 내는 등 링컨에 대한 존경심을 숨기지 않는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독학에 의한 변호사 합격, 대통령 당선 등 두 사람의 삶은 실제로 많이 닮아있다. 세계 축구계의 빅리거가 된 박지성의 집에는 ‘차범근 축구교실’을 다닐 때 차범근과 찍은 사진이 벽에 걸려있다. 차범근은 박지성의 ‘롤 모델’이었고 그 역시 차범근처럼 유럽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살게 됐다. 인생의 목표와 긴밀히 교감하며 삶의 지침을 제공해주는 ‘롤 모델’이 누구냐에 따라 인생도 바뀔 수 있다.

유럽 문화와 지성사를 연구해 온 이광주 교수는 이 책에서 자신의 학문과 인생의 ‘롤 모델’이 되어주었던 12명의 마에스트로를 소개한다. 유럽 최초의 지식인이라 할 수 있는 아벨라르로부터 시작된 유럽 지성에 대한 탐구는 에라스무스·몽테뉴 등을 거쳐 호이징가와 베토벤에까지 이어진다.

후배들에게 속삭이는 듯한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간 글은 거장들의 이상과 명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인상은 자칫 무거워 보일 수 있지만 저자의 유럽 지성에 대한 숙성된 지식들은 유럽 중세 고성의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처럼 편안히 거장들의 철학을 음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신화와 지중해의 풍광에 근본을 두고 있는 유럽문화의 정신적 흐름을 저자의 통역으로 안내 받다 보면 어느덧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 거장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걷고 있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그리고 책장을 덮을 무렵엔 네루의 ‘세계사편력’처럼 이 세상에 미처 우리가 접근해 보지 못했던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영감(靈感)과 소중한 문화들이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름만으로 기억해 온 유럽 지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기 자신의 이성적 ‘롤 모델’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2만원

〈정진호기자 hotma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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